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목동 김진성 기자] “볼스테드와 호흡을 맞춰서 2-0으로 이겼죠.”
두산 송일수 감독은 2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대뜸 “어젯밤에 꿈을 꿨는데, 볼스테드와 호흡을 맞춰 2-0으로 이겼다”라고 껄껄 웃었다. 이날 두산 선발투수가 크리스 볼스테드였는데, 송 감독이 미리 이날 경기 결과에 대한 꿈을 꾼 것이다. 꿈에서 송 감독은 볼스테드와 좋은 호흡을 과시하며 승리를 했다며 은근히 실제 결과도 좋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낸 것이다.
송 감독의 꿈이 현실화됐다. 2-0은 아니었다. 두산은 이날 9-5로 승리했다. 선발 볼스테드는 6⅓이닝 4실점(3자책)으로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어쨌든 볼스테드의 선발승과 팀 승리를 미리 예견한 셈이 됐다.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송 감독 본인이 포수로 나섰다는 것이다. 송 감독은 알려진대로 포수 출신이다. 송 감독이 결국 주전포수 양의지 대신 포수로 나섰다는 의미.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 양의지는 전날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3회 2사 만루 찬스에서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를 날렸으나 넥센 좌익수 비니 로티노의 실책이 기록됐다. 양의지로선 팀도 역전패 당하면서 자신의 기록도 안타로 연결되지 않은 게 썩 좋은 일이 아닐 터. 그러자 송 감독이 대신 포수로 나서서 양의지의 한(?)을 풀어준 모양새가 됐다.
그런데 이날 양의지가 실제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양의지는 이날 3안타(1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2회 1-0으로 앞선 무사 2,3루 찬스서 1타점 좌전적시타를 날렸고 3-1로 앞선 4회에는 1사 1루 상황에서 우전안타를 때렸다. 4-1로 앞선 6회에는 송신영의 초구를 공략해 비거리 120m짜리 중월 솔로포를 날렸다. 시즌 2호 홈런. 9회엔 승리에 쐐기를 박는 희생플라이까지. 양의지의 활약에 두산이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양의지는 선발 크리스 볼스테드와도 호흡을 맞췄다. 다만 볼스테드가 7회 백투백 솔로포를 맞아 마무리가 찜찜했다는 건 아쉬운 대목. 양의지는 2회에는 패스트볼로 1점을 내주기도 했다.
포수 출신 송 감독은 꿈 속에서 양의지 대신 볼스테드와 호흡을 맞춰 2-0 승리를 이끌었다. 제자이자 주전 포수 양의지는 포수 출신 감독에게 “내 자리는 포수”라고 천명했다. 양의지는 확실히 화끈한 한 방이 돋보였다. 물론 꿈 속의 포수 송일수가 좋은 활약을 펼쳤는지, 현실의 포수 양의지가 좋은 활약을 펼쳤는지 비교할 수는 없다. 이날 송 감독은 꿈을 현실로 이끈 주전 포수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두산으로선 송 감독의 꿈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하루였다.
[송일수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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