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위기관리능력. 역시 단기전 경쟁력의 바로미터다.
포스트시즌은 특정팀과 연이어 맞붙는 무대다. 당연히 세밀한 분석과 맞춤형 전술이 뒤따른다. 또한, 집중력과 긴장감이 높다. 경기 흐름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때문에 선수들의 임기응변능력이 좋아야 한다. 쉽게 말해서 위기 상황에서 벤치의 간략한 지시에 흐름을 돌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모비스와 SK의 4강 플레이오프서 이런 점이 확인된다. LG의 3연승으로 끝난 LG와 KT의 4강 플레이오프는 상대적으로 위기관리능력, 임기응변능력을 확인할 기회가 적었다. 기본적으로 LG의 전력이 KT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기전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은 LG의 임기응변능력은 아직 100% 검증되진 않았다. 반면 모비스와 SK는 전력이 엇비슷하기 때문에 벤치의 역량과 선수들의 임기응변능력이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 모비스의 인상적인 위기관리능력
시리즈 스코어 2-1 모비스의 리드. 간 발의 차로 앞선 모비스의 위기관리능력 역시 SK에 간발의 차로 우세하다. 3차전 종료 1분19초전. 모비스 양동근이 5반칙 퇴장했다. 단 4점 리드. 모비스로선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간판 가드이자 공수 전술의 핵심 양동근이 빠지는 건 모비스로선 승부처서 생각하기도 싫은 일. 결국 유재학 감독은 이지원을 넣었다. 상대적으로 불안한 카드. 그런데 이지원이 경기 막판 상대 파울로 얻은 자유투 4개를 모두 성공하면서 승부를 갈랐다.
인상적인 건 양동근 대신 이지원이 투입됐을 때 모비스의 대처였다. SK는 김선형, 변기훈, 주희정을 모두 넣어 풀코트 프레스로 재미를 본 상황. 이지원이 투입되자 SK 전면강압수비 강도는 더욱 거셌다. 그러나 이지원은 침착했다. 동료들의 적극적인 미트아웃과 컷인으로 SK 수비망을 빠져나갔다. 이날 모비스는 리바운드서 SK를 압도했다. 그럼에도 SK의 풀코트 프레스에 막혀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승부처에선 끝내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알고 보면 ‘만수’ 유재학 감독의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 유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지원이를 미국 전지훈련 때부터 준비시켰다”라고 했다. 신인가드 이대성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 모비스로선 이대성의 폭발력 있는 공격력은 손실이지만, 준수한 1대1 수비력에선 손해를 보지 않았다. 또한, SK의 수비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물론 여전히 완전하진 않지만, 적어도 모비스 위기관리능력이 리그 정상급이라는 게 입증된 3차전이었다.
▲ 위기를 억제하는 만수의 용병술
사실 모비스의 위기관리능력은 1차전부터 돋보였다. SK가 박승리를 투입해 모비스 가드진 수비를 강화했을 때 역으로 수비에서 지역방어를 사용했다. 박승리가 투입될 때 SK의 가드가 1명 줄어들고, 경기운영의 불안요소를 파고 들기 위해 끈끈한 지역방어를 들고 나온 것. 이대성이 빠져 가드진이 불안했던 모비스로선 오히려 상대의 약점을 역공해 성공했다.
모비스는 2차전 막판 주희정에게 연이어 3점포를 얻어 맞아 무너졌다. 주희정에게 내준 3점슛 5개 중 3개가 속공 상황에서 맞은 것이었다. 일단 3차전서 모비스는 리바운드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상대의 속공을 차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 그리고 천대현이 주희정을 악착같이 쫓아다니며 봉쇄했다. 이지원도 김선형을 잘 막으면서 SK 가드진의 공격 효율성이 뚝 떨어졌다.
이밖에 기계와도 같은 스위치 디펜스, 베이스라인에서의 트랩 디펜스 등 역시 페넌트레이션과 파워가 뛰어난 선수가 많은 SK에 미리 대비한 유 감독의 전술이었다. 그럼에도 매 경기 접전을 펼친 건 상대적으로 모비스의 공격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공격 테크니션이 좋은 선수가 부족한 모비스의 현실. 그 역시 모비스의 실질적인 전력이다. 어쨌든 SK 위기관리능력 역시 나쁘진 않았으나 모비스의 그것이 워낙 인상적인 4강 플레이오프다.
▲ LG는 SK보다 모비스가 껄끄럽다
LG 김진 감독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서 “모비스, SK뿐 아니라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모든 팀이 껄끄럽다”라며 한 발을 뺐다. 그러나 LG는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서 확실한 전력 우세를 선보였다. 그런데 LG는 상대적으로 단기전 위기관리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다. 모비스, SK는 KT보다 강하다. LG에도 뒤지지 않는 전력이다. LG의 위기관리능력은 어느 팀을 만나든 관계없이 챔피언결정전서 검증될 전망이다.
LG는 사실 SK보다 모비스가 살짝 더 껄끄럽다. SK가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강호로 발돋움했지만, 단기전서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선보이진 못하는 실정. 그러나 모비스는 전통적으로 위기관리능력에서 확실히 검증된 팀이다. 유 감독의 성향을 보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경우 LG에 대한 기본적인 대비는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은 LG로선 확실히 부담스럽다. 모비스 로드 벤슨 리카르도 라틀리프 함지훈이 LG 골밑에 상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인 점도 LG로선 껄끄러운 부분이다.
물론 LG도 이를 너무나도 잘 안다. LG 역시 김 감독이 모비스, SK에 대한 기본적인 메뉴얼은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경기는 항상 상대적이다. LG로선 4강 플레이오프를 3차전서 끝내면서 내달 2일 챔피언결정 1차전까지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확보한 것도 장점이다. 다만, 실전서 임기응변능력, 위기관리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확실히 4강 플레이오프서 모비스의 위기관리능력은 인상적이다. SK가 그 기세에 살짝 눌리는 형국이다. 챔피언결정전에 먼저 올라간 LG도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모비스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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