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종규에겐 값진 보약이 됐다.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2연패로 끝난 2013-2014시즌 남자프로농구. 모비스가 LG 문태종, 데이본 제퍼슨을 어떻게 막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전포인트였다. 문태종과 제퍼슨 봉쇄의 핵심은 김종규였다. 유재학 감독은 문태종과 제퍼슨에 대한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김종규를 맡은 로드 벤슨에게 도움수비를 지시했다. 벤슨은 상황에 따라서 김종규를 버리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김종규는 이때 파괴력을 드러내지 못했다. 유 감독은 문태종과 제퍼슨에게 함정을 파놓고 트랩을 썼다. LG에 외곽슈터가 많아 패스가 원활해질 경우 흐름을 내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결정적인 승부처에서만 사용했다. 이것의 핵심도 결국 김종규였다. 김종규가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줬다면 유 감독이 이런 승부수를 쓸 수 없었다. 김종규가 챔피언결정전서 보여준 기록은 평균 5.3점 2.7리바운드. 냉정하게 보면 공헌도가 많이 떨어졌다.
▲ 김종규를 위한 변명
김진 감독은 “종규는 이미 정규리그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충분히 만족한다”라고 했다. 사실 김종규는 지난해 2월부터 강행군을 펼쳤다. 대학리그 정규시즌과 각종 대표팀 차출에 프로아마 최강전, 전국체전을 소화한 뒤 곧바로 프로 첫 시즌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까지 뛰었다. 약 14개월을 쉼 없이 뛰고 또 뛰었다. 결국 체력과 힘의 한계를 맛봤다. 대학리그 플레이오프서 발목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괴물 같은 회복력으로 큰 부상 없이 14개월 대장정을 마쳤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대단했다. 김종규는 KBL과 대학농구연맹, 대한농구협회의 부실한 행정과 원활하지 않은 의사소통으로 혹사를 당했다.
김종규는 경희대 시절 매우 단순한 움직임을 보였다. 경희대의 시스템상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주특기인 속공 마무리와 골밑 포스트업, 심지어 김민구 두경민과의 조직적인 2대2 공격도 그리 많지 않았다. 경희대 농구 자체가 스크린과 2대2 농구를 매끄럽게 하는 팀이 아니었다. 결국 김종규는 대학 시절까지 타고난 하드웨어로 농구를 했다. 센터로서 필요한 테크닉은 부족했다.
김종규는 그런 상황에서 프로에 합류했다. LG는 강양택 코치를 붙여 개인지도를 했다. 김종규는 쑥쑥 성장했다. 시즌 중 중거리슛 정확도도 높였고, 볼 없는 움직임도 많이 좋아졌다. 기적이었다. 강 코치는 “종규의 센스와 농구 이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라고 놀라워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서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 우선 위에서 지적한 체력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극도의 긴장감과 집중력이 지배하는 챔피언결정전은 개개인의 임기응변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웨이트가 부족한 김종규는 힘이 좋은 함지훈과의 1대1 매치업에서 밀렸다. 이때 김종규가 적절히 동료를 활용했다면 챔프전 흐름은 달라질 수 있었다. LG 벤치는 김종규에게 해결방법을 제시했지만, 김종규는 승부처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물론 LG는 김종규를 공들여 키우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그 정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성장시키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다. 김 감독이 김종규에게 “이 정도만으로도 대단하다”라는 건 이런 이유가 있다. 사실 빅맨으로서 매력적인 기동력과 헌신적인 마인드, 몇몇 기술의 업그레이드만으로도 대단하다. 충분히 이유 있고 변명 가능한 김종규의 챔프전 부진이었다. 올 시즌 김종규는 할 만큼 했다.
▲ 김종규의 두 가지 과제
김종규에겐 과제가 있다.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웨이트다. 오세근(KGC인삼공사)을 보면 김종규의 웨이트가 부족하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함지훈과의 매치업에서 철저하게 밀리면서 벌크업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벌크업은 비 시즌에 제대로 할 수 있다. 실전 경기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시즌 중에는 이동이 잦고 경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대부분 농구선수는 시즌 막판엔 체력 관리를 위해 웨이트트레이닝 대신 휴식을 선택한다.
다음 시즌에는 KGC 오세근이 군에 입대하지만, KCC 하승진이 돌아온다. 힘 좋다는 함지훈도 “하승진은 어떻게 못 하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김종규가 LG 숙원인 통합우승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하승진 오세근 함지훈 등과의 매치업에서 밀리면 안 된다. 그리고 김종규는 비 시즌 스페인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에 잇따라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변이 없는 한 대표팀에 들어간다. 당연히 힘 좋은 외국 센터들을 잇따라 만날 것이다. 벌크업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나머지 하나는 기술의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다. 중거리슛 정확도를 좀 더 높이기 위해선 일단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볼 없는 움직임을 좀 더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센터에게 필수적인 포스트업과 페이스업 공격을 좀 더 다듬어야 한다. 한 마디로 세트오펜스에서의 파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을 대비한 드리블과 패스워크 능력 향상도 필요하다. 유재학 감독은 “센터도 드리블 할 줄 알고 패스 할 줄 알아야 살아남는다”라고 항상 지적한다.
김종규는 지난 14개월간 초강행군을 펼치면서 충분히 폭풍성장 했다. 한국농구에 희망을 안겼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은 김종규에겐 좌절을 안겼다. 한편으로는 김종규에게 너무나도 값진 보약이었다.
[김종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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