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든 자리는 알고 난 자리는 모른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있다. 삼성이 올 시즌 이 속담을 뒤집으려 한다. 난 자리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건 결국 전력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28경기의 장기레이스. 어떤 이유로든 전력 공백은 생기기 마련이다. 난 자리는 아무도 모르게 메우고, 든 자리는 누구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선수를 배출하는 팀이 진정한 강팀이다. 이른바 속담의 파괴다.
사실 삼성의 전력공백이 심각한 수준이다. 오승환 배영섭 조동찬 권오준 신용운 J.D. 마틴에 이어 진갑용 이지영마저 이탈했다. 오승환의 난 자리는 임창용이 든든하게 메울 전망이다. 배영섭 역할은 정형식, 조동찬 역할은 야마이코 나바로, 진갑용과 이지영 역할은 이흥련과 이정식이 맡는다. 사실 확신은 없다. 그러나 개막 2연전만 놓고 보면 희망은 있었다.
▲ 괴짜 나바로, 4타점 맹타 뒷이야기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 경력만 놓고 보면 9개구단 외국인타자 중 가장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넥센 염경엽 감독은 “국내에서 성공한 외국인타자 중에 누가 커리어가 좋았나?”라고 했다. 과거 경력보단 국내야구 적응이 키 포인트. 나바로는 적응력이 좋다. 스프링캠프부터 정규시즌 개막 2연전까지 나바로가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다. 부상으로 이탈한 조동찬, 나바로의 등장으로 밀려난 김태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홈런타자는 아니다. 그러나 일발장타력은 있다. 30일 대구 KIA전서 2번 2루수로 나섰다. 1회 첫 타석에서 송은범의 초구 직구를 잡아당겨 라인드라이브로 좌측 폴대를 맞히는 선제 투런포를 작렬했다. 4회에는 화끈한 2타점 3루타를 작렬해 4타점을 완성했다. 스윙스피드도 빠르고 발도 빨라 효용가치가 높다. 류중일 감독은 2루 수비도 합격점을 내렸다. 또한, 류 감독은 번트로 아웃카운트를 소비하지 않고도 득점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한 2번타자를 원한다. 나바로가 적격이다.
괴짜 기질도 있다. 2타점 3루타 이후 김재걸 3루 베이스 코치의 저지를 보고도 홈으로 뛰다 횡사했다. 나바로는 이를 두고 “3루 코치의 사인을 봤지만,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나바로는 이날 경기 후 3루 관중석에 올라가서 응원단장과 함께 춤을 추며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류 감독이 개막전 전날 나바로가 홈런을 치고 홈도 밟지 않고 곧바로 3루단상에 올라가 춤을 추는 꿈을 꿨는데, 하루가 지나서 현실이 된 것도 놀랍다. 홈은 제대로 밟았고, 춤도 제대로 췄다.
또한, 나바로의 어머니 마리사 나바로 씨가 지난 26일 입국해 올 시즌 내내 나바로과 함께 대구에 머무른다고 한다. 마리사의 아들 사랑이 극진하다는 후문. 마리사는 개막 2연전도 모두 지켜봤다. 나바로도 “엄마가 내 경기를 봐서 행복하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나바로는 올 시즌 홈 경기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나선다.
▲ 정형식의 풀타임 톱타자 도전
류 감독은 “올 시즌 톱타자는 정형식이다. 밀어붙인다”라고 했다. 사실 류 감독은 톱타자 고민을 많이 했다. 물론 애당초 정형식이 유력 후보였다. 그러나 류 감독은 문선엽, 이상훈의 중용을 비롯해 나바로를 톱타자로 쓸 생각까지 했다. 결국 류 감독은 정형식을 택했다. “발이 빠르고 수비가 좋아서 활용가치가 높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정형식은 29일 개막전서 삼진 3개를 당했다. 또한, 1회 수비에서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김주찬의 우중간 뜬공을 처리하려다 우익수 박한이와 사인이 맞지 않아 실책이 나온 것. 류 감독은 “콜이 들리지 않으면 약속된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라고 일침했다. 그러나 정형식은 8회 전진수비 상황에서 안타를 잡아 홈 다이렉트 송구로 KIA의 추가점을 막아내기도 했다. 정형식은 30일 경기를 앞두고 “결국 포수가 잘 잡은 것”이라며 웃었지만, 정형식의 재능을 확인한 장면이었다. 정형식은 30일 경기서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제 몫을 했다. 정형식은 충분히 톱타자로서 가치가 있다. 풀타임을 뛰었을 때 성적이 매우 궁금하다.
▲ 류중일의 승부수 이흥련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 포수다. 원래 포수는 삼성에서 가장 취약한 파트다. 그런데 개막을 앞두고 진갑용이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수술 날짜 받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진갑용은 전반기는 사실상 아웃이다. 그런데 개막전서 이지영이 송구 도중 왼쪽 늑간근 손상을 입어 2~4주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지영은 30일 경기를 앞두고 1군에서 말소됐다. 지난해 1군 포수진이 올 시즌 개막 2경기만에 완전히 붕괴됐다.
류 감독의 선택은 대졸 2년차 이흥련이다. 그리고 이정식을 백업으로 1군에 올렸다. 류 감독은 “이흥련은 스프링캠프서 기량이 많이 발전한 포수다. 세리자와 코치도 블로킹과 송구능력이 좋다고 봤다“라고 했다. 물론 아직 검증이 많이 필요하다. 톱타자와 2루수에 비해 불안해 보이는 자리다. 30일 경기서 8번 포수로 선발출전한 이흥련은 첫 타석에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흥련은 몸에 맞는 볼도 기록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온전히 1경기를 소화했다. 아무래도 수비력과 투수리드 등에서 검증이 많이 필요하다. 경기 내내 제구가 흔들린 릭 밴덴헐크를 5이닝 3실점으로 이끌어냈다.
류 감독은 “사람들은 검증된 선수가 아니니 걱정할 것이다”라면서도 “처음부터 1군에서 잘하는 선수는 없다. 잘 해내면 선수가 되는 것이고, 못하면 만년 백업으로 남는 것이다. 모든 선수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 파괴론의 핵심이다. 삼성의 든 자리 나바로 정형식 이흥련의 성적에 따라 조동찬 배영섭 이지영 진갑용의 난 자리가 크게 보일 수도, 아예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나바로(위), 정형식(가운데), 이흥련(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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