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국인타자들의 시즌 초반 활약이 대단하다.
8일 현재 31경기서 60개의 홈런이 터졌다. 60개의 홈런 중 14개를 외국인타자들이 책임졌다. 외국인타자들 중 홈런을 신고하지 못한 선수는 비니 로티노(넥센) 펠릭스 피에(한화) 루이스 히메네스(롯데)다. 히메네스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아직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고, 피에는 정교한 타격과 기동력으로 팀 공헌도를 높이고 있다. 로티노를 제외한 외국인타자들이 전부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하고 있다. 또한, 3할이 넘는 외국인타자가 무려 4명이다. 외국인타자들이 정확성과 파워를 갖췄다는 의미다.
한 수도권 구단 타자는 “예전엔 외국인타자들이 한국야구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젠 그런 것 같지도 않다”라고 했다. 분명 예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본래 투수와 타자가 처음 만나면 투수가 유리하다. 그런데 올해 외국인타자들은 처음부터 투수를 압도한다”라고 분석했다. 한 지방구단 선발투수는 “솔직히 외국인타자 때문에 많이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확실히 외국인타자들이 국내야구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 역시 몸값 한다?
지난 1월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이 전격 폐지됐다.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국내야구도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한 1998년 이후 꾸준히 수준이 높아졌다. 더 이상 30만달러짜리 외국인선수가 통하지 않는 시대다. 이번에 국내에 들어온 9명의 외국인타자 대부분 30만 달러 이상 받았다고 보면 된다. SK 루크 스캇, 두산 호르헤 칸투 등은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수 백만 달러를 받았던 선수다. 어쨌든 예전보다 수준 높은 외국인타자가 들어온 게 확실시 된다.
한 야구인은 “그래도 비싸게 주고 데려온 용병들이 결국 제 몫을 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명성이 높은 외국인타자들은 시즌 준비 과정에서부터 남다른 모습이었다. 시범경기부터 빠르게 한국 야구에 적응 중이다. 한 마디로 몸값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단들은 투자 대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 국내야구의 높아진 위상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외국인선수제도 도입이 올해로 17년째다. 이제 구단들도 외국인선수를 뽑는 노하우가 생겼다. 단순히 몸값 높은 선수에게 혹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구단들은 지난 17년간 외국인선수를 뽑으면서 자연스럽게 시행착오도 겪고, 해외리그에 대한 데이터도 구축해왔다. 어떤 선수를 뽑아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걸 간파했다. 이젠 외국인선수 과거 성적의 내실을 짚어낼 줄 안다. 성격과 친화력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LG 조쉬 벨,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는 외국인타자 9명 중 단순한 스펙은 가장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면을 고려했다. LG는 벨의 3루수비에 주목해 팀 공헌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 역시 멀티플레이어를 선발해 만약의 사태에 미리 대비했다. 나바로가 2루에 자리 잡으면서 조동찬과 김태완의 부상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히 몸값 높고 한 방만 펑펑 칠 줄 안다고 해서 구단들이 혹하는 시대는 지났다. 구단들이 외국인선수들의 내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먹튀 확률은 점점 떨어진다. 결국 외국인타자들의 효율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 스토브리그서 진행된 구단들의 외국인선수 영입전이 미국 언론에도 관심을 모았다. 미국 기자들은 자신의 SNS를 통해 외국인선수들의 소식을 직접 알리기도 했다. 예전엔 구단이 발표하기 전에는 어떤 외국인선수를 데려오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요즘엔 보안 유지가 쉽지 않다. 국내 구단이 먼저 사실을 발표하기 전에 미국 현지에서 소식이 퍼지면서 국내 구단이 황급히 계약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외국인선수들의 정확한 몸값 역시 이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경우가 있다.
국내야구가 수준 높은 외국인선수들과 접촉하면서 미국 현지의 관심도 높아졌다. 국내 대부분 구단은 메이저리그 40인 엔트리에 들어있는 선수들과 접촉한다. 이들의 행보는 미국 현지에서도 관심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내야구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외국인타자들의 관심을 모은 영향도 있다. 이런 분위기는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초창기와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 투수들의 업그레이드 필요성
외국인타자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국내야구. 그만큼 투수들이 힘겨운 시즌초반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야구는 지난해에도 타고투저였다. 올 시즌 외국인타자들이 합류하면서 그 양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투수들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외국인타자들이 중심타선에 버티고 있는 건 그렇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다. 삼성 배영수는 “쨉, 쨉을 맞다 카운터 펀치 한 방에 갈 수 있다”라고 했다.
투수들이 적극적으로 업그레이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지방구단 투수코치는 “투수들이 구종도 개발하고, 제구력도 예리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자꾸 옛 것만 고수해선 안 된다. 외국인타자들의 등장으로 타선의 힘이 강해졌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라고 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우리 토종 선발투수들이 수 년간 팀을 이끌었다. 타자들은 익숙해졌다. 투수와 타자가 처음 만나면 투수가 유리하지만, 나중엔 타자가 결국 유리해진다. 투수들이 새로운 구종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감독은 “지금은 외국인타자들이 잘 하고 있지만, 팀별로 한 번씩 상대한 이후가 진짜 승부처다. 상대도 외국인타자들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그때 잘하는 선수가 살아남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했다. 아직은 각 팀들이 모든 외국인타자들의 세밀한 특성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완벽한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외국인타자들 역시 마음을 놓아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현 시점에서 복덩이, 먹튀 외국인타자를 가리는 건 무의미하다.
[조쉬 벨(위), 브렛 필(가운데), 야마이코 나바로(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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