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 외국인투수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두산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부동의 에이스다. 올 시즌까지 4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섰다. 그만큼 니퍼트에 대한 두산의 신뢰는 대단하다. 올 시즌 두산 선발로테이션은 니퍼트~노경은~유희관~볼스테드~이재우로 구성됐다. 볼스테드가 4선발로 배치된 게 눈에 띈다. 그러나 전략적 4선발이라고 봐야 한다. 그 위력과 영향력은 원투펀치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즌 초반 흐름이 미묘하다. 니퍼트의 출발이 좋지 않다. 9일 잠실 SK전서 6이닝 6피안타 4볼넷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4일 잠실 KIA전 6이닝 10피안타 5실점 패배에 이어 2연패. 사실 3월 29일 LG와의 개막전서도 승리는 따냈지만, 5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에이스의 위상을 세우진 못했다. 반면 볼스테드의 출발은 좋다. 2일 목동 넥센전서 6⅓이닝 8피안타 3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8일 잠실 SK전서는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7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더 좋은 투구를 했다. 2경기 연속 퀼리티스타트. 니퍼트는 아직 단 한 차례도 퀄리티스타트를 하지 못했다.
▲ 주춤한 니퍼트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이후 한 팀에서 3년 넘게 뛴 선수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투수로 시선을 좁히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니퍼트는 한국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케이스다. 2011년부터 두산에서 뛴 니퍼트는 올해 4년차를 맞이했다. 니퍼트의 장점은 확실하다. 203cm의 큰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직구의 위력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예리함. 한국 타자들을 충분히 경험하면서 쌓인 경기운영 노하우까지.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기록이 조금씩 하향세를 찍은 건 분명하다. 니퍼트는 2011년 15승 187이닝 평균자책점 2.55을 기록한 뒤 2012년 11승 194이닝 평균자책점 3.20을 찍었다. 2013년엔 12승 118이닝 평균자책점 3.58이었다. 기록은 전반적으로 좋지만,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악화됐다. 작년에도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등 근육 부상을 겪은 뒤 좋았던 투구 밸런스가 흔들렸다.
올해는 작년과는 또 다른 양상이다. 직구 스피드도 150km 이상이 찍히는 상황. 부상에선 완벽하게 회복했으나 제구가 좋지 않고 경기 초반 유독 흔들린다. 제구의 영점을 잡는 데 시간이 걸리는 모습. 깨끗하게 맞아나가는 안타도 예년에 비하면 확실히 많다. 올 시즌 니퍼트의 피안타율은 0.319다. 평균자책점은 6.88. 송일수 감독은 “좋았을 때와 좋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크다. 그래도 잘해줄 것이다.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아직은 믿고 지켜보는 분위기다.
▲ 약진하는 볼스테드
반면 볼스테드의 주가가 점점 올라간다. 볼스테드는 외형적으로는 니퍼트와 비슷한 유형이다. 키가 207cm로 니퍼트보다 더 크다. 위에서 아래로 꽂는 각이 크다. 당연히 타자가 타격 포인트를 잡는 게 쉽지 않다. 투심 계열의 싱커에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공을 던진다. 포심패스트볼보다는 투심을 더 많이 구사하기 때문에 공 끝 변화가 심하다. 이런 특성이 두산 특유의 강력한 내야수비와 결합해 단 2경기지만 강력한 위용을 뽐냈다. 8일 잠실 SK전은 그 결정판이었다.
한 지방구단 타격코치는 일전에 “한국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 어지간한 슬라이더, 체인지업은 능숙하게 공략한다. 이젠 변화구 제구가 안 되면 통타 당하는 시대다”라면서도 “아직도 홈 플레이트에서 갑자기 변하는 컷 패스트볼, 투심 계열의 공에는 약한 모습이 있다”라고 했다. 직구와 똑 같은 궤적으로 날아오다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갑자기 방향이 변하니 아무래도 정타 연결이 쉽지 않다. 파울 커트를 한다고 해도 결국 투수에게 유리한 볼카운트가 만들어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볼스테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볼스테드는 2005년 플로리다를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130경기서 35승51패 평균자책점 4.94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성적 자체가 썩 좋은 건 아니었지만, 충분히 경험을 쌓았다는 건 눈여겨 볼 대목. 물론 아직 타자들에겐 생소한 면이 있어 반사이익을 보는 측면이 있다. 어쨌든 볼스테드의 합류로 두산 선발진의 다양성이 배가된 느낌이다.
▲ 외국인투수 3년차 이상 한계론?
국내야구엔 “외국인투수가 3년 넘게 뛰면 한계에 부딪힌다”라는 말이 있다. 분명 좋은 공을 던졌고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3년 이상 뛰는 것이지만, 그만큼 타자들에게 분석을 당해 맞아나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장수 외국인선수 중 3년차 이상 외국인투수는 많지 않다. 니퍼트는 올해로 4년차. 고비를 맞은 건 사실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투수와 타자가 계속 붙으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타자가 유리하다”라고 단언했다.
확실히 타자들이 니퍼트의 공에 적응한 모습이다. 시범경기부터 그랬다. 결국 이젠 니퍼트가 업그레이드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다메스 리즈 등 과거 활약을 살펴보면 1~2년차 시즌보다 3년차를 넘어가면 더 좋은 활약을 선보이는 투수도 있었다. 니퍼트로선 진정한 장수 외인투수 대열에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를 겪는다고 보면 된다. 반대로 볼스테드는 아직 니퍼트에 비하면 타자들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당분간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송일수 감독은 이번 SK와의 3연전서 5선발 이재우를 한시적으로 불펜에 대기시켰다. 불펜 필승조에서 홍상삼을 재빨리 제외하는 등 발 빠르고 기민한 마운드 운영이 돋보인다. 그런 송 감독도 1~4선발은 어지간해선 손을 대지 않을 태세다. 니퍼트에 대한 신뢰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니퍼트는 시즌 초반보다 중반 들어 위력이 극대화되곤 했다. 두산 외국인선발 지형도가 꿈틀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니퍼트는 1선발, 볼스테드는 맞춤형 4선발이다.
[니퍼트(위, 아래), 볼스테드(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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