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그 부분은 회사와 상의를 해야죠.”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이끈 유재학 감독은 인터뷰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다. 그런 그도 “다음 시즌은 성적입니까? 리빌딩입니까?”라는 질문에 순간적으로 주춤했다. 모비스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질문. 유 감독은 한 발 뺐다. 이해가 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팀 운영의 전체적인 밑그림은 현장과 구단이 상의해야 한다.
모비스는 통산 다섯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KCC와 함께 KBL 최다 기록이다. 또한, 모비스는 1997-1998시즌, 1998-1999시즌 현대에 이어 15년만에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달성했다.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그 의미와 가치가 대단하다. 유재학 감독 특유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마인드가 최강 조직력을 만들었다.
▲ 챔프전 3연패? 리빌딩?
양동근은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했다. 선수라면 당연하다. 아직 KBL에서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달성한 팀은 단 한 팀도 없다. 과거 현대 KCC 동부 등 소위 말하는 ‘왕조’를 이뤘던 팀들도 3연패의 벽을 뚫어내지는 못했다. 모비스가 다음 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할 경우 KBL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그런데 유재학 감독은 3연패를 자신 있게 외치지 못했다. 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모비스가 갖고 있는 시스템과 전력상 3연패 도전이 쉽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유 감독은 “올 시즌도 처음에는 6강이 목표였다. 좋은 신인이 많이 들어왔고, 우리 선수들의 나이는 한 살 더 먹었다”라고 했다.
모비스는 곧 내부적으로 장고에 들어간다. 챔피언결정전 3연패냐, 리빌딩이냐. 3연패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모비스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은 건 사실이다. KBL과 모비스 농구의 역사가 걸린 문제다. 한편으로 리빌딩에도 시기가 있다. 리빌딩 시기를 놓쳐버리면 팀 체질이 허약해지는 건 한 순간이다. 더구나 모비스에는 스타가 많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타 없는 농구가 강한 모비스의 상징이다. 그러나 스타군단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만들어놓지 못하면 도태될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 3연패가 쉽지 않은 이유
프로농구 18년 역사상 정규시즌 3연패는 1997~1998시즌, 1998-1999시즌, 1999-2000시즌의 현대가 유일하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달성한 팀은 나오지 않았다. 통합 3연패 역시 당연히 없다. 심지어 최근 네 시즌 연속 통합우승팀이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프로농구에서 정상을 수성하는 게 쉽지 않다. 프로야구 삼성의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챔피언결정전 7연패,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 등은 남자농구에선 꿈의 대기록이다.
이유가 있다. 일단 농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외국인선수의 비중이 크다. 신한은행이 6연패를 했던 시절엔 외국인선수가 없었다. 국내 선수들만으로 끈끈한 조직력을 구축했고, 꾸준히 최강 전력을 유지 및 보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남자농구는 외국인선수가 매년 바뀌기 때문에 매 시즌 조직력 구축 작업을 새롭게 해야 한다. 때문에 매년 최상위권 전력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기량 미달, 부상, KBL 미적응 등의 이유로 성공보다 실패하는 외국인선수가 훨씬 더 많다.
또 하나. KBL엔 매년 신인이 새롭게 들어온다. 강력한 신인의 등장은 항상 리그 판도를 재편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서장훈 김승현 김주성 하승진 등은 프로에 입단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대부분 입단 1~2년만에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들이 똘똘한 용병과 결합해 디펜딩 챔피언들을 무너뜨리고 판도를 뒤엎었다.
1999-2000시즌 당시 현대는 정규시즌 3연패를 달성한 뒤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갔다. 통합 3연패의 호기. 그러나 현대는 당시 SK에 무너졌다. 2년차 서장훈과 현대에서 트레이드 한 재키 존스의 트윈타워가 이상민-조니 맥도웰 콤비를 압도했다. 김승현 역시 2001-2002시즌 데뷔하자마자 삼성과 SK, KCC 등을 눌러 앉히고 오리온스에 우승을 안겼다. 김승현과 마르커스 힉스 콤비의 위력 역시 대단했다. 이듬해 김주성이 입단하면서 TG가 오리온스의 통합 2연패를 저지했다. 당시 데이비드 잭슨의 클러치 능력은 환상적이었다. 이러니 통합 3연패가 나오기가 쉽지 않다. 전력과 판도 변화의 유동성이 너무나도 크다.
▲ 리빌딩의 필요성
모비스 역시 다음 시즌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달성한다는 보장은 없다. 기본적으로 LG와 SK는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외국인선수와 FA 변수가 있지만, 다음 시즌에도 상위권을 형성할 수 있는 팀들이다. 또한, 다음 시즌에는 KCC 하승진이 공익근무를 마치고 복귀한다. 하승진과 김민구의 결합은 농구 팬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외부 환경을 내다볼 때 모비스로선 어려운 시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내부적인 사정도 썩 좋지 않다. 한국나이로 양동근이 34세, 문태영이 37세, 함지훈이 32세다. 토종 핵심 멤버들의 나이가 많다. 특히 양동근과 문태영의 경우 다음 시즌에 올 시즌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영향으로 올 시즌에도 모비스의 조직력은 예년보다 2% 부족했다. 유재학 감독의 용병술로 메웠지만, 내부적인 어려움은 있었다.
중요한 건 양동근 문태영 함지훈의 확실한 백업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올 시즌 이대성이라는 좋은 가드를 발굴했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하면 포워드와 센터에도 이대성 같은 좋은 선수를 발굴해야 한다. 모비스는 KBL 규정상 1~2순위 신인을 잡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신인드래프트에서 3순위를 뽑을 수는 있다. 바뀐 규정을 잘 활용하면 리빌딩에 속도를 낼 수는 있다. 리빌딩을 시도한다면 챔피언결정전 3연패는 결코 쉽지 않다. 모든 프로스포츠의 진리. 특히 농구의 특성상 조직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유 감독은 지난 정규시즌 중에도 리빌딩 필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모비스로선 3연패의 욕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다음 시즌은 귀화혼혈선수 문태영이 모비스에서 뛰는 마지막 시즌이다. 문태영이 빠져나간 이후 모비스 전력은 약화된다. 어쩌면 다음 시즌이 당분간 모비스가 3연패를 노릴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 리빌딩도 절실하다. 모비스와 유 감독이 우승 이후 가장 먼저 고민할 부분이다.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5월이면 2014-2015시즌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모비스 선수들. 사진 = 창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창원 김성진 수습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