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요즘 우리 팀에서 안타 1~2개 치고는 말도 못합니다"
평소 '입담'이 걸출한 '캡틴' 이호준의 한마디는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호준은 지난 13일 LG와의 경기에서 연장 12회초 1사 3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서 중전 적시타를 때렸다. 이 한방으로 NC는 5-4로 승리, 시즌 첫 3연전 스윕과 더불어 시즌 전적 8승 4패로 단독 1위에 올라섰다.
결승타의 주인공이자 2년 연속 주장을 맡으며 NC를 이끌고 있는 이호준은 "2~3점차로 지고 있어도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해 개막 7연패로 출발하며 이맘때 겨우 창단 첫 승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NC가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동점에서 역전까지 하는 경기를 치르다보니 선수들의 자신감이 달라졌다"라는 게 이호준의 말이다.
이어 이호준의 말은 NC의 팀 분위기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우리 팀은 1~9번타자 모두 파이팅이 크다. 안 나가는 선수들도 파이팅이 큰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 이어 "우리 팀에서 2안타는 기본입니다. 3안타는 쳐야 고개 들고 다닙니다"라는 재치 있는 말까지 던졌다.
NC는 지난 LG와의 주말 3연전 동안 무려 27득점을 폭발시켰다. 특히 지난 11일 경기는 백미였다. 물론 투수진의 난조와 실책이 쏟아지는 아쉬운 경기력도 보였지만 9회초 모창민의 결승 솔로포로 12-11로 승리, NC가 이제는 막판까지 이어지는 시소 게임에서도 이길 수 있는 팀으로 변모했음을 알렸다.
NC의 성장엔 어떤 요인들이 있었을까. 우선 선수층이 두꺼워졌다. 그리고 사연도 많고 야구에 목마르고 절실한 선수들이 많다.
지난 해 NC의 부름을 받고 무명을 탈출한 김종호가 대표적인 예다. 김종호는 1번타자로 자리매김하며 50도루를 기록,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제 NC는 제 아무리 도루왕이라도 자칫 잘못하면 주전에서 빠질 수도 있는 팀이 됐다.
김종호는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입기도 했고 개막전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 올리지 못했다. 초반에 주전으로 나오지 못한 이유였다.
그럼에도 김종호는 "우리 팀은 4강권에 드는 게 목표고 그것을 선수들이 다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이라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먼저 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NC는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국가대표 리드오프' 이종욱을 영입했고 군 제대한 오정복이 가세해 외야진에 활력을 넣고 있다. 지난 해 홈런 15방을 터뜨린 권희동은 대타 요원이 됐다. 그만큼 NC의 전력이 강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주전이었던 선수가 벤치로 밀려나면 그것만큼 서러운 게 없을 터. 그러나 NC 선수들은 4강이라는 하나된 목표 아래 주전, 백업 가리지 않고 전진하고 있다.
김경문 NC 감독은 지난 13일 LG전에 오정복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전날(12일) 이종욱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적이 있어 이종욱에게 휴식을 준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오정복이 잘 하고 있는 것에 비해 많이 못 나가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NC의 '뎁스'가 점점 깊이를 더하는 만큼 균등한 기회를 주고 있는 김 감독이다.
이날 원포인트릴리프로 출격해 ⅔이닝을 막아낸 좌완투수 홍성용의 말은 심금을 울리기까지 한다. 홍성용은 그야말로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다. LG에서 방출된 뒤 박가람의 권유로 일본 독립리그에 발을 들인 그는 4년간 묵묵히 이국 땅에서 내일을 바라봤다. 그 결과 NC의 입단 제의를 받을 수 있었고 홍성용은 프로 입문 9년 만에 극적으로 1군 선수로 데뷔할 수 있었다.
홍성용은 1군 데뷔전이었던 지난 12일 경기를 마친 후 덕아웃으로 들어가면서 김 감독을 바라봤다고 한다. 홍성용은 "감독님은 나에게 기회를 주신 분이다. 사실 나는 특별한 선수가 아니다. 잘해봐야 140km 정도 던진다. 그럼에도 나에게 기회를 주셨다"라면서 "팀이 4강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나가는 경기가 아니더라도 팀이 이기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런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NC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NC는 단독 1위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엔 창단 첫 4강이란 목표 속에 야구와 승리가 절실한 선수들이 모여 이룬 환상의 팀워크가 있다.
[NC 이호준이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NC 경기 12회초 1사 3루에 1타점 안타를 쳐 5-4로 역전했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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