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성범죄라는 단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청소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그 불편함은 더욱 올라간다. 최근 들어 뉴스 등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청소년 성범죄는 분노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시점에서 영화에도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다뤄지고 있다. 불편한 소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할 순 없다. 영화 속 문제들은 현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구하다.
영화 '베스트셀러'를 연출했던 이정호 감독의 신작 '방황하는 칼날'(10일 개봉)은 이런 청소년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백야행' '용의자X의 헌신' 등을 집필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방황하는 칼날'은 한 순간에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아버지, 그리고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의 가슴 시린 추격을 그린 드라마다. 정재영이 살인자가 된 아버지 역을, 이성민이 그 아버지를 잡아야 하는 형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 작품은 영화를 본 후 통쾌함이나 후련함은 없다. 아버지 상현의 한, 그저 장난감 취급을 받고 죽은 딸의 한을 풀어주지는 못한다. 영화를 본 후 밀려오는 미안함은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방황하는 칼날'에 등장하는 '여중생을 죽인' 18세 소년들의 몇몇은 어린들의 시선에서 약간 어긋나있다. 상세히 묘사돼 있지는 않지만 어른들의 보호도, 가르침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예상케 한다.
영화는 '누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나'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청소년 범죄의 문제는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인식한 법은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기 보다는 최소한의 형량을 통해 교화시켜 다시 사회로 돌려보낸다. 이는 과연 올바른 것일까.
반대로 생각했을 때 영화 속 억관의 대사처럼 '범죄에 애, 어른이 어디 있냐'는 것을 적용시켜, 성인 동등한 법의 잣대를 들이민다고 한들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두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화 한편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질문을 던질 수는 있다. '방황하는 칼날'이 불편한 소재지만, 무조건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다. 영화보다 현실은 더욱 잔인할 수 있다. 무조건 외면하고, 그들을 격리 시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방황하는 칼날'에서 방황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어쩌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방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방황하는 칼날' 포스터, 스틸컷.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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