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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채린이를 보낼 시간들을 준비하고 있는데…, 끝난 거 맞죠?"
배우 손여은의 첫마디다. 최근 SBS 주말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 이하 '세결여') 종영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손여은은 여전히 한채린 역에 빠져 있었다. 원래 캐릭터에서 나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이라 한채린 역시 오래 생각난다.
손여은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강했던 역할, 김수현 작가 드라마에 있어 희대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한채린 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솔직하면서도 차분했고, 그녀만의 강단이 느껴졌다.
▲ "이기적이지만 한채린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손여은에게 '세결여'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의 연속이었다. 그런 만큼 정도 많이 들었고 한채린 역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본격적으로 한채린이 부각되기 전 손여은 역시 한채린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대본을 받으면서 한채린을 알아갔고 캐릭터를 잡아갔다. 그럴수록 더 많이 알고 싶어졌고 애착이 생겼다.
손여은은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초반에는 태원(송창의)과 결혼 하기 전이니까 인물의 내면까지 보여지는 상황들은 주어지지 않았다. 결혼을 하게 되면서부터 채린의 솔직한 감정들이나 내면 상황들이 많이 보여질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최대한 상황에 많이 맞춰서 채린이를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채린이가 변한 건 아니었다. 초반엔 정해진 게 없었고 작가님도 크게 주문하신 게 없었다. 그래서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일어나고 처음에 생각했던 채린이와 달라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대본 안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다. 작가님께도 어렵게 여쭤봤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했는데 하고 싶은대로 해도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게 맞나보다' 생각하고 작가님께서 얘기하신대로 생각하고 대본을 진짜 열심히 봤다."
결국 대본 속에 길이 있었다. 최대한 한채린 입장에서 이해하려 노력했고 계속 '왜'를 생각했다. 행동 하나 하나, 지문 하나 하나에도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다가가니 점차 한채린에 가까워졌다. 이유 없는 악역은 없다는 생각으로 한채린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했다. 그러다보니 한채린이 참 외로운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손여은은 "채린이는 워낙 분란을 많이 일으켰다. 성숙한 어른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처음엔 이해가 안 갔다. 근데 똑똑하고 여우 같았으면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계속 대본을 읽다보니 채린이는 생각하는 한계가 일반 어른들 보다는 좀 많이 어리더라. 미성숙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너무 순수해서 본인도 어쩌지 못하는 인물 같다.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 사회 부적응 하는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일 수도 있는데 채린이 입장에서만 생각하려 했다.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이해가 됐다. 안 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시청자들도 채린이를 이해해줄 때 보람을 느꼈다. 채린이는 엄마이기 전에 사랑 받는 아내이고 싶은 게 컸던 인물이다."
▲ "이렇게 욕먹은 건 처음이다"
손여은은 한채린을 받아들였지만 사실 시청자들에게 한채린은 낯설게 다가왔다. 일반적인 캐릭터와는 분명히 달랐다. 그녀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는 극 중 인물들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이해되지 않았다. 부정적인 시선도 당연했다.
손여은은 "이렇게 욕먹은 것은 처음이다. 댓글을 챙겨보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지인들이 댓글이 몇백개가 달렸다며 보내줬다. 욕먹을 상황에 욕먹은 건 당연해서 기분 나쁘진 않았지만 이렇게 많이 욕먹은 건 처음"이라며 "하지만 오히려 더 욕먹을 줄 알았는데 재미있게 본다는 반응도 많아 신기했다. 이유 없이 밉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채린 본인은 자신의 행동이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거다. 의도하고 한 행동들이면 정말 죄악이 될 수 있는데 본인은 자기가 그렇게 생각해놓고도 왜 그런지도 모른다. 그냥 솔직하게 나오는 반응들인 거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결혼한 것 같아 많이 안타깝기도 했다. 또 폭력 가정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 안타까움이 더 컸다. 그러다 태원이 감싸주고 가르쳐주니 그제서야 '당신이 시키는대로 다 할게요' 하고 받아들였을 때 뭔가 성장한 모습이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결말은 어땠을까. 극 중 악역이었던 한채린은 태원과 이혼하지도 않았고, 사실 마땅한 벌을 받지도 않았다. 이에 시청자 의견이 분분했던 것도 사실. 손여은은 "쫓겨나든 내 발로 나가든 어쨌든 벌을 받는 건 감수하려 하고 있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아이를 학대하는 이런 장면까지 나올 때 '이건 용서 받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미성숙하더라도 어쨌든 아이를 때렸다는 건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그래서 죗값을 주신다면 달게 받으려 했다"며 "이런 결말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대본을 받고 정말 놀랐다. 어떻게 이런 결말을 주셨을까, 정말 이렇게 의도하셨던 건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채린의 과거를 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이해되지 않았고 답답했던 것들이 모두 이해가 되더라"고 털어놨다.
"작가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 저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 어떤 결말이든 내가 어떻게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내가 판단을 했다면 연기하면서도 채린이 입장이 돼서 이해를 하면서 연기할 수 없었을 거다. 결말은 어쨌든 훈훈하게 채린이 뭔가 반성하고 한단계 성장하고 노력하는 모습들과 가족들과 어우러지는 모습들을 보여준 것 같아서 좋은 결말이라 생각한다."
▲ "슬기, 지금도 너무 보고싶어요"
한채린이 성장하는 결말을 맞은 만큼 손여은도 배우로서 한단계 성장했다. 그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같이 호흡을 맞춘다는 게 영광이었다. 즐겁게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정슬기 역 (김)지영이와는 정말 많이 친해졌다. 지금도 너무 보고싶다"고 말하며 한참을 "슬기"를 연발했다.
실제로 손여은은 김지영과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다졌다. 대기실에서도 항상 함께했고 매일 손을 붙잡고 다녔다. 손여은은 김지영을 계속해서 슬기라 불렀다. 그는 "슬기가 너무 보고싶다"고 말하며 울상을 지었지만 이내 "곧 만나기로 했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슬기랑 제일 친했다. 촬영하러 가면 가방 안에 스티커를 넣어두고 '언니 그거 봤어요?'라고 물었다. 먹을 것도 넣어주고 편지도 써주고 추억들이 많다. 엽기사진도 많이 찍었다.(웃음) 마지막에도 슬기가 편지를 써줬다. 진짜 슬기와는 각별하다. 이해심도 많고 굉장히 똑똑하다. 연기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고 연기도 너무 잘한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굉장히 좋은 친구인데 많이 배웠다. 둘 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순수함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김지영에게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극 중 슬기를 다그치고 뺨까지 때렸기 때문. 손여은은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슬기도 천생 연기자인 게 카메라 돌아가면 감정 이입을 바로 하고 집중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뺨을 때리는 장면은 서로 불꽃이 튀기다가 때리게 되는 건데 다칠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쉽지 않았지만 슬기는 오히려 '세게 때려도 괜찮다'고 하더라. 그렇게까지 얘기하는 친구"라며 "처음으로 제일 크게 왔던 충격이다. 그 신을 보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계획적인 계모가 아니라 우발적인 상황이었다. 채린이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감정이 격하면 이럴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자기도 모르게 때려놓고 아이를 안고 막 그러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너무 당황한 거다. 계획하고 했던 게 아니라 더 놀란 것도 있다. 나도, 슬기도 계획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한번에 갔다. 무리 없이 마쳤고 지금은 '그런 일이 있었지' 하지만 당시엔 힘들었다. 감정이 남아 있어 계속 달래줬고, 슬기가 진심으로 우니까 또 마음이 많이 아팠다. 계속 안아주고 끝나고도 계속 전화하고 문자하고 괜찮냐고 했는데 아무렇지 않다고 하더라."
이렇듯 손여은은 김수현 작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 항상 좋았던 촬영장 분위기 덕에 배우로서 한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연기하니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도 훌륭히 소화할 수 있었다. 이에 참 행복했고, 앞으로도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긴 손여은이다.
[배우 손여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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