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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손연재가 또 다시 자신을 뛰어넘었다.
손연재(연세대)가 13일(한국시각)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끝난 FIG(국제체조연맹) 리듬체조 월드컵서 개인종합 5위를 차지했다. 리본 17.316점, 곤봉 17.600점 후프 18.100점, 볼 17.400점을 받아 총점 70.416점. 전 종목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라간 손연재는 곤봉 18.000점으로 은메달, 볼 17.850점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월드컵시리즈 8연속 메달.
손연재는 페사로월드컵 1주일 전에 치러진 리스본월드컵 종목별 결선서 볼 17.500점, 곤봉 17.450점, 리본 17.150점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71.200점을 기록한 개인종합 금메달까지 4관왕. 이 대회는 러시아 원투펀치 야나 쿠드랍체바, 마르가티나 마문과 우크라이나 에이스 안나 리자트니노바가 빠졌다. 때문에 손연재의 4관왕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손연재는 이들이 모두 참가한 이번 페사로월드컵서도 거의 대등한 성적을 냈다.
▲ 꿈의 18점 돌파
대회는 상대적이다. 많은 점수를 획득하고도 입상에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적은 점수를 받고도 입상에 성공할 수도 있다. 때문에 점수 추이를 봐야 한다. 현재 쿠드랍체바와 마문의 경우 전 종목에서 꾸준히 17점대 후반에서 18점대 초, 중반의 점수를 받는다. 현재 리듬체조 점수 구성은 난도(D, Difficulty) 10점, 실시(E, Execution) 10점으로 나뉜다. 두 부문에서 9점대 이상을 받아야 18점대가 완성된다. 손연재 역시 18점대 점수를 받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대회의 레벨이 아시아선수권과 유니버시아드 대회였다. 상대적으로 점수가 후한 면이 있다.
때문에 손연재로선 진정한 톱랭커들이 출전하는 세계선수권이나 월드컵 시리즈서 18점대 점수를 찍을 필요가 있다. 손연재는 지난주 리스본에서도 18점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페사로 월드컵서는 곤봉에서 18점대를 찍었다. 지난해 카잔 유니버시아드 이후 처음으로 곤봉에서 받은 18점대 점수였다. 그것도 이따금씩 수구를 놓치는 실수로 애를 먹였던 곤봉에서의 18점대라 더욱 의미가 컸다.
손연재가 월드컵시리즈서 18점대를 많이 찍으면 찍을수록 9월 인천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대한 대비도 자연스럽게 된다. 특히 아시아권 선수만 모인 아시안게임서 18점대를 찍을 경우 개인종합 금메달은 유력하다고 봐야 한다.
▲ 시즌 조기 돌입+어머니 동행
손연재는 올 시즌을 조기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전국체전을 마치고 잠깐 휴식을 취한 뒤 11월에 출국했다. 어머니 윤현숙 씨와 동행한 손연재는 러시아 노보크스트 현지에 숙소를 구했다. 손연재의 어머니 윤 씨는 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손연재는 아직 21세 어린 소녀. 당연히 심리적 안정감이 극대화됐다. 편한 마음을 갖고 훈련에만 집중했다. 손연재는 지난해와 올해 프로그램 난도를 계속 높였다. 세계정상권 선수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불가피한 선택. 일단 시즌을 조기에 돌입하면서 자연스럽게 훈련량이 늘었다.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이 결합됐다.
손연재는 올 시즌 4월 강행군이다. 3월 말 슈투트가르트 월드컵을 시작으로 리스본 월드컵과 페사로 월드컵을 연이어 치렀다. 이번주에는 인천에서 코리아컵 체조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다음주에는 갈라쇼도 치러야 한다. 체력 부담이 극대화되는 상황. 손연재는 지난해에도 시즌을 소화하면서 체력 문제가 대두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 없는 듯하다. 손연재는 올 시즌 비교적 기복 없이 꾸준하게 성적을 내고 있다. 체력이 밑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다.
▲ 숙련도 업그레이드
역시 중요한 건 프로그램 숙련도 업그레이드. 곤봉에서 18점대를 받은 건 수구 조작을 완벽하게 했다는 의미다. 물론 이번 페사로월드컵서는 리본에서 줄 간수를 옳게 하지 못하는 바람에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은 실수는 톱랭커들도 종종 한다. 중요한 건 얼마나 실수를 줄이느냐의 싸움이다. 아무래도 쿠드랍체바와 마문은 실수의 빈도가 낮은 건 사실. 손연재도 잔 실수를 많이 줄였다.
객관적인 프로그램 숙련도도 좋아졌다. 손연재가 올 시즌에 사용하는 프로그램 난도는 작년보다 또 높아졌다. 손연재만의 표현력이 극대화되는 동시에 테크닉 자체가 업그레이드 됐다. 체력의 업그레이드 속에서 기술의 향상이 곧 프로그램 숙련도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졌다. 현재 손연재는 톱랭커 빅3(야나 쿠드랍체바, 마르가티나 마문, 안나 리자트니노바)에 비해선 확실히 뒤처진다.
그러나 손연재는 이제 어떤 신흥 강호도 누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리고 빅3에겐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가 됐다. 이것만으로도 리듬체조 불모지 한국에서 벌어진 기적 같은 일이다. 손연재가 그 기적을 해내고 있다. 자신을 뛰어넘고 있다.
[손연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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