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정말 최선을 다해줬습니다.”
LG 한상욱 사무국장은 10일 안방 창원에서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2연패가 확정되자 만감이 교차했다. 한 국장은 10개 구단 프런트들 중 최고참급이다. 1997년 LG의 창단부터 함께했다. LG 농구의 역사이자 증인이다. 그런 한 국장도 “아, 통합우승 꿈을 이루나 했더니만 이렇게 끝나네”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모든 LG팬들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한 국장은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줬다.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웃었다.
LG는 올 시즌 전까지 2000-2001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한 게 구단 최고 성적이었다. 정규시즌도 준우승만 네 차례 차지했다. 그런 LG가 올해 제대로 사고를 쳤다. 김시래 트레이드를 시작으로 FA 문태종, 외국인 해결사 데이본 제퍼슨에 특급 신인 김종규까지 영입해 우승 전력을 완성했다. 결국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냈다. LG는 내친 김에 창단 첫 통합우승 꿈을 꿨으나 준우승에 만족했다. 그래도 LG는 최선을 다했다. 무엇보다 미래가 밝은 팀이다.
▲ 젊은 선수들의 성장
챔피언결정 5차전 초반 김시래가 오른쪽 발목에 부상했다. 이대성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발을 잘못 밟은 것. 김시래는 진통제를 맞으며 6차전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김진 감독은 김시래를 보호했다. 앞으로 10년 이상 LG를 이끌 야전사령관을 보호했다. 김 감독에겐 또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포인트가드로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유병훈. 유병훈은 김시래보다 속공과 트렌지션 게임에는 약하다. 그러나 오히려 세트오펜스에서의 안정감은 김시래보다도 낫다는 평가.
유병훈은 6차전서 4점에 그쳤으나 7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1번 포인트가드로 출전할 때 공격 욕심을 자제하지 못하는 게 그동안 지적된 약점. 하지만, 이날만큼은 철저하게 이타적인 마인드로 경기에 임했다. LG 화려한 멤버들을 잘 조율했다. 양동근과의 맞대결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유병훈은 돈 주고도 하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했다. 극한의 긴장감과 응집력, 날카로운 상대분석과 대응이 일어나는 챔피언결정전서 직접 동료의 움직임을 조율했다. 과거 스타 가드들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쳤다.
LG엔 좋은 선수가 많다. 김 감독은 “김종규가 정규시즌서 보여준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라고 했다. 냉정하게 보면 김종규는 챔피언결정전서 별로 보여준 게 없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로드 벤슨에게 김종규를 버리고 극단적인 도움수비를 지시했지만, 김종규는 끝내 폭발하지 못했다. 임기응변에 약한 신인의 한계. 그러나 207cm의 좋은 하드웨어에 수준급 기동력과 마무리 능력 등은 누구도 지니지 못한 김종규만의 자산이다. 김종규는 대학 졸업반 시즌인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쉼 없이 각종 국내, 국제대회에 참가해 극한의 체력난조를 딛고 좋은 경험을 했다.
6차전서 결장했지만, 프로 데뷔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한 김시래를 비롯해 박래훈 조상열 등도 LG 농구를 이끌어갈 자원이다. 김영환 기승호라는 좋은 포워드들도 있다. 김 감독도 “젊은 선수들이 챔프전 경험을 한 게 최대 수확”이라고 했다. 리빌딩에 성공한 LG의 미래는 분명히 밝다. 이 전력을 유지한다면, LG는 여전히 2014-2015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다.
물론 과제는 있다. 젊은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세기를 키워야 한다. 김종규를 예로 들면, 여전히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이나 조직적인 팀 수비 가담, 볼 없는 움직임 등은 2% 부족하다는 지적. 김시래도 세트 오펜스에서의 안정감을 키워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저연차 선수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미. 이번 챔피언결정전이 그 발판이 될 수 있다.
▲ 주축 멤버들의 거취는
LG는 주축 멤버들의 거취를 교통정리 해야 한다. 일단 김진 감독의 3년 계약이 만료됐다. 김 감독은 지난 두 시즌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으나 올 시즌 LG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김시래 김종규 유병훈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 역시 김 감독의 공로다. 한상욱 사무국장은 “아직 감독님의 거취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농구계에선 LG가 김 감독에게 후한 대접으로 재계약 선물을 줄 것이라 보고 있다.
문태종의 거취도 관심사다. 문태종은 올 시즌 LG와 1년 계약했다. LG는 작년 5월 6억8000만원이라는 KBL 역대 최고연봉을 제시하며 문태종을 잡았다. 문태종은 정규시즌 막판, 포스트시즌서 불혹을 잊은 듯한 극도의 효율적인 플레이로 베테랑의 정석을 선보였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LG로선 문태종을 잡는 게 필요하다. 한편으로 올해 한국나이 마흔의 해결사와 언제까지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
또 하나는 데이본 제퍼슨의 재계약 여부. 모비스 유재학 감독조차 “애런 헤인즈보다 한 수 위다. 자유계약시절 용병들보다 훨씬 낫다”라고 극찬한 해결사. 특유의 유로스텝과 수비수의 파울을 유도하는 플레이는 KBL 역대급 외인 해결사라는 수식어가 마침맞았다. LG는 당연히 제퍼슨과의 재계약을 원할 것이다. 다만 제퍼슨의 의중이 중요하다. 그는 러시아리그 득점왕 출신이다. KBL보다 높은 수준의 리그서 자신의 명성을 회복하고 싶어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김 감독과 문태종, 제퍼슨의 거취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LG 농구의 미래가 달라진다. 만약 LG가 세 사람 중 두 사람 이상 잡지 못하면 비 시즌에 완전히 새롭게 판을 짜야 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두 사람 이상 잡아낼 경우 올 시즌의 소중한 경험을 밑바탕 삼아 사상 첫 챔프전 우승에 당당히 도전할 수 있다.
[LG 선수들과 김진 감독. 사진 = 창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창원 김성진 수습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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