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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크리스 에반스가 한국을 떠났다.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촬영차 입국한지 5일 만이다.
지난 3일 크리스 에반스의 입국은 국내 마블팬, 영화팬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관심까지 앗아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연 배우가 국내에서 진행된 촬영을 위해 내한한 건 처음이기 때문. 여기에 이 블록버스터 영화가 국내외 마니아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어벤져스' 시리즈라는 사실이 더해져 많은 사람들을 흥분케 했다. 뿐만 아니라 마블의 거대한 세계가 완성돼 가는 과정을 직접 목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져 팬들을 즐겁게 했다.
개인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아보였다. 유례가 없을 정도의 지원이 뒷받침됐다. 문체부가 나서서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국내 로케이션이 활성화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황금빛 미래를 예측했고, 한국관광공사 측은 "우리나라 관광 및 영화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 결과 '어벤져스2' 촬영을 위해 마포대교, 강남대교 등의 교통이 통제됐으며 촬영장소 근접 지하철역 일부 출입구가 폐쇄됐다. 평일, 주말 불문하고 도심 곳곳이 '어벤져스2'를 위해 기꺼이 최적의 촬영지로 변신하며 제 한 몸을 희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벤져스2'가 선보인 미래는 핑크빛 그 자체였다. 그동안 중국 혹은 일본 풍으로 묘사되던 한국을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회였고 "적어도 미국에선 서울 배경의 영화는 아직 없었다"는 '어벤져스2'의 조스 웨던 감독의 말처럼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으로 본격 데뷔하는 첫 경험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이 IT강국으로 등장, 종전의 개발도상국이나 분단국가 혹은 돈벌레 등의 이미지를 뒤엎고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 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어벤져스2'로 인한 관광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뒤따랐다.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수치인지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2조원의 파급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예측도 일었다. 영화 한 편이 약 보름 간 촬영하며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그동안 노력해 왔던 것들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어벤져스2'의 촬영이 모두에게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잡음이 뒤따랐다. 일부 사람들이 불평을 토해냈다. 자신의 동의없이, 의지와 상관없이 이뤄진 교통 통제에 불평을 터뜨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사람은 되는데 나는 안 되는' 모호한 통제 기준으로 뿔이 난 구경꾼도 있었다. 촬영장 근처의 상인들은 특수를 입기도 했지만 일부는 장사를 공으로 날렸다며 울상 짓기도 했다.
특히 한국 영화계가 상대적 박탈감을 맛봤다. 물론 '어벤져스2'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 영화에게 철옹성 같았던 벽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게는 너무 쉽게 무너졌다. 어느 영화는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지하철 한 량을 빌리는 데도 어려움을 겼었지만 어느 한 영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지하철역의 일부 출구가 폐쇄됐다. 극명히 다른 온도차는 '어벤져스2'에 대한 특혜, 한국영화에 대한 역차별, 자국 홀대 논란으로까지 불거졌다.
아직 촬영이 진행 중이지만 '어벤져스2'는 이미 '어벤져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듯 하다. '어벤져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를 내세운 영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가 압도적 흥행세를 기록 중이고, '어벤져스2'의 국내 촬영과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의 인기에 힘입어 어린이날을 앞두고 완구 판매시기가 앞당겨졌다. 인기 고공행진 중인 마블의 히어로들이 완구 코너의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건 당연했다. 아이들은 마블의 세계에 열광했고, 부모는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영화관 역시 마찬가지. 아직 영화 개봉까지 약 1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등장하는 자국의 모습을 궁금해 하며 개봉일을 기다리고 있다.
한동안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크리스 에반스는 떠났고, '어벤져스2' 팀은 여전히 한국에 남아 국내 촬영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강남 탄천주차장, 문래동 철강단지, 경기 의왕시 계원예술대학교 인근 도로 등에서 촬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약 보름간의 촬영을 마친 '어벤져스2'팀은 한국을 떠날 예정이지만, 이들은 내년 4월로 예정된 개봉 전까지 한국팬들의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벤져스2'에서 그려지는 서울이 어떨지, 그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는 히어로들의 모습이 어떨지 무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말이다.
[영화 촬영을 위해 입국한 크리스 에반스와 '어벤져스2' 촬영 현장.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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