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삼성 포수 이흥련이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삼성 이흥련은 대졸 2년차다. 올해 1군 경험을 처음으로 쌓고 있다. 진갑용이 곧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는다. 이지영이 옆구리 통증으로 1군에서 제외된 상황. 지난해 삼성 안방을 이끌었던 두 축이 한꺼번에 이탈한 것. 때문에 이흥련은 선배 이정식을 제치고 요즘 주전으로 출전한다. 류중일 감독은 “잘해주고 있다”라며 이흥련 기 살리기에 앞장선다.
사실 이흥련은 KT 조범현 감독이 극찬했던 포수다. 삼성은 진갑용의 노쇠화에 대비해 최근 몇 년간 수 많은 포수를 뽑았다. 하지만, 성장세는 더뎠다. 몇몇 포수는 타 팀에 넘겨주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흥련의 등장 및 성장은 삼성엔 반가운 일. 지난해 삼성에서 포수 인스트럭터를 역임했던 조 감독은 “이흥련이 괜찮다”라고 했다고 한다.
류 감독의 반응도 괜찮다. “세리자와 베터리 코치가 캐칭, 블로킹, 송구 모두 괜찮다고 한다”라고 했다. 실제로 이흥련은 경험 적은 포수답지 않게 기본기가 잘 닦였다. 주눅 들지 않고 과감하게 플레이를 펼친다. 류 감독은 “주전은 기회가 왔을 때 따내야 한다”라는 지론. 이흥련은 이지영과 진갑용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흥련은 11일 대구 SK전서도 선발 출전해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일단 타석에서 데뷔 첫 타점을 따냈다. 0-2로 뒤진 4회 2사 1,3루, 볼카운트 1B2S의 불리한 상황에서 SK 선발투수 로스 울프의 바깥쪽 직구를 깔끔하게 밀어쳤다. 깨끗한 1타점 우전적시타. 데뷔 17타석만에 첫 타점을 기록한 것. 이날 기록은 4타수 1안타 1타점.
수비에서는 더욱 인상 깊었다. 2회 1사 1루 상황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는 나주환을 아웃으로 돌려세웠다. 이흥련의 간결하고 정확한 송구가 돋보였다. 3회가 백미. 무사 1루 상황에서 박진만의 2루 도루를 완벽하게 저지했다. 박진만의 스타트 타이밍을 빼앗았다. 피치 아웃을 시도했다. 이흥련은 1루와 2루 사이에서 멈춘 박진만을 잠깐 바라봤다. 직접 내야진에게 송구하지 않고 직접 박진만에게 공을 쥐고 달려가 태그 아웃처리하는 기민함을 선보였다. 이흥련의 센스가 돋보이는 대목.
물론 아쉬움도 남겼다. 첫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4회 2사 2,3루 나주환 타석에서 배영수의 공을 옳게 받지 못해 패스트볼을 기록한 것. 이날 배영수는 스플리터,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공을 구사했다. 포수의 캐칭과 블로킹이 정말 중요했다. 더구나 배영수의 구위가 SK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 포수의 경기운영과 기본기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었다. 3회까지 무난한 수비를 선보였던 이흥련으로선 아쉬운 대목이었다. 잘 하다가 자신의 실수로 선취점을 내준 것.
2-2로 맞선 8회 1사 1루 상황에선 대주자 김재현에게 2루도루를 내줬으나 이흥련의 송구는 2루 베이스 방향으로 정확하게 향했다. 계속된 2사 2,3루 위기에선 침착한 블로킹으로 심창민과 안지만을 잘 이끌었다. 이흥련은 특히 조인성에게 뚝 떨어지는 커브를 요구해 헛스윙 삼진 처리하기도 했다. 이흥련은 9회 무사 1,3루 위기에선 조동화에게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우익수 박한이가 정확하게 이흥련에게 다이렉트 송구를 했다. 이흥련은 지체 없이 홈으로 쇄도하던 대주자 김성현에게 태그를 시도했다. 그러나 김성현이 간발의 차로 홈플레이트에 손을 터치했다.
데뷔 첫 타점에 두 차례 도루 저지. 그리고 한 차례의 패스트볼. 그리고 9회 아쉬운 홈 대처. 이흥련에겐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울고 웃었지만, 이흥련에겐 충분히 뜻깊은 경기였다. 삼성에 좋은 포수 1명이 성장 중이다.
[이흥련. 사진 = 대구 김성진 수습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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