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의 단기전 장악력, LG를 어떻게 공략할까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유재학 감독의 챔피언결정전 장악력이 궁금하다.

모비스와 SK의 4강 플레이오프. ‘만수’ 유재학 감독의 디테일한 전술, 전략이 지배한 시리즈였다. SK는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 이어 또 한번 단기전서 모비스에 무너졌다. 유재학 감독은 SK의 모든 걸 꿰뚫은 뒤 실전에서 한 박자 빠르게 대처했다. SK는 정규시즌과 달라진 모비스에 끌려 다녔다. SK는 2차전서 베테랑 주희정 카드가 주효하면서 승리했지만, 결국 3~4차전서 무너졌다.

이젠 챔피언결정전이다. 모비스의 상대는 LG. 유 감독도 LG를 정말 버거운 상대로 여긴다. 기본적으로 멤버 구성에 빈틈이 없는데다 SK와는 달리 노련한 해결사가 2명(문태종, 데이본 제퍼슨)이나 있다. 유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제퍼슨을 막을 방법은 보이는데 워낙 스텝이 좋아서 마무리 능력이 너무 좋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알고도 못 막겠다는 것. 유 감독이 해법을 찾았는지 궁금하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 복잡한 제퍼슨-문태종 봉쇄법

모비스와 LG는 정규시즌서 3승3패로 호각지세였다. 모비스로선 역시 문태종과 제퍼슨의 득점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외곽에서 플레이 하는 문태종과 골밑과 외곽을 오가는 제퍼슨을 동시에 막기란 무척 힘들다. 예를 들어 둘 중 1명에게 어설프게 도움수비를 갈 경우 나머지 1명이 완벽한 오픈찬스를 맞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비스로선 톱니바퀴 같은 외곽 로테이션 수비가 필요하다. LG에 외곽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가 즐비하기 때문에 이는 필수요소다.

유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서 애런 헤인즈의 공격을 막을 때 약속된 트랩 디펜스를 사용했다. 헤인즈에게 베이스라인을 열어준 뒤 도움 수비자가 매우 정교한 타이밍에 함정을 놓는 것. 약속된 움직임이 매우 중요하다. 제퍼슨 봉쇄에도 트랩 디펜스를 사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제퍼슨은 기본적으로 반칙 유도 능력이 좋다. 무작정 더블팀 수비, 혹은 파울을 감수한 물량공세는 위험하다. 자유투로 대량 실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와는 달리 LG는 패싱 센스를 갖춘 주전가드 김시래가 있고, 위기에선 문태종도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매우 정교하고 약속된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으면 제퍼슨을 막다가 외곽포를 맞을 수 있다. 모비스가 LG에 6라운드서 대패한 건 유병훈 등 가드진에게 연이어 맞은 3점포가 결정적이었다.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준비시간은 3일. LG 맞춤형 수비를 완성할지 두고 볼 일이다. 참고로 유 감독은 정규시즌엔 김종규의 날카로운 킥 아웃 패스를 의식해 로테이션 수비가 느린 문태영과 함지훈을 동시에 기용하지 않기도 했다. 모비스로선 신경써야 할 게 많다. 한편으로 제퍼슨과 문태종에겐 어느 정도 줄 점수를 준 뒤 다른 선수들을 더욱 타이트하게 막을 가능성도 있다.

▲ 모비스 내부적인 변수들

유 감독은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서 선수 개개인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한 뒤 철저하게 동기부여를 했다. 때문에 개개인의 전투력이 극대화됐다. 챔피언결정전서는 이런 부분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모비스는 개개인의 집중력이 느슨해질 경우 그대로 무너질 수 있다. 적당한 긴장감도 필요하다. 모비스는 LG보다 챔피언결정전 경험이 많지만, 체력 부담이 있다. LG보다 1경기를 더 많이 치렀고, 주전들의 평균연령이 LG보다 높다. 수비를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 때보다 더욱 촘촘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때문에 챔피언결정전이 장기화될 경우 체력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이동거리가 짧다는 건 모비스로선 반가운 일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창원과 울산을 오가는 스케줄이다. 약 1시간 거리. 두 팀은 동선을 최소화하면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초반 1~4차전이 5일동안 모두 치러진다는 게 변수다. 당연히 가용인력이 LG보다 적은 모비스에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유 감독으로선 선수 활용의 폭을 극대화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대성의 합류도 아직은 미지수다. 이대성은 4강 플레이오프서 끝내 합류하지 못했다. 예상보다 부상이 심각했다. 모비스는 약속된 움직임으로 이대성의 좋은 수비력을 완벽하게 메웠다. 역시 아쉬운 부분은 공격이다. 이대성 특유의 화끈한 외곽포와 날카로운 돌파는 다른 선수들이 메울 수 없는 부분이다. 승부처에서 이대성의 공격력은 모비스의 또 다른 옵션이다. 여전히 경기운영에 미세한 약점이 있지만, 유 감독의 적절한 선수교체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 유 감독이 이대성 변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궁금하다.

[유재학 감독(위), 모비스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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