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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KBS 2TV 파일럿 프로그램 '대변인들'이 진부한 기획과 포맷 속에서 정규 편성될 수 있을까.
1일 오후 방송된 '대변인들'은 하나의 테마가 주어지면 갑과 을의 입장에서 서로 대변을 하는 '역지사지 토크쇼'를 표방했다. 하지만 같은 KBS 2TV 프로그램인 '풀하우스' 속 한 코너와 '안녕하세요'를 연상하게 하는 기획으로 식상함을 줬다.
'대변인들'은 2MC인 김구라, 성시경을 비롯해 아나운서 조우종, 방송인 유정현, 오상진, 배우 방은희, 개그우먼 김지민, 문화평론가 김도훈, 개그맨 조세호가 출연해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제1장-적과의 대화'는 '걸그룹의 섹시코드에 대한 문제와 변'을 주제로 걸그룹 레인보우 지숙, 달샤벳 수빈, 스텔라 가영이 출연해 섹시 콘셉트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는 걸그룹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에 대응해 MC 김구라와 한 매체의 기자가 '섹시코드'를 바라보는 입장을 피력, 입씨름을 펼쳤다.
이 코너는 '풀하우스' 속 '근심인형'이란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했는데, 출연 연예인들이 자신의 고민거리에 대해서 털어놓고, 이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틀이 동일했다. '근심인형'이 몇몇 연예인들이 출연해 각자의 사연을 털어 놓는 포맷임을 비교할 때 '대변인들'의 1부 코너는 한 주체의 고민이나 문제점을 두고 다방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었다.
당초 '심야토론'의 예능화를 표방했던 '대변인들'은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웠을 뿐 해당 사안과 문제에 대한 수준 있는 전문가적 관점이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제2장-을과의 대화'에서는 7명의 일반인 출연자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사회적 문제들을 털어놓고, 그 중 가장 해결의 당위성이 높은 사연을 선정했다. 홍대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카페사장, AI(조류인플루엔자) 문제로 양계장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계업자, 애로사항이 많은 택배 기사, 인종차별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필리핀 여성 등이 사연을 전했다.
이 역시 신선하지 못했다. 국민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를 받아, 가장 큰 공감을 주는 고민을 선정하는 '안녕하세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사연자들의 고민을 풀어가는 방식이 그저 나열식에 불과했고, 그에 대한 조언이나 해결 방안 등은 특별히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최종 선정된 양계업자의 주장을 대변하는 방안으로 "다 함께 치킨을 먹으며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유정현의 주장에 따라 출연자들이 다 함께 치킨을 먹는 식의 마무리는 상당한 허무함마저 들게 했다.
게스트들은 잘 어우러지지 못하고 부조화를 이루며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다. MC 중에선 조세호만이 '을트라맨'이라는 설정을 통해 일반인 출연자들을 이끌며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대변인들'은 조금 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시도가 가능한 파일럿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불구, 그 기회를 기존에 있는 포맷들의 짜깁기로 씁쓸한 뒷맛만을 남겼다.
[KBS 2TV 파일럿 프로그램 '대변인들'. 사진 = KBS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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