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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슬라이더가 부활했다.
류현진은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개막전서 2이닝 8실점으로 부진했다. 한 이닝 최다 6실점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다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도 크게 치솟았다. 수비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자신의 구위도 좋지 않았다. 류현진에게 12일 애리조나와의 원정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잘 던지지 못할 경우 미국 언론으로부터 쏟아질 비난도 각오해야 할 절체절명의 상황.
역시 류현진은 스타다. 위기에서 빛난다. 류현진은 7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2승을 챙겼다. 이날의 키워드는 단연 슬라이더였다. 주무기 체인지업보다 더 많이 구사하며 애리조나 우타자들을 봉쇄했다. 류현진의 슬라이더가 새삼스러울 건 없다. 다만, 현 시점에선 중요하다. 5일 부진을 세밀하게 분석하면, 다양하지 못한 볼배합도 한 몫 했다. 결과론이었지만, 류현진은 당시 슬라이더와 커브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고 획일적인 볼배합이 보였다.
물론 당시 류현진의 변화구 제구력 자체가 좋지 않아 보였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구를 승부구로 구사했다. 하지만, 이날은 왜 류현진이 슬라이더를 유용하게 사용해야 하는지 입증했다. 류현진은 이날 1회부터 타순이 한 바퀴를 도는 3회까지 대부분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갔다. 오른손타자 몸쪽으로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애리조나 타선이 꽁꽁 묶였다. 연신 헛스윙.
류현진은 4회 이후 체인지업과 커브를 조금씩 섞으면서 애리조나 타선을 더욱 혼돈에 빠트렸다. 슬라이더의 위력이 밑바탕에 깔린 상황에서 체인지업의 위용은 더욱 빛났다. 체인지업은 우타자 기준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진다. 슬라이더와 정 반대 궤적. 커브는 구속이 느린 대표적 변화구. 타격 타이밍과 포인트를 완벽하게 흐리는 절묘한 경기운영이 돋보였다. 천적 폴 골드슈미트를 무안타로 봉쇄한 게 컸다.
애리조나 타선이 적극적인 스윙을 하자 류현진에게 더욱 말려들었다. 류현진은 4회 마지막 타자 마크 트럼보를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7회까지 10타자에게 연이어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8개의 탈삼진도 섞였다. 슬라이더 하나가 살아나면서 전체적인 투구내용이 살아났다. 애리조나 타선에 주도권을 잡은 채 마음 먹은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류현진은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직구, 체인지업 등 단순한 볼배합과 구종으로는 메이저리그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하나. 류현진은 지난해 4월 8일 피츠버그전서 6⅓이닝 2실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승을 챙겼는데, 당시 페더로위츠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날은 주전포수 A.J. 엘리스의 부상으로 페더로위츠와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다. 그래도 무리 없었다. 오히려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포수가 바뀌면서 좀 더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되살아난 슬라이더의 효과가 매우 컸다. 류현진다운 지배력이 돋보인 경기. 시즌 2승도 확실히 움켜쥐었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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