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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이렇게나 에너지가 폭발할 수 있을까. 모든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쏟아 붓겠지만 최근 무대 위에서 유독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관심을 받고 있는 배우가 있다. 바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한지상. 이토록 다 쏟아부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대 위에서 처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지상을 만났다.
한지상은 '프랑켄슈타인'에서 의협심이 강한, 든든한 조력자였던 앙리 뒤프레와 인간을 동경하던 캐릭터에서 일련의 사건을 통하여 서서히 인간을 증오하는 괴물 역을 맡았다. 주요 배우 전원이 1인 2역을 맡은 가운데 특히 한지상은 극단적으로 변모해 가는 인물을 맡은 만큼 무대 위에서 남다른 에너지를 발산하며 관객들을 압도하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영국의 천재 여성작가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신이 되려 했던 인간,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는 물론 그 안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지상은 최근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다 소진된 상태다. 요즘에는 공연을 안하는 날에는 저절로 쉬게 된다. 많이 힘든데 힘든 만큼 보람을 충분히 느낀다"고 입을 열었다. 지친 모습이 역력했지만 "힘든 것에 일부러 취해있는 느낌도 든다. 정말 캐릭터에 젖어있는 거다"고 말할 정도로 '프랑켄슈타인'에 모든 것을 걸었다.
▲"'프랑켄슈타인', 백번 생각해도 잘 한 일"
한지상의 '프랑켄슈타인' 출연 결심은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여기에 창작극에 대한 자부심, 흥미로움이 더해지면서 '프랑켄슈타인' 속 앙리와 괴물을 만나게 됐다. 그는 대본을 받는 순간부터 괴물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그만큼 괴물 역은 매력적이었고 "역할빨이 분명히 있다"고 말할 정도로 영광스러운, 욕심 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매력 있는 인물인 만큼 쉽지만은 않았다. 한지상은 "뮤지컬 '완득이'보다 더 힘들다. 그럼 볼장 다 본 것"이라며 웃었다. '프랑켄슈타인'은 리딩 현장에서부터 심상치 않았다. 한지상을 비롯 연출, 배우들 모두가 에너지를 쏟아내며 눈물까지 흘렸다.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박은태, 리사, 안시하, 서지영, 안유진, 이희정, 김대종 등의 열정 또한 '프랑켄슈타인'의 에너지를 더욱 강하게 했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선배들의 에너지를 받고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한지상은 "매소드적으로 제안을 했다. 앙리와 괴물일 때 조금 차이를 줄 수 있는 매소드적인 표현 방법을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서서히 준비했다. 짧게 보면 톤이 바뀔 것이고 아니면 몸 상태가 바뀔 것이고 제일 중요한 마음이 바뀔 것"이라며 "빅터에 대한 마음이 바뀌니까 드러나는 것도 바뀌는 게 당연하다. 드라마니까 재창조 될 것이고 괴물로 탄생되면서 빅터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갖고 있나 표현 방식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무대에 드러나는 여러가지가 드라마 자체이기 때문에 힘들다. 힘들고 진을 다 빼고 고생한다. 근데 나 말고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것이 있다. 스스로 연기 하면서 얻는 것도 있고 피드백으로 얻는 것도 있다. 양쪽 다 힘이 된다. 방향 잡기에 난이도가 있어 힘들었다. 에너지 소진 때문에 힘든 것도 있겠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힘든 것도 있다. 수차례 난관에 부딪쳤다. 연습 때 많이 연마했다."
캐릭터가 어려웠던 만큼 연습도 만만치 않았다. 공연 때보다 더 힘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가 아닌 200%를 쏟아 부었다. 목 상태가 심각해질 정도로 자신을 소진시켰다. 공연을 올린 뒤에는 컨트롤 하고 있지만 연습 때처럼 계속 했다면 자신의 성대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연습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케 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배우에겐 힘든 게 맞다. 묘하게 배우가 힘들고 고생하면 관객은 더 좋아한다.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한다. 트레이닝의 일환이라 생각하며 과하지 않게 재탄생시키려는 개념을 적립해 나갔다. 너무 힘들어 연습 때 잠깐 쉬고 가기도 했다. 지난해 일곱 작품을 하면서 이제 좀 쉴 때가 됐다는 생각에 편해질 줄 알았더니 더 힘든 작품을 하게 됐다. 하지만 너무나 보람차고 백번 생각해도 잘 한 일이다. 이런 뮤지컬을 탄생시켰다는 것이 영광이고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1인 2역, 개연성에 중점 뒀다"
괴물 소리 역시 한지상스러운 패턴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괴물이 됐을 때 습관과 내는 소리 등에 익숙해져야 했다. 기술적인 것들까지 신경 써야 했고 고통, 분노 등 감정에 있어 여러 패턴을 만들어야 했다. 눈동자부터 몸짓까지 어느것 하나 신경 쓰지 않은 것이 없다.
한지상은 "괴물의 걸음걸이에도 많이 신경 썼다. 팁이기도 한데 괴물은 관절이 정상이 아닐 것이다. 재접합됐기 때문에 사람하고는 다른 관절의 상태가 나올 것이다. 정상은 아닐 것이고 직립보행을 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 다리를 전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지상은 풀고 싶은 오해가 있다고 했다. 극중 괴물이 잠시 위장을 하고 정상적으로 걷다가 다시 다리를 저는 부분이다. 이에 일부 관객들은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으면서 왜 다리를 저냐'고 묻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지상은 "그동안 왜 절었냐고 하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된다. 괴물의 기준에 있어서는 저는게 더 편한 것이다. 다리가 잘못 만들어졌으니 절면서 걷는게 편한 것"이라며 "그러니 똑바로 걷는게 더 힘든 거다. 위장해서 속이려고 힘들게 정상적으로 걸은 거다. 그러다 빅터와 다시 대면하게 된 순간 모자를 벗고 편하게 다리를 다시 전다. 괴물한테는 기준이 다른 것"이라고 털어놨다.
"괴물을 보고 있으면 불쌍하고 보호 본능이 자극된다. 어떻게 보면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감성을 토해내고 있다. 더 울부짖고 더 인간의 감정을 어필한다. 괴물이 인간 중에 있기도 할 것 같다. 괴물을 연기하며 너무 외롭기도 하다. 지금은 괴물 생각 밖에 안든다. 마지막에 빅터와 안을 때 되게 울컥한다. 공연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데 이루지 못한 것을 꿈에서라도 이룬 듯한 몽환적인 느낌이다."
이어 한지상은 1인 2역에 대해 "앙리와 괴물을 이어간다는 생각에 집중했다. 앙리도 너무나 중요하다. 앙리를 할 때 잘 쌓아가야 된다는 초점을 줬다. 앙리에서의 모습이 관객들도 분명히 잔상에 남을거고 2막을 볼 거기 때문에 1막을 잘 쌓아가야 한다"며 "앙리로서 빅터에 대한 마음이 각인돼 있어야 괴물과 대비돼서 보여질 것이다. 앙리와의 개연성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많이 흡수되는 편인데 조절 가능하다. 사실 좋게 말하면 적응인데, 정서적으로 주변 상황에 영향을 잘 받는다. 어떻게 보면 예민하다 할 수 있고 정상은 아니다.(웃음) 그러니 캐릭터 말고도 흡수될 게 많다. 그때 그때 달라지는 성격이다. 주변의 영향도 받고 때로는 엄청 꼼꼼하고 관심이 있고 없고에 차이가 많이 나고 극명하게 갈린다. 지금은 '프랑켄슈타인'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있다."
▲"내가 낸 답도 답일 수 있다"
한지상은 '프랑켄슈타인'을 터닝포인트라고 했다. 분명히 한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감사한 순간이 많았기 때문. 관객들에게 그 순간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축복이라 생각한다. 관객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 위대하고 아름답다.
때문에 한지상은 더욱 자기 관리에 충실하고 있다. 그는 "간당간당하다. 방심하면 안되기 때문에 관리중이다. 나름 성대가 튼튼하게 태어난 것은 선물인데 간당간당 하다는 마음으로 산다"며 "오늘이 막공인 것처럼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번 공연에서 유난히 그렇다.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유달리 목을 좀 더 쓴다. 성향일 수도 있고 저의 방식일 수도 있는데 '아차' 싶은 순간도 있긴 하다. 바보가 아니라 자신이 잘 안다. 그 순간엔 무리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호흡조절이 관건이다. 호흡 조절에 실패 하면 괴물이라는 캐릭터에 지는 것이다. 지면 안된다. 결국엔 인간이 하는 예술이고 인간의 주도 하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캐릭터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우위에 있어야 하고 당연히 인간화 돼야 한다. 자기화도 중요하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자기가 말하는 그것이 리얼리티다. 결국에 추구하는건 리얼리티다. 공감할 수 있게, 믿을 수 있게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이어 한지상은 딱히 슬럼프 없이 차근차근 성장해간 지난날을 돌아봤다. 얼떨결에 시작한 뮤지컬이지만 10년을 성장하듯 보내왔다. 길게 가고 싶고, 신중하게 가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도 많아 욕심도 생긴다.
그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운도 좋았다. 연기예술학과를 나왔는데 운 좋게도 나조차도 몰랐던 뮤지컬배우의 DNA가 있었는지 이렇게 흘러왔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뮤지컬을 통해 재능을 발견하게돼 고마울 따름"이라며 "슬럼프는 딱히 없었다. 정말 매순간 변했다. 계단 밟듯 왔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큰 것 한 방 없이 배우 생활을 해왔는데 이제까지 해왔던 것이 껍질이 더 까지면서 열매가 이뤄진 느낌이다"고 고백했다.
"내가 만든 답들, 나의 스타일이 보편적이고 대중적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좀 더 다르다. 노래 부르는 스타일도 그렇게 호감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소위 나만의 방식으로 솔직하게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조금씩 인정 받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나의 답도 답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관객들에게는 일단 오셔서 확인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프랑켄슈타인'은 일단 와서 봐야 한다. 자신감일 수도 있다. 평가는 그 이후에 하시길 바란다. 평가는 관객들의 권리고 의무이다. 그 권리를 이행하셨으면 좋겠다."
한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오는 5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배우 한지상. 사진 =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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