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개막 2연전서 고민이 드러났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시범경기 내내 “불펜 투수들을 눈 여겨 보고 있다”라고 했다. 송 감독은 시범경기 이후 투수들의 성적과 구위, 투구 밸런스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개막전 엔트리를 짰다. 마무리 이용찬만 확정한 상황. 나머지 투수들의 경우 개막과 동시에 1군 진입을 위해 약 1.5~2대1의 경쟁을 벌였다.
홍상삼 정재훈 정도가 필승조에 들어가는 게 기정 사실화 된 상황. 다른 투수들의 정확한 쓰임새를 파악하는 건 매우 어려웠다. 송 감독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경쟁 팀들이 미리 파악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고려됐다. 결국 29~30일 LG와의 개막 2연전서 올 시즌 두산 불펜의 실체가 살짝 드러났다.
▲ 필승조와 추격조의 큰 격차
어느 팀이든 필승계투조와 추격조의 기량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 간극이 좁으면 팀이 강하다는 증거고, 반대의 경우 마운드를 꾸려가기가 쉽지 않다. 두산은 29일 개막전서 5-3으로 앞선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홍상삼이 2이닝, 정재훈과 이용찬이 차례로 1이닝을 던져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정재훈이 1실점했으나 필승조에서 탈락할 정도의 구위와 내용은 아니었다. 이용찬은 세이브를 수확하며 마무리 연착륙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홍상삼 정재훈 이용찬의 필승조는 확실히 무게감과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30일 경기는 양상이 달랐다. 선발 노경은이 4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상황. 최대한 버텨줄 투수를 찾는 게 필요했다. 뒤지고 있었지만, 경기 막판 추격을 위해선 불펜의 실점 최소화가 필요했다. 그러나 좌완 정대현이 아웃카운트를 단 1개도 잡지 못하고 3실점했다. 이어 최병욱이 2이닝 2실점, 윤명준이 1⅔이닝 1실점, 오헌택이 1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승부를 끝냈다. 이날 두산 불펜진은 4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정대현이 투입될 당시 두산은 5회 약 4~5점 리드를 내준 상황. 오히려 두산 불펜은 점수 차가 더욱 벌어지는 데 일조했다. 결국 경기 막판 승부를 쉽게 넘겨줘야 했다.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도 윤명준, 오현택은 실점하며 깔끔한 피칭을 하지 못했다. 확실히 필승계투조가 아닌 추격조는 불안하다. 현 시점에선 홍상삼 정재훈 외엔 필승조에 편입될만한 투수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식의 이분법적인 기용이 결국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경기 막판 필승조를 다 써버린 뒤 동점 혹은 역전을 할 수도 있다. 두산 타선이 워낙 파괴력이 좋기 때문이다. 연장전서 필승조 아닌 불펜 투수들의 등판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두산 불펜진의 극단의 격차를 감안하면 이런 임기응변에는 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필승조 외의 다른 투수들이 좀 더 기량이 올라와야 한다는 의미. 단기간에 이뤄내긴 쉽지 않은 목표다.
▲ 왼손, 사이드암 활용이 관건
결국 왼손과 사이드암이 관건이다. 이들이 필승조의 효율성을 높여줘야 하고 추격조에 편성될 경우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현승 정대현 허준혁 장민익 등 예년에 비해 왼손투수는 많다. 그러나 송 감독의 만족도를 높여준 선수는 없었다. 송 감독은 “이현승이 키 플레이어”라고 했는데, 아직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사이드암 변진수 오현택 역시 큰 보탬이 되지 못하는 실정.
왼손, 사이드암 불펜진이 좀 더 선전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두산 타선이 강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두산 타선은 막강하다. 그러나 필승조 외의 불펜 투수들이 대량실점할 경우 30일 경기처럼 경기 중반 이후 사실상 추격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야수들의 사기도 떨어뜨린다. 투수들이 계속 실점하면 타자 입장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두산의 이런 극단의 중간계투 문제는 지난해에도 있었던 일이다. 리그 정상급 타선과 선발진이 최대한 커버를 했으나 결국 한계는 있었다. 포스트시즌서 극도의 각성을 했으나 확실히 상황이 특수했다. 지금 두산 불펜은 장기레이스서 좀 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승조에 좌완, 사이드암이 들어가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필승조와 추격조의 기량 격차를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여러 긴박한 상황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다. 적어도 30일 경기처럼 경기 중반 이후 손을 놓아야 할 경기를 줄일 수 있다.
송일수 감독으로서도 답답한 상황이다. 불펜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순위싸움을 하면서 불펜을 안정화시키고 효율성을 업그레이드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올 시즌 두산의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송 감독의 묘수가 필요하다.
[두산 투수들과 포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