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말 모비스가 유리하기만 한 것일까.
대부분 사람이 조심스럽게 모비스의 우세를 점친다. 10일 창원에서 열리는 챔피언결정 6차전. 냉정하게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LG에 악재가 많은 건 사실이다. 모비스는 LG의 모든 걸 읽고 대처하는 느낌이었다. 6차전도 이런 밑바탕 속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동안 LG의 행보를 보면 모비스에 손 놓고 당하진 않았다. LG 역시 홈에서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태세다.
역대 챔피언결정 5차전서 패배한 팀이 6~7차전을 모두 이기면서 우승한 케이스는 8번 중 2번에 불과하다. 25%. 확률은 확실히 모비스 편이다. 모비스가 챔피언결정전 2연패에 바짝 다가선 건 분명한 사실. 그러나 LG 김진 감독은 2001-2002시즌 오리온스 감독 시절 2승3패를 4승3패로 뒤엎은 경험이 있다. 물론 경기는 선수가 하지만, 김 감독의 승부수에 관심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 LG의 악재들
우선 LG에 악재가 많다. 단순히 시리즈 스코어가 뒤진 게 아니라 경기 내용을 좌우할만한 것들이다. LG 관계자는 9일 전화통화서 “김시래는 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본인은 뛰고 싶어한다”라고 했다. 김시래는 8일 5차전 1쿼터 막판 이대성을 수비하다 발을 잘못 밟아 발목에 부상했다. 병원 진단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지만, 출전한다고 해서 100%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김시래의 좋지 않은 컨디션은 LG에 큰 악재다. LG엔 가드가 많다. 그러나 김시래의 역할을 100% 대체할 가드는 사실상 없다. 유병훈이라는 좋은 가드가 있다. 김 감독은 “세트 오펜스에서 경기운영능력은 시래보다 나은 면이 있다”라고 극찬한다. 김 감독은 유병훈을 정통 포인트가드로 키워볼 생각을 분명히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무대는 한 해 농사가 결정되는 챔피언결정전이다. 유병훈은 5차전서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큰 경기서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느낌. 김시래의 저돌적이고 와일드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 실정. 오히려 모비스가 수비하기가 편해졌다.
또 하나는 김종규다. 김종규는 5차전서 단 9분15초간 4점에 그쳤다. 덩크슛 2방만을 꽂았다. 거수 경례에 대한 테크니컬 파울 지적은 지금도 논란이 되는 부분. 어쨌든 5차전까지 김종규의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체력적 한계가 뚜렷하다. 대학 졸업반 시즌서 많은 경기를 뛴 이후 곧바로 프로에 뛰어 들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부분. 노련미가 떨어지는 김종규의 움직임을 모비스 수비가 수월하게 제어하고 있다. 김 감독은 5차전서 김종규를 빼고 어쩔 수 없이 스몰라인업을 내세웠다가 외곽슛 불발과 리바운드 열세로 패배를 맛봤다. 6차전을 앞둔 김종규는 LG의 딜레마가 된 느낌이다. 김 감독은 6차전서 아무래도 김종규를 다시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 모비스의 임기응변능력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내내 “더 이상 준비할 것은 없다. 잘 안 된 부분을 짚어주기만 하면 된다”라고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의미다. 유 감독 스타일 자체가 그렇다. 시즌 직전 혹독한 훈련을 소화해 한 시즌을 끌고 나갈 수 있는 밑그림을 완성한다. 시즌 중에는 수정 및 보완작업만 한다. 정규시즌 막판엔 플레이오프에서 사용할 패턴을 따로 준비하는데, 충분히 시간을 갖고 숙련도를 끌어올린다. 유 감독의 뉘앙스는 모든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현 시점서 LG가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김시래의 대체자로 활약할 가드들이다. 유병훈 박래훈을 비롯해 조상열 김영환 기승호 등 포워드들까지 외곽에서 분전할 경우 상황을 가늠할 수 없다. 모비스는 정규시즌 6라운드 맞대결서 승리할 경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않게 완패했다. 당시 이들의 3점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챔피언결정전 들어 모비스의 외곽수비는 타이트하다. 하지만, 모비스는 기본적으로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종에 대한 수비 부담이 크다. 모비스 역시 슬슬 체력이 떨어질 시점이다. 애당초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흐를 경우 가용인력이 많고 평균연령이 낮은 LG가 유리할 것이라 보는 사람이 많았다. LG는 6차전서 김시래가 뛴다고 해도 가용인력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할 상황. 모비스로선 절대 방심할 수 없다. 강인한 마인드를 유지해야 한다.
또 하나는 김종규. 모비스는 김종규에게 두 가지 방법의 수비를 준비했다. 일단 함지훈이 김종규를 1대1로 꽁꽁 묶었다. 베이스라인을 잘 타는 김종규의 동선을 철저히 묶었다. 힘에서 밀리지 않는 함지훈이 요령이 부족하고 스텝이 투박한 김종규를 잘 제어했다. 또한, 김종규의 위력이 떨어진 걸 확인한 유 감독은 함지훈을 문태영과 함께 문태종과 제퍼슨 수비에 집중하게 했다. 벤슨이 김종규를 맡았지만, 문태종과 제퍼슨의 도움수비에 집중한 나머지 김종규를 놓아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김종규의 경기력을 간파한 유 감독의 의도된 전략. 그동안 김종규는 이런 빈틈을 공략하지 못했다.
모비스는 6차전서도 이런 수비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LG로선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5차전처럼 스몰라인업으로 나가서 외곽포를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위험부담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리바운드서 밀리는 LG다. 결국 LG는 정면승부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LG로선 결국 벤슨이 김종규를 놓고 도움수비를 갈 때 김종규의 득점이 터져야 한다. 모비스 입장에선 그런 상황에서 김종규의 중거리슛이 터지면 곤란해진다. 이럴 경우 함지훈이 김종규를 마크하면 결국 문태종과 제퍼슨에 대한 수비가 헐거워지는 약점이 생긴다. LG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의미.
물론 노련한 유 감독이 이런 상황에도 충분히 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모비스 선수들이 실전에서 임기응변능력을 발휘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현 시점에서 모비스의 객관적 상황이 유리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 2연패 장담은 금물이다.
[챔피언결정 5차전 장면.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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