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해 국내야구 관중 수에 대한 걱정이 많다.
지난해 국내야구 총 관중 수는 644만1945명이었다. 2006년 이후 7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역대 최고관중을 기록했던 2012년 총 관중 수는 715만6157명이었다. 올 시즌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년만의 700만관중 복귀를 목표로 내걸었다. 9개구단이 KBO에 제출한 홈 경기 목표 관중 수를 모두 더하면 701만 9680명이다. 9개구단이 모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700만 관중 복귀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다고 봐야 한다.
사실 올 시즌이 관중 유치를 하는 데 호락호락한 시즌은 아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라는 거대 변수가 있다. 단순히 경기 시간이 겹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야구에도 관심을 쏟는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호재도 있다.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전력이 평준화됐다. 8팀이 개막 2연전서 모두 1승1패를 했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물고 물리는 순위 싸움은 팬들의 관심을 모을 것이 확실시 된다. 외국인타자들과 토종타자들이 벌이는 화끈한 타격 쇼 역시 플러스 요소다.
▲ 어차피 야구장에 올 사람은 온다
지난해 관중 수가 줄었지만, 체감적인 마이너스 효과는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선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유입된 야구 소비자들 중 상당수가 고정 소비자로 정착했다. 다시 말해서, 확실한 팬심을 갖고 시즌 티켓을 구입하는 등 주위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야구에 지출을 하는 사람들은 10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다. 이들은 온, 오프라인서 꾸준한 유대관계를 통해 새로운 소비 문화를 창조했다. 가족, 연인은 물론이고 여성 팬들도 상당히 많아졌다.
이런 사람들은 관중 수가 줄었던 지난해에도 야구장을 꾸준히 찾았고,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럴 가능성이 크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열려도 야구장에 올 사람들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요즘 관중들은 야구를 가장 자세히 볼 수 있는 중앙지정석 등 비싼 좌석부터 먼저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야구를 볼 거면 확실하게 지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충성도가 높다는 의미. 구단들은 이 소비자들을 기본적으로 계속 끌어안고 가야 한다. 그래야 현상유지를 할 수 있다. 이 소비자들은 국내야구 산업의 밑바탕이 되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 숫자에 집착하지 말자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600만이든, 700만이든, 더 이상 야구인들이 숫자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그는 “700만을 위한 700만은 필요 없다. 올해 700만을 동원해도 내년에 700만을 채우지 못하면 어쩔 것인가. 구단과 KBO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야구산업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라고 했다. 단순히 관중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만년 적자에 허덕이는 구단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국내 스포츠 시장 1위에 걸맞은 산업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위에서 지적한대로 ‘어차피 올 사람들’에 대한 관리는 필수적이다. 참 보고 즐길 거리 많은 세상이다. 그들이 언제 마음을 돌릴지 알 수 없다. 때문에 구단들은 ‘어차피 올 사람들’을 꾸준히 늘려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단순히 목표 관중 수를 채우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를 많이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구단 수익사업에 도움이 된다. 언제까지나 모기업에 의존할 순 없다. 당장의 팀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구단의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이다.
현장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충성도 높은 야구 소비자들을 많이 만들기 위해선 야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 9~10구단이 유입되면서 확실히 국내야구 수준은 정체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선 그 시기를 빨리 당기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최근 몇 년째 지속 중인 타고투저는 결국 투수들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투수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KBO와 대한야구협회와의 긴밀한 협조로 학생야구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 내실을 다지자
관중 수만큼 중요한 게 각종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최근 2년간 포항, 울산, 광주에 연이어 새 구장이 들어섰다. 대구 신축구장도 내년 연말이면 완공된다. 이 구장들은 확실히 팬 친화적으로 건설됐고, 또 건설 중이다. 최근 리모델링한 대전구장 역시 백스톱 뒤에 관중석을 설치했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많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야구장 관리자로부터 구단과 팬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잠실이나 목동의 경우 서울시가 임대료를 크게 올리거나 광고대행사를 직접 계약해 기하급수적인 돈을 벌어들인다. 특히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LG는 현재 시스템에선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서울시에만 좋은 일을 하는 모양새다. 한편,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와 대구 신축구장의 경우 KIA와 삼성이 모그룹에서 300억원과 500억원을 건설비용으로 내면서 25년 장기계약을 맺었고 그럴 예정이다. 지자체들은 구단의 모든 수익금을 취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밖에 선수 보호를 위한 그라운드 관리와 안전펜스의 완전한 설치 등 야구장 정비와 관리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구단과 지자체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또한, 일부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은 여전히 팬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다. 선수단과 팬들이 좀 더 원활하게 스킨십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를 벤치마킹 하는 것도 괜찮다.
프로야구는 1~2년하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숫자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와 양이 아닌 질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구단과 KBO가 생각하고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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