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중심타선에 찬스가 안 걸린다.”
3승6패. 삼성이 결국 LG, 한화와 함께 최하위로 떨어졌다. 확실히 시즌 초반 투타 불균형에 시달린다. 예년에도 봤던 일이긴 하다. 항상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그럴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래서 류중일 감독은 고민이 크다. “우리 선수들이 원래 컨디션이 늦게 올라온다”는 류 감독은 “매미가 울어야 되나?”라고 쓴웃음을 짓는다. 무더운 여름이 돼야 좋은 경기력을 뽐내는 삼성의 특성을 비유한 것이다.
류 감독은 지금 타선이 가장 큰 고민이다. 최근 2경기서 필승조 안지만, 심창민이 연이어 패전투수가 됐지만, 곧 안정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타선은 최적의 조합을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류 감독이 시즌 초반 구상한 베스트 라인업은 정형식-나바로-채태인-최형우-박석민-이승엽-박한이-이지영-김상수. 일단 이지영이 개막전서 옆구리 부상을 입어 이흥련이 투입됐다. 이흥련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한 건 사실. 그러나 삼성 타선을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긴 부족했다.
▲ 톱타자 고민
톱타자에만 배치되면 누구나 일제히 침묵했다. 류 감독은 “잘 치면 최고의 선택이고, 못 치면 부담이 돼서 그렇다는 말이 나온다. 다 결과론”이라고 허탈하게 웃었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톱타자 고민이 심했다. 박한이가 몇년 전만 하더라도 톱타자로 출전했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톱타자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지난 몇년간 배영섭이란 좋은 톱타자를 발굴했으나 올 시즌 경찰청에 입대했다. 지금 삼성은 배영섭 공백을 절실히 느낀다.
기록이 말해준다. 정형식은 1번 타순에서 18타수 3안타 타율 0.138 1타점 3볼넷 6삼진을 기록 중이다. 결국 류 감독은 지난주 울산 롯데전부터 박한이를 톱타자로 올렸다. 그런데 박한이도 1번타순에서 13타수 1안타 타율 0.077 2볼넷 4삼진으로 부진하다. 김상수도 1번 타순에서 5타수 1안타 타율 0.200 1타점. 현재 삼성의 시스템상 정형식 박한이 김상수 외에 톱타자를 맡을 선수는 야마이코 나바로 뿐이다.
류 감독은 “나바로는 최후의 선택”이라고 했다. 나바로는 2번타순에서 34타수 9안타 2홈런 8타점 4볼넷 8삼진. 나바로는 볼을 잘 고르는 스타일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타격하며 찬스를 만들어내거나 해결하는 스타일. 강한 2번을 강조하는 류 감독의 성향상 1번보다는 2번 혹은 6~7번이 어울린다. 때문에 류 감독은 일단 차선책으로 박한이를 톱타자로 밀어붙이고 있다.
▲ 연결고리가 약해졌다
삼성 클린업트리오는 채태인-최형우-박석민이다. 6번 이승엽까지 사실상 클린업 쿼텟이다. 류 감독은 12일 SK가 좌완 조조 레이예스를 선발로 등판시키자 채태인과 박석민의 타순을 맞바꿨다. 객관적인 파괴력을 보면 9개구단 최강이다. 외국인타자가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톱타자가 풀어주지 못하면서 타선의 연결고리가 꽉 막힌 느낌이다. 3~4번이 찬스를 만들고 하위타선에서 겨우 해결하는 모양새다.
삼성은 12일 경기서 4회 2점, 5회 4점, 7회 1점을 뽑아냈다. 11안타 6볼넷 7득점. 비록 졌지만, 공격적으로는 오랜만에 잘 풀린 게임이었다. 특히 5회 4점의 의미가 크다. 박한이-나바로 테이블세터가 연이어 볼넷을 골랐기 때문에 대량득점으로 이어졌다. 사실 두 사람이 볼넷을 골랐다기보다 레이예스의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테이블세터의 밥상 차리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 대목이었다. 삼성은 비록 12일 경기를 내줬지만, 5회 4득점 당시와 같은 공격이 자주 나와야 한다.
▲ 류心의 1번은 여전히 정형식
류 감독은 최근 정형식을 톱타자로 쓰지 않는다. 박한이와 타순을 맞바꿔 7번으로 내렸다. 그러나 7번에서도 부진하자 12일 대구 SK전서는 우타 외야수 이상훈을 1군에 등록하자마자 선발 출전시켰다. 그러자 정형식도 7회 교체 투입돼 중전안타를 때리며 주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런 부분은 매우 좋다. 내부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류 감독이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여전히 정형식이 톱타자 1순위다.
류 감독은 “정형식은 수비가 좋다. 발도 빠르다”라고 했다. 이어 “박한이는 정형식보다 느리다. 그리고 김상수는 유격수라서 수비 부담이 크다. 되도록 톱타자로는 쓰지 않는 게 낫다”라고 했다. 나바로 역시 최후의 선택. 정형식이 한창 잘 맞을 때는 특유의 컨택 능력과 기동력이 결합해 삼성 타선에 시너지효과를 냈다. 지난해 배영섭이 잔부상으로 빠졌을 때 쏠쏠한 역할을 해줬다. 류 감독은 여전히 그때 모습을 그리워하며 쓴맛을 다시고 있다. 현 시점에선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박한이가 잘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나바로와 정형식(위), 박한이(가운데), 김상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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