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승2패. 분명 동등한 상황이다.
그런데 LG가 모비스보다 다급한 느낌이다. LG는 6일 챔피언결정 4차전 패배의 타격이 컸다. 사실 모비스는 1~3차전서 풀지 못했던 매듭을 4차전서 한꺼번에 풀었다. 반면 LG는 리바운드 열세라는 아킬레스건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부적인 시스템의 고민도 생겼다. 4차전서 모비스는 LG의 모든 걸 읽고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LG는 수습만 하다 경기를 끝냈다.
핵심은 모비스가 4차전서 LG 원투펀치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종 수비 해법을 찾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모비스가 제공권 우세 속에서 더 많은 공격권을 가졌음에도 2승2패를 한 건 승부처에서 골결정력이 높은 제퍼슨과 문태종에게 당했기 때문이다. 모비스는 4차전 승부처에서 두 사람에게 임팩트 있는 득점을 거의 내주지 않았다. 모비스의 수비변화로 LG의 경기력 자체가 뚝 떨어졌다. 5차전을 앞둔 LG가 다급한 건, 당장 이런 아킬레스건을 치유하기가 쉽지 않은 시스템 때문이다. 유재학 감독이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자신하는 것도 여기에 힌트가 있다.
▲ 제퍼슨+문태종 봉쇄 해법
모비스는 1~3차전서 주로 로드 벤슨이 제퍼슨을, 문태영이 문태종을 맡았다. 효율성이 떨어졌다. 우선 2~3차전서 벤슨의 경기력이 너무 떨어졌다. 의욕과 집중력이 없었다. 제퍼슨이 펄펄 날았다. 문태영은 문태종을 꽤 잘 막았으나 승부처에선 빈 틈을 파고드는 문태종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했다.
모비스는 그동안 이 매치업의 약점을 알고도 바꾸지 못했다. 제퍼슨을 벤슨이 막지 않으면 결국 함지훈이 맡아야 한다는 의미. 그러나 함지훈은 김종규를 너무나도 잘 막고 있었다. 김종규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곧 모비스의 제공권 우세로 이어졌다. 하지만, 승부처에선 결국 제퍼슨과 문태종에게 점수를 내줬다.
그러자 유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일단 김종규를 벤슨에게 맡겼다. 벤슨의 수비력이 기복이 있지만, 김종규의 경기력이 예상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간파한 상황. 벤슨이 기복이 있어도 데미지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제퍼슨에게 문태영을, 문태종에게 함지훈을 맡겼다. 문태영과 함지훈은 끊임없이 스위치하면서 제퍼슨과 문태종을 맡았다. 그리고 이들은 돌파에 능한 제퍼슨과 문태종에게 베이스라인을 열어준 뒤 돌파를 유도했다. 이후 골밑에 기다리던 벤슨이 기습적으로 트랩 디펜스를 시도했다. 제퍼슨과 문태종은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벤슨은 과감하게 제퍼슨과 문태종에게 트랩 수비를 했다. 김종규의 공격력이 뚝 떨어진 걸 파악했기 때문이다. 김종규가 하이포스트로 나오면 버리다시피 했다. 또 하나. 이 과정에서 제퍼슨과 문태종이 외곽으로 공을 빼줄 때 모비스 가드진이 수 차례 스틸을 해냈고, 속공 득점으로 연결했다. 트랩의 타이밍과 위치에 따라 볼 나오는 방향마저 예측하고 움직인 것이었다. 유 감독의 노련한 용병술이었다.
물론 모비스가 이 수비를 40분 내내 사용한 건 아니었다. 문태영과 함지훈은 발이 느리다는 약점이 있다. 40분 내내 기민하게 스위치하기 어렵다. 후반 들어 문태종이 외곽포를 꽂은 건 결국 문태종을 놓쳤다는 의미다. 때문에 유 감독은 후반 들어 벤슨을 제퍼슨에게, 문태영을 문태종에게 붙이기도 했다. 벤슨의 집중력이 유지되면서 제퍼슨을 잘 막아냈다. 함지훈은 자연스럽게 다시 김종규를 수비했다. LG는 모비스의 이런 기민하고 유기적인 수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 LG는 어떻게 실마리를 풀까
유 감독은 “핵심은 김종규를 외국인선수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모비스 벤슨과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수비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라틀리프의 경우 벤슨보다 수비력이 좋지만, 공격력과 제공권을 감안하면 오래 기용하긴 쉽지 않다. 다시 말해서 김종규 수비를 느슨하게 하면서 그 에너지를 제퍼슨과 문태종 봉쇄에 집중했다는 의미다.
LG로선 김종규의 득점력이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김종규는 1~4차전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부터 계속 긴장감 높은 승부를 펼치면서 체력적,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모습. 더구나 자신보다 힘이 좋고 스텝을 놓는 요령이 뛰어난 함지훈을 상대로 꼼짝하질 못한다. 김진 감독은 “종규가 대학리그를 경험했지만, 프로의 빡빡한 스케줄은 처음이다. 대학 4학년 일정을 마치고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프로로 들어왔다.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 단계 성장한다”라고 주문했다.
김종규로선 시즌 중반 이후 확률을 끌어올린 중거리슛이 터져야 한다. 그래야 김종규 수비자가 다른 선수에게 트랩 혹은 도움 수비를 깊숙하게 들어가지 못한다. 모비스는 5차전서도 기본적으로 4차전과 같은 수비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LG가 5차전서 김종규의 공격이 터질 경우 모비스는 곧바로 함지훈을 다시 붙일 가능성이 크다. 5차전서 함지훈과 문태영이 제퍼슨과 문태종을 봉쇄하지 못해도 모비스는 카드가 있다. 일단 1대1 수비로는 이대성이 문태종을 맡을 수 있다. 발목 부상에서 완벽하게 낫지 못한 게 변수지만, 이대성이 문태종을 맡아주면 문태영이 제퍼슨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결국 LG는 김종규의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또 다른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LG는 기승호 김영환 양우섭 등이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4차전서는 송창무가 벤슨을 맡기도 했다. 예를 들어 송창무가 수비에 좀 더 치중할 경우 김종규가 체력을 세이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김종규와 제퍼슨, 문태종의 공격력이 동시에 터질 수 있는 패턴을 발굴해야 한다. 다만, 시간이 없어 효율성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 모비스 특유의 함정수비를 극복하기 위한 재빠른 볼처리 역시 필수다. 이때 유병훈 김시래 등의 외곽포를 살려야 한다. 확실히 LG가 모비스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챔피언결정전 장면.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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