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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밴드 먼데이 서울 그룹 사운드 보컬로 활동 중'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고민이 있긴 한 걸까 싶은 얼굴로 만날 때마다 웃고 있는데, 배우 신다은이 가진 꽤 깊은 고민은 '사람'이다. "사람 만나는 게 좀 힘들다"고 한다.
"괜히 내가 상처 받을까 봐"란 이유다. 1985년생으로 올해 서른이 된 신다은은 20대랑 다르냐고 물었더니 "다르다면 다른 것 같고, 괜히 서른 핑계 대는 것도 같고"라고 했다. 어디서 주워들었다며 "나이 들면 아는 사람은 많은데, 친한 사람은 줄어든다더라. 공감 많이 된다"고 한다.
새로운 사람 만나기가 "겁난다"고 했다. 연예인이란 직업이다.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그 빛이 너무 강해 타인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사람. '가장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도록 훈련된 이들이라 타인에게 가면 벗은 속마음 터놓는 것도 쉬울 리 없다. '나를 불편해 할 거야'란 생각이 먼저 들이닥친다고 한다.
대신 그래서 가장 행복할 때가 "오래 본 사람들을 계속 오래 보는 것"이라고 했다. "미용실 사람들이나 스태프들도 그렇고 다 몇 년씩 계속 봐왔던 사람들이다. 끝난 작품의 배우들도 계속 보고 있고. 연예인은 직업 특성상 관계가 단발적이다. 한 번 보고 딱 헤어지고.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다. '연예인'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다행인 거다. 외로워지지 않으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을 오래 볼 수 있어서 행복하고 뿌듯하다." 연예인인데 연예인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다행이란다. 신다은이 말한 연예인은 화려하게 빛나지만 외롭고, 모두가 바라보고 있지만 아무도 곁에 없는 연예인을 가리켰다.
'연예인' 되고 싶지 않은 신다은은 직장인 밴드를 하고 있다. 방송국이란 직장에서 일하는 신다은은 직장에서 나와 홍대로 향해 진짜 직장인들과 어울려 기타, 드럼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보컬이다. 좋은 사람들과 노래할 수 있는 순간. 밴드 이름은 "먼데이 서울 그룹 사운드. 월요일마다 만나서 합주한다"고 했다. 장르는 록. 함께하는 멤버들은 준프로. 하드록에 심취해 헤드뱅잉 하면서 열광하다가 이제는 모던록 쪽을 즐긴다. "록이 적성에 맞는다"고 했다.
공연은 지금까지 2번 했는데, 처음에는 지인들을 잔뜩 초대했지만 두 번째 공연에는 부르지 않았단다. "이건 진짜 취미니까. 왠지 사람들을 부르면 평가 받는 것 같고 일이 되어 버린다는 생각이다. 일할 때 늘 무대에 올라 서면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이것만큼은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촬영에 몸이 지쳐도 밴드 모임은 빠질 수가 없다. "그럴 때면 '아, 이거 진짜 내 취미가 됐구나' 한다. 앨범 같은 건 낼 생각 없고, 나중에 실력 많이 쌓이면 밴드로 봉사활동 가보고 싶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물론 좋지만 "연기를 '주(主)'로 살고 싶진 않다"고 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소망이다. "현장에서 함께 작업하고 싶은,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얼마 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마쳤다. MBC 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 특이하게 황혼 로맨스를 소재로 해 뚜렷한 '막장' 없이 완주한 주말극이었다. "따뜻해서 좋았다. 자극적이지 않고 호흡이 느려서도 좋았고. 사건은 적어도 사람과 그 관계가 있었다. '사랑해서 남주나'의 세계에는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신다은은 당분간 자신이 아끼던 연극 무대로 돌아갈 생각이다. "정석 같은 대답이지만 관객들과 함께 숨쉬는 게 재미있다. 연기하는 순간 관객의 반응이 다 느껴지고, 우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게 재미다." 예전에는 드라마의 재미는 잘 몰랐다고 했다. "'리허설도 안 하고 하는 게 연기야?' 이랬다. 사람들이 '연기 잘 봤다'고 해도 와 닿지 않았다. 크게 고민하지도 못했고 시간에 쫓겨서 연기했으니까. 근데 이제는 좀 알겠더라. 노하우와 순발력도 많이 생겼고, 연극 무대보다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좋다. 눈물 한 방울 흘려도 드라마에선 섬세하게 다 보이니까."
드라마의 재미를 느낀 만큼이나 신다은은 예전보다 이제 좀 달라졌단다. "즐겁게 살려고 한다. 밴드도 재미있고 즐거워서 하는 거다. 단 노력이 따르는 즐거움이다. 술 마시며 노는 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옛날에는 낯을 많이 가렸지만, 이젠 내가 이걸 먼저 깨려고 한다. 날 불편해 할 거란 생각? 물론 불편하겠지. 난 방송 하는 사람이니까. 근데 나부터 그런 생각 안 하고 다가갈 거다. 그래야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으니까."
[배우 신다은.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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