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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왜 박경완이 최고였는지 알아요?”
삼성 포수 이흥련의 활약이 쏠쏠하다. 홍익대를 졸업한 2년차 이흥련은 올 시즌 삼성의 10경기에 모두 나섰다. 22타수 5안타 타율 0.227 1타점. 그런데 득점권 타율은 0.333으로 좋다. 송구능력과 블로킹, 도루저지능력도 수준급이라는 평가. KT 조범현 감독은 삼성 인스트럭터 시절 이흥련을 높게 평가했다. 현재 그를 지도하는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 코치 역시 마찬가지다.
류중일 감독은 이흥련이 대졸 2년차가 할 수 있는 역량을 100%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 류 감독은 “이흥련이 잘 해주고 있다. 지금은 수비만 잘해주면 땡큐”라고 했다. “타격에서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라는 류 감독은 대뜸 “블로킹도, 도루저지도 중요하지만”이라면서 “박경완이 왜 최고였는지 아세요?”라며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류 감독이 왜 SK 박경완 퓨처스 감독의 얘기를 꺼냈을까.
▲ 전력분석을 역행한 박경완
박경완 감독은 프로 4년차인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쌍방울 주전을 꿰찼다. 고졸 4년차로서 파격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박경완은 확실히 남다른 포수였다. 1999년에 현역에서 은퇴한 류중일 감독은 타석에서 박 감독이 리드한 투수를 숱하게 상대한 경험이 있다. 류 감독은 “나도 포수 경험 있다”라면서 박 감독의 비범함에 대해 회상했다.
류 감독은 “박경완은 전력분석과는 반대로 나왔다”라고 했다. 전력분석을 역으로 찌르는 타자에게 다시 역으로 승부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타자를 완벽에 가깝게 분석했고, 실전에서 임기응변능력을 발휘했다. 아웃의 확률을 높였다. 이는 소위 말하는 볼 배합 혹은 투수리드. 박경완은 이 분야의 국내 1인자였다. 류 감독은 “흥련이도 상대 타자를 더 많이 연구해야 좋은 포수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 박경완 볼배합의 기본
류 감독은 박경완이 볼배합과 투수 리드를 잘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단 투수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했다”라고 했다. 타자를 상대하기 전에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류 감독은 “그 투수가 직구가 좋은지 변화구가 좋은 투수인지, 그날 컨디션은 어떤지 아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그 다음엔 타자의 기본적인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최근 기록, 당일 컨디션, 최근 구질별, 코스별 결과를 알고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런 점을 머리에 한꺼번에 넣지 않고서는 결코 좋은 볼배합 혹은 투수리드를 할 수 없다는 의미. 당연히 경험이 중요하다. 박경완이 투수와 타자의 기본적인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했던 건 그만큼 많이 상대해봤기 때문이다. 이흥련 같은 젊은 포수들도 전력분석팀과의 미팅을 통해 모든 정보를 습득하고 경기에 나선다. 그러나 세밀한 상황 파악과 그에 따른 임기응변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좋은 포수가 발굴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다.
▲ 박경완만의 디테일함
이게 끝이 아니다. 류 감독은 “투수와 타자를 완벽하게 파악한 뒤에는 타자의 움직임을 잘 봐야 한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흔히 타자가 배터 박스 앞쪽에 붙으면 직구를 노리는 것이고, 배터 박스 뒤쪽으로 붙으면 변화구를 노린다고 봐야 한다. 보통 직구는 최대한 앞에서, 변화구는 최대한 뒤에서 타격해야 정타로 날아간다. 물론 그것도 타자의 체구와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류 감독은 더 파고들었다. “타자의 다리 위치가 중요하다. 오픈 스텐스인지 스퀘어 스텐스인지도 봐야 한다”라고 했다. 아무래도 오픈 스텐스는 몸쪽 공략을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 이밖에 “타자의 손과 다리 움직임도 봐야 한다”라고 했다. 스트라이드의 폭에 따라 장타에 중점을 뒀는지, 단타에 중점을 뒀는지 예측할 수 있다. 그 타자의 평상시 습관을 기억한다면 적중률은 높아진다. 류 감독은 “경완이는 타자들이 타격하면서 손을 어떻게 쓰는지도 다 보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데이터만으로 투수리드와 볼배합을 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박 감독은 심지어 경기장 특성, 날씨와 바람 방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투수리드를 했다. 그만큼 고려해야 할 게 많다. 이를 단순화시키는 노하우 역시 경험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들의 숙련도를 당장 이흥련이 갖춘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류 감독 역시 이흥련이 지금 당장 박경완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니다. 다만, 류 감독이 이흥련이 성장하기 위한 확실한 방향을 설정해줬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박경완(위), 이흥련(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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