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귀화를 하면 무조건 뽑아야죠.”
여자농구대표팀 위성우 감독은 분명하게 언급했다. 14일 전화통화서 “앰버 해리스가 귀화하면 무조건 대표팀에 뽑는다. 그것 때문에 귀화를 추진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해리스는 2012-2013시즌 삼성생명에서 뛴 외국인선수다. 삼성생명은 당시 득점력이 탁월한 해리스를 앞세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생명은 우승을 위해 해리스의 귀화 절차를 뭍밑에서 조심스럽게 밟고 있다.
현재 WKBL과 6개구단은 한국인 해리스의 활용방안과 삼성생명을 제외한 5개구단과의 형평성에 대해 갑론을박 중이다. WKBL과 6개구단이 해리스의 귀화 이후 활용방안에 대한 원칙을 끝내 도출하지 못할 경우 귀화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대다수 농구인은 “그럴 가능성은 미미하다”라고 했다. 어쨌든 해리스의 귀화는 여자농구대표팀의 전력 상승을 의미한다. 이는 삼성생명이 해리스의 귀화를 추진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 해리스의 필요성과 여자농구의 특수성
여자농구는 저변이 매우 얇다. 주전 의존도가 극히 높다. 6개구단 주전 대부분은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시즌을 치른다. 시즌이 종료되면 일정기간 재활이 필요하다. 심지어 수술을 받는 케이스도 있다. 당연히, 몸이 아픈 6개구단 주전들은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는 주요 멤버들. 때문에 여자농구대표팀은 최근 몇 년간 소집만 하면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구단 이기주의까지 결합해 대표팀 차출 거부 소동이 일어난 적도 있다.
더구나 국제무대서 여자농구의 높이는 경쟁력이 썩 좋지 않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서도 일본 주전센터 도카시키 라무를 막지 못해 고전했다. 물론 202cm의 하은주가 있다. 그러나 하은주의 몸 상태는 소속팀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조차 매일 세심하게 파악해야 한다. 고질적으로 무릎이 좋지 않다. 비 시즌에 100% 경기력을 뽐낸 적이 드물다. 때문에 대표팀에선 효율성이 높은 카드가 아니다.
그래서 한국은 최근 몇 년간 185cm의 신정자를 비롯해 강영숙 양지희 등이 센터진을 구축했다. 이들은 190cm도 넘지 않는다. 과거 테크닉이 좋은 정선민이 대표팀 주전센터를 맡았을 땐 그래도 어려움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현재 대표팀이 구성할 수 있는 센터진은 높이와 기술 모두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196cm, 98kg의 해리스는 대표팀의 높이 걱정을 단숨에 덜어낼 필승카드다. 위 감독이 해리스가 귀화를 하기만 한다면 무조건 대표팀에 뽑겠다는 건 이유가 있다. 이미 기량 검증도 끝난 상태다.
▲ 5월12일 평창 JDI에서 소집
위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여자대표팀을 맡았다. 대표팀은 이미 예비엔트리가 발표됐는데, 곧 12인 최종엔트리도 발표된다. 삼성생명에서 계약이 만료된 정상일 코치는 대표팀에 당분간 전념한다. 위 감독은 전주원 코치도 대표팀에 데려왔다. 코칭스태프 인선은 매끄럽게 끝났다. 다음주에는 예비소집을 갖는다. 그리고 5월 12일 평창 스포츠재활센터에 모인다. 확실히 예년과는 다른 행보. 그동안 여자농구대표팀은 매년 구단 이기주의와 부상 재활 문제로 국제대회가 임박해서 부랴부랴 소집됐다. 위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을 처음 맡은 뒤 “아픈 선수가 많아서 재활만 하다 끝났다”라고 아쉬워 했다.
위 감독은 이를 바꿨다. 대표팀 소집시기를 5월로 앞당겼다. 합의를 이끌어냈다. 대표팀은 5월12일부터 약 2주간 평창 스포츠재활센터에서 재활과 체력훈련을 병행한다. 여자농구의 현실성과 아시안게임 우승에 필요한 사전 밑그림을 그리기 위함이다. 6월에는 진천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한다. 7월에는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8월에 다시 소집되는 대표팀은 해외 전지훈련을 겸한 국제대회 참가를 계획 중이다. 대한농구협회와 조율 중인 상황.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면 인천에서 훈련을 한 뒤 아시안게임을 맞이한다는 계획.
위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철저한 준비가 돋보인다. 일단 매년 반복된 부상과의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또한, 위 감독은 “계속 대표팀에서 합숙하면 선수들도 지루해진다. 그리고 소속팀의 다음시즌 준비도 필요하다”라고 했다. 7월에 대표팀이 해산되는 이유다. 또 하나. 여자대표팀은 올해 이원화된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이 겹치기 때문. 김영주 감독이 이끄는 세계선수권 대표팀엔 2진급이 들어간다. 두 대표팀이 합숙훈련을 하면 사실상 소속팀 훈련은 불가능하다. 위 감독이 예년과는 다르게 세밀한 스케줄을 짤 수 있었던 이유다.
▲ 해외 전지훈련 겸 국제대회 참가 추진
여자농구대표팀은 8월 국제대회 참가를 추진하고 있다. 위 감독은 “유럽 쪽을 생각하고 있다. 친선대회가 있다”라고 했다. 외교력이 약한 대한농구협회는 그동안 이런 부분이 취약했다. 그러나 위 감독은 대표팀 감독 선임 직후 곧바로 이를 알아봤다. 국내에는 마땅한 스파링파트너가 없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선 해외전지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WKBL도 지원을 준비 중이다.
위 감독이 짜놓은 스케줄에 해외전지훈련, 그리고 해리스의 귀화와 대표팀 발탁까지. 모든 상황이 순조롭게 전개될 경우 대표팀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0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불가능하지 않다. 몇 가지 변수가 있지만, 현 시점에선 구체적인 금메달 로드맵이 구축된 상태다. 귀화선수 영입 작업에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남자대표팀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앰버 해리스(위),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운데), 지난해 여자농구대표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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