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류중일 감독의 꿈이 하루 지나서 현실이 됐다.
삼성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가 30일 대구 KIA전서 2번 2루수로 선발출전해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다. 나바로는 29일 개막전서는 7번 2루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타구의 질은 굉장히 날카로웠다. 나바로는 7번에서 2번으로 올라온 개막 두번째 경기서 마침내 포효했다. 한국 데뷔 첫 홈런과 3루타를 날려 4타점을 쓸어담았다. 4타수 2안타 4타점 1득점.
나바로는 1회 무사 1루에선 송은범의 초구 143km짜리 직구를 걷어올려 좌측 폴대를 맞히는 선제 투런포를 날렸다. 4회 2사 1,2루에서도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3루타를 날렸다. 홈까지 쇄도하다 아웃됐지만, 나바로의 시원스러운 타격은 단연 돋보였다. 나바로의 장타 2방이 결국 삼성의 올 시즌 첫 승으로 이어졌다.
사실 나바로의 활약을 두고 뒷이야기가 많다. 우선 류중일 감독의 사연. 류 감독은 29일 개막전을 앞두고 “어젯밤 꿈에 나바로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의 꿈은 이렇다. 류 감독의 꿈에 나바로가 나와서 좌중간 홈런을 때렸다. 그런데 이후 나바로가 3루까지만 밟고 홈을 밟지 않은 채 3루쪽 삼성 응원단석으로 올라가서 삼성 팬들과 춤을 췄다는 게 꿈의 주요 내용이다. 류 감독은 홈런을 치고도 홈을 밟지 않고 팬들과 덩실덩실 춤을 춘 나바로가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어이 없이 웃었다고 한다. 류 감독은 “춤 추는 것 보고 잠이 깼다”라고 웃었다.
이 사연을 이제서야 공개하는 건 나바로가 개막전서 안타를 1개도 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1점 뒤진 9회 2사 3루서 잘 맞은 타구가 좌익수 플라이가 돼 특히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타구 자체는 굉장히 잘 맞았다. 류 감독은 “아, 혹시 넘어가나 싶었는데 잡히더라”며 취재진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류 감독의 꿈은 결코 개꿈이 아니었다. 하루 지난 30일 경기서 실현됐다. 홈런 방향도 좌측이었으니 류 감독의 꿈에서 나온 홈런과 비슷했다. 나바로는 류 감독의 우려(?)와는 달리 홈런을 친 뒤 3루 관중석으로 올라가지 않고 무사히 홈을 밟았다. 류 감독은 그런 나바로를 보고 기쁘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나바로의 성격은 쾌활한 듯하다. 이날 2회 선발투수 릭 밴덴헐크의 제구가 흔들리자 무사 만루 상황에서 김태한 투수코치가 올라왔다. 나바로는 이때 슬그머니 마운드에 올라와서 허리에 손을 얹는 포즈를 취해 대구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동료들이 마운드에 올라오지 않자 조용히 2루로 돌아갔다. 본래 미국에선 이런 위기 상황에서 내야수들이 모이곤 한다.
한편, 나바로는 현재 어머니와 함께 지낸다고 한다. 구단은 나바로에게 숙소를 제공했는데, 나바로의 어머니 마리사 나바로가 지난 26일 입국해 현재 나바로와 함께 지낸다고 한다. 나바로는 개막 2연전서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출전했고, 나바로의 어머니는 아들의 한국 데뷔 2연전을 직접 대구구장에서 지켜봤다. 나바로의 맹타에 삼성 팬들 뿐 아니라 류 감독도, 나바로 어머니 마리사 나바로 씨도 기뻐했을 것 같다.
[나바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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