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27년만에 연기 잘한다는 말 낯서네요"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극본 최란 연출 이동훈) 속 두 얼굴 살인마 장문수 역 오태경은 친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앞서 1998년 MBC '육남매' 속 큰아들 창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살인마로 분한 오태경은 친숙하기도 했지만 그가 보여주는 연기는 신선하고 새로웠다. 그간 꾸준히 연기를 해왔지만 우리가 기억하던 오태경이 또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이는 오태경의 연기력도 한 몫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다 갑자기 살인마의 광기를 보이는 쉽지 않은 사이코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공포에 몰아 넣었다. 극 자체도 긴장감이 넘치는 상황에 오태경의 섬뜩한 연기까지 더해지자 시청자들의 극 몰입도는 더 높아졌다.
오태경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연기력에 대한 주위 칭찬에 "나를 보면서 잘했다, 못했다를 말 하는 것은 어렵다. 부족했다. 원래는 오태경이 장문수를 연기하는데 장문수도 드라마에서 또 연기를 하지 않았나. 그런 부분에서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입을 열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 "마음가짐이 달라졌죠"
오태경은 호평을 얻고 있음에도 겸손했다. '신의 선물-14일' 촬영장이 고수가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기파 배우들로 가득했기 때문. 그는 대본리딩 당시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감탄했다고 한다. 배우 뿐만 아니라 감독, 작가, 장르 모든 것이 좋았다. 본인 빼고 모든 것이 멋있다고 느꼈을 정도다.
이 느낌은 현장에서 더 강했다. 영화 '조난자들' 출연 전 건강 상태와 여러가지가 겹치면서 잠시 연기를 하지 못하게 되자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커졌던 찰나 오태경은 '조난자들'에 이어 '신의 선물-14일'에 출연하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커졌다.
"연기를 되게 하고 싶었다. '조난자들'과 '신의 선물-14일' 모두 내가 연기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 환경을 제공해주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최소한 기대하는 만큼은 해야 하지 않나. 전과는 마음이 좀 달랐다. 전에 열심히 안했다는 것은 아닌데 지금도 어리지만 어쨌든 30대가 됐다. 지금 20대 때를 생각해보면 나이도 어렸고 일을 임하는 자세도 어렸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의 감사한 마음과 내 자신에 대한 마인드가 조금 더 박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나이도, 마음가짐도 어렸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욕심도 없었다. 운이 좋아 어쨌든 근근이 작은 역할이라도 일이 있었다. 그에 반해 노력과 열정이 부족했던 것 같다."
노력과 열정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다행히도 오태경은 천생 배우였다. 일이 없을 때 자신의 문제점들을 돌아봤고 그러다 보니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너무 당연한거지만 그 당연한 것이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이런 시점에 '신의 선물-14일' 현장은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그는 "누구나 다 과거는 후회하면서 살겠지만 '그땐 왜이렇게 노력을 안했을까' 이런 마음이 드는 현장이다. 그 전보다는 많이 연구하고 준비하려고 한다. 공부도 많이 해가는데 그런데도 부족하더라"며 "선배님들 모두 괜히 잘 한다 하는 분들이 아니었다. 나도 나름 노력한다고 했는데 현장에 와서 보니 더 노력해야겠더라"고 말했다.
▲ "실제로도 정상적이진 않아요"
연기에 대한 갈망이 가득찬 상태에서 만난 장문수. 많은 배우들이 탐내면서도 어려워하는 두 얼굴의 살인마, 사이코 역할을 연기한 오태경은 어땠을까. 오태경은 "앞부분에서는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는 캐릭터다 보니 수위 조절이 힘들더라. 평소 어느 정도는 싸이코의 모습이 보여야 할 것 같은데 또 그게 티 나면 안되니까 대사 한마디 할 때도 신경 쓰였다"고 고백했다.
"앞부분엔 수위 조절이 없었다. 근데 그게 더 힘들더라. 다음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음녀 좋겠다. 이번에는 내가 내 모습을 봐도 여유가 많이 안 보이더라. 미쳤을 때 여유로운 사이코를 연기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한때 범죄심리학자가 되고 싶어 책을 많이 읽었다. 전문적인 서적은 아니었고 재미로 읽었다. 취미삼아 읽다보니 어느 정도 보는 눈이 생기긴 하더라."
그렇다면 그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오태경은 "실제 성격도 정상적이진 않다. 비정상적인데 궁금한걸 별로 못 참는다. 그러다보니까 돌발행동들을 하게 되고 친구들이 '미쳤나봐' 그럴 때도 있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원래 성격이 긍정적이고 낙천주의다. 그러다 보니까 위험한 것들에 대해 불감한 편이다. 예를 들면 밥 먹으러 갔는데 뭐가 깨진 소리가 나면 별로 신경을 안 쓴다. '깨졌나보지, 다치지 않았나보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남들은 화들짝 놀래기도 하고 찾아보고 그러더라. 하지만 난 굳이 그러지 않는다. 침착한 성격이다."
▲ "27년만에 연기 잘 한다는 말 들었네요"
사실 오태경은 1988년 7살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한 배우. 신선함보다 친숙함이 더 강할 연차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오태경은 대중에게 친숙함보다 신선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외모도 조금은 변했고 분위기나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변했다.
오태경은 "외모가 많이 변했다는 말도 많이 하는데 부정할 수 없다. 변한 것도 사실이고 갑상선항진증을 앓아 좀 변한 것도 있다"며 "'육남매' 대는 17살이었는데 지금 33살인 내 모습과 비교하면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기를 할 때 조금 더 멋있어 보이게 연기 하고 싶은 스타일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안 멋있어 보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물론 슬럼프도 있었다. 사실 처음엔 운이 좋았다. 연기를 배운 적이 없어 분석하는데 익숙하지 않았음에도 작품을 계속 하게 됐었다. 배운다고 꼭 잘 하는건 아니지만 나같은 경우 100% 느낌으로만 연기하다보니 뒷받침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뭔가 못한건 아닌데 칭찬하긴 좀 그런 시기에 슬럼프가 왔다. 곰곰히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연기를 더럽게 못한다고 욕 먹은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 받은 적도 없었다. 그건 문제가 있는 거다."
오태경은 이런 고민을 영화 '황진이'를 통해 하게 됐다. 당시 장윤현 감독은 오태경에게 "너는 너무 공부 안 해온 티가 난다. 느낌으로만 연기한다"고 말했다. 당시 오태경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오태경은 "미지의 세계를 알아 버렸다.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던 고민에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 싶었다. 그러다 죽어라 보고 죽어라 메모했다. 슬럼프를 극복하기까지 꽤 걸렸다. 2~3년은 헤어나오질 못했다. 그러다 극복을 했고 연기를 하고싶은 열망이 더 강해졌다. 그러던 차에 '조난자들', '신의 선물-14일'을 만나 27년 만에 연기 잘 한다는 말을 들어 낯설다. 계속해서 노력하려 한다. 뛰어가도 좋고 걸어가도 좋고 기어가도 좋으니 전진을 좀 하고 싶다."
[배우 오태경.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