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장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올 시즌 광주와 울산에 새로운 야구장이 개장했다. 2012년 개장한 포항구장까지 최근 새롭게 문을 연 야구장들의 공통점이 있다. 외야에 정형화된 관중석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외야 관중석이 없는 게 아니라 잔디밭이 조성돼 팬들이 좀 더 자유롭게 야구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정형화된 관중석 대신 잔디밭과 나무가 들어서면서 야구장이 친환경, 팬 친화적인 장소로 탈바꿈했다.
확인 결과, 포항구장과 울산 문수야구장의 시공 업체가 같다고 한다. 포항구장에 먼저 외야 관중석 대신 잔디밭을 깔고 나무를 심었더니 팬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문수야구장에도 똑 같은 형태의 외야석이 지어졌다. 오히려 포항구장보다 더 정돈이 잘 된 느낌이다. 팬들은 잔디 밭에 자유롭게 앉아 간식도 먹고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면서 야구를 볼 수 있게 됐다.
▲ 팬들에게 다가서다
문수야구장 외야가 기가 막힌다. 문수구장은 문수산 자락에 위치했다. 산을 깎아서 만들었다. 외야석 바로 뒤에 산이 있다. 일부 관중들은 산 중턱에 자리를 잡고 야구를 관람하기도 했다. 각종 꽃들이 예쁘게 피면서 장관을 연출했다. 또한,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팬들은 야구를 관람하다 잠시 산책로를 거닐며 꽃 냄새, 풀 냄새를 맡는 여유를 즐겼다.
문수야구장 입구에서 만난 울산시 관계자는 “무엇보다 팬들의 편의를 생각했다. 딱딱한 의자보다는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구단이 마음 먹기에 따라서 다양한 환경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외야에 테이블을 설치해 음식도 먹을 수 있고, 각종 먹거리 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이 관계자는 “울산, 포항에 정식으로 구단이 들어서면 더 활발하게 외야 잔디밭 관중석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라고 했다. 올 시즌 울산과 포항에선 롯데와 삼성의 홈 경기가 각각 8차례, 9차례 치러질 예정이다.
▲ 타자들 산만하다? 편안하다?
외야 관중석이 설치되지 않은 포항, 광주, 울산 구장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은 “신선하다”로 모아진다. 그런데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려 눈길을 모았다. 특히 타자들이 그랬다. 외야에 관중석이 없어서 집중하기 어렵다고 호소한 것. 한 지방구단 타자는 “외야에 관중석이 없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니까 신경이 쓰여서 타격이 제대로 안 된다”라고 했다. 아무래도 타자들은 외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또 다른 타자는 “외야 관중석이 없다는 건 바람이 내, 외야서 자유롭게 분다는 뜻이다. 타구가 외야로 잘 안 날아가더라”고 했다. 문수야구장의 경우 외야 잔디밭 바로 뒤에 산이 있다. 외야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내야에서 외야로 부는 바람을 반대방향으로 바꿔놓기도 한다. 내야 관중석이 높게 설계된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의 경우 외야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내야 관중석을 맞고 다시 외야로 날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었다. 한 수도권 구단 타자는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외야에 관중석이 없으니까 훨씬 외야가 가깝게 보이는 느낌이다. 솔직히 기분도 상쾌하고 타격하기가 편하다”라고 했다.
▲ 외야석 증축, 해야 돼? 말아야 돼?
포항구장이 처음 지어졌을 때 외야석을 증축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이 많았다.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와 울산 문수야구장도 마찬가지 반응. 외야석을 증축할 경우 예산은 추가로 들지만, 결국 전체 관중석은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입장 수익을 더 많이 기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들 구장은 현 시점에선 구체적인 외야석 증축 계획이 없다. 챔피언스필드의 경우 내야석이 인천 문학구장 이상으로 웅장하다. KIA 관계자는 “굳이 외야에 관중석 설치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광주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KIA 챔피언스필드는 약 2만7000명 입장 가능하다.
포항과 울산의 경우 올 시즌 삼성과 롯데가 8~9차례 홈 게임을 개최한다. 프로구단을 유치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기존 약 1만2000석 규모의 관중석을 더 늘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외야 관중석을 지을 순 있지만, 그럴 경우 결국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많다. 결국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포항, 광주, 울산은 외야 관중석 대신 잔디밭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결정적으로, 신축구장들이 기존의 정형화된 구장을 따라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신축구장들의 외야는 이미 지역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내야가 꽉 차지도 않았는데 먼저 외야로 나가는 팬들도 있었다. 외야 잔디밭에서 소풍 온 느낌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팬들에게 굳이 딱딱한 의자에 앉으라고 권유하고 싶지는 않다.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위), 포항구장(가운데), 울산 문수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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