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임달식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맙다”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확실히 지쳤다. 지난 20일 KB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으로 28일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 3차전까지 9일간 무려 5경기를 치렀다. 매우 타이트한 스케줄. WKBL이 포스트시즌서 연전을 마련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신한은행은 25일 챔피언결정 1차전 후반전서 갑작스럽게 체력이 뚝 떨어지면서 대패했다. 2차전은 시소 게임을 펼쳤으나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런데 3차전서 투혼을 발휘했다. 경기 내내 집중력과 투지가 대단했다. 오히려 우리은행이 경기 막판이 되자 집중력과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화된 모습이었다. 기세가 오른 신한은행은 연장전서 펄펄 날았다. 홈에서 상대에 절대로 우승컵을 내줄 수 없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역시 농구는 경기에 임하는 마인드와 자세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높은 스포츠다.
▲ 9일간 5경기, 신한은행 체력 사이클 변화
한 가지 궁금한 점. 챔피언결정 1차전서 체력이 뚝 떨어진 신한은행이 어떻게 2차전과 3차전서 살아난 것일까. 그리고 4일간 3경기를 치른 우리은행이 왜 오히려 더 힘들어한 것일까. 임 감독은 “우린 1차전서 체력의 최저점을 찍은 것이다”라고 했다. 신한은행에 KB와의 플레이오프는 매우 터프한 승부였다. 모든 선수가 100% 힘을 짜냈다.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단기전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오프부터 이겨야 챔피언결정전을 생각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에 25일 챔피언결정 1차전은 6일간 3경기째를 치르는 일정이었다. 체력이 뚝 떨어졌다. 좀처럼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트렌지션이 빠르고 정확한 스크린에 의해 파생되는 플레이를 즐기는 우리은행은 손쉽게 신한은행을 요리했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보다 집중력, 긴장감이 높다. 정규시즌 2배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더구나 여자선수들은 남자선수들에 비해 피로 회복 속도가 늦다. 신한은행으로선 1차전 후반전이 체력과 컨디션의 최저점이었다.
임 감독은 “1차전서 바닥을 찍었으니 2차전서 오히려 컨디션이 올라왔다. 여전히 체력이 뚝 떨어진 상태지만, 그 흐름대로 쭉 갈 것”이라고 했다. 마라톤 선수가 사점을 넘기면 어느 수준까지는 최소한의 힘을 발휘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임 감독의 말은 맞아떨어졌다. 신한은행은 2차전 전반전서 우리은행 특유의 트랩 수비에 연이어 속공을 내줘 속절없이 무너졌지만, 후반 들어 우리은행이 느슨한 집중력을 선보이자 무섭게 추격해 동점까지 만들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체력 최저점을 극복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3차전 승리는 홈 경기의 특수성에 3연패로 무너질 수 없다는 강인한 마인드가 결합한 결과였다.
▲ 우리은행의 구조적 약점과 체력 사이클
우리은행은 25일 챔피언결정 1차전을 치렀다. 28일까지 4일간 3경기를 소화했다. 우리은행은 경기 초반부터 심상찮았다. 타이트한 수비가 기본옵션인 우리은행이 느슨한 외곽 수비를 선보였다. 2쿼터에 골밑 함정 수비에 몇 차례 성공하며 신한은행이 바깥으로 빼주는 볼을 스틸해 속공 득점으로 연결하며 추격했지만, 신한은행이 3쿼터 들어 적절한 멤버 교체로 흐름을 돌리자 주도권을 내줬다. 위성우 감독은 “우리도 이젠 체력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신한은행도 6일간 3경기를 치른 시점에 체력이 뚝 떨어졌다. 4일간 3경기를 치른 우리은행의 체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우리은행은 기본적으로 트랩 디펜스, 하프 코트 프레스, 풀 코트 프레스 등 많이 뛰는 수비를 즐긴다. 체력 최저점을 찍은 신한은행보다 오히려 우리은행 선수들의 체력이 좋지 않았던 건 이유가 있다.
여기엔 우리은행의 구조적 약점도 숨어있다. 우리은행은 4쿼터 막판 5점 뒤진 상황서 이은혜의 3점포, 박혜진의 돌파 등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수비 대형이 무너지면서 연속 실점했다. 4쿼터 종료 6.7초 전 곽주영에게 내준 동점 레이업 슛도 사실 곽주영을 체크하지 못한 우리은행 수비의 실수였다.
다시 말해서 승부처서 확실하게 팀을 잡아줄 선수가 부족한 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은행 박혜진 이승아 양지희는 많이 성장했지만, 큰 경기서의 부족함도 분명히 노출된 상태다. 구심점 역할을 하는 임영희의 체력도 많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신한은행 최윤아 김단비가 흐름을 주도했다. 최윤아는 연장전 9점을 모두 자신의 손으로 해결했다. 체력전을 즐기는 우리은행의 발이 묶이니 신한은행의 노련미가 승부를 지배했다.
4~5차전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우리은행 역시 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체력이 최저점을 찍었는지가 관건이다. 그럴 경우 기본적인 경기력서 신한은행에 우위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벼랑 끝에서 노련미로 버텨내고 있다. 이날 5일간 4경기째를 치르는 우리은행의 체력이 회복되지 않았다면 신한은행으로선 승부를 유리하게 이끌 수도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로 열흘간 6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다. 신한은행의 뜻밖의 투혼이 챔피언결정전 흐름을 뒤흔들었다.
[챔피언결정 3차전 주요장면. 사진 = 안산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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