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김수현 작가님 대본 안에는 다 답이 있다"
손여은은 지난 3월 30일 종영된 SBS 주말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 이하 '세결여')를 통해 대작가, 김수현 작가와 만났다. 많은 배우들이 김수현 작가와의 작업을 꿈꾸고, 그녀를 존경하는 만큼 손여은에게도 '세결여' 출연은 연기 그 이상의 것들을 가져다줬다.
손여은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김수현 작가를 만나 한층 성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MBC '구암허준'을 통해 손여은을 알게 된 김수현 작가의 연락을 받았던 당시를 떠올린 손여은은 "되게 놀랐다. 김수현 작가님께서 저를?"이라고 입을 열었다.
손여은은 "대본 리딩에 참여하라는 말에 걱정이 많이 앞서더라. 작가님께서 저를 되게 예쁘게 보셨다고 했지만 걱정이 된 것이 사실"이라며 "진짜 열심히 해도 정말 혼도 많이 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작품에 누가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떨리는 마음으로 갔다"고 밝혔다.
그는 "리딩 때 자리가 김수현 작가님과 마주 앉는 자리였다. 마지막까지 제 자리가 됐는데 너무 떨렸다. 얼굴도 잘못 쳐다봤다. 왜 그렇게 떨었는지 모르겠다"며 "대본 리딩 시간 자체가 되게 진지했다. 준비를 많이 해갔는데 첫 리딩 때도 작가님은 아무 말씀 없으셨다. 다른 분들에게는 말을 많이 해주셨는데 저한테만 말씀 안해주셔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디션 겸 리딩이니까 떨어질 수도 있겠다고까지도 생각했다. 하지만 작품에 참여하게 됐고 처음 봤을때 느꼈던 김수현 작가님의 인상도 달라졌다. 당시엔 작가님이 어려워서 대본에만 집중하고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였지만 하나 하나 지적해주시고 설명해주시는게 무섭다는 차원의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세심하시고 정확해 틀린 말씀이 하나도 없으셨다. 다 이유 있는 말씀들이었고 캐릭터 하나 하나 다 아우르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모든 것을 아우르실 만한 이해심을 갖고 계신 분이라는걸 느꼈다. 그렇게 다 이해를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손여은은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며 이유 없는 행동, 이유 없는 사건, 이유 없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와 함께 김수현 작가가 그 모든 것을 이해하는 따뜻함을 지녔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러니 배우들에게 하는 말도 더 따뜻하게 느껴졌고, 점차 자신이 연기하는 한채린도 이해하게 됐다.
사실 손여은은 초반 한채린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 김수현 작가에게 용기내 물어봐도 편안하게 하라는 말뿐이었다. 하지만 김수현 작가는 한채린 역에 큰 애정을 갖고 있었고 이는 손여은에게도 느껴졌다. 김수현 작가는 한채린의 헤어스타일부터 눈썹 모양까지 꼼꼼하게 신경썼다.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못 보는 것들까지 신경 써주니 손여은 역시 자신의 연기에 확신을 갖게 됐다. 오히려 신경 써주지 않으면 더 초조할텐데,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다며 애정을 가져주고, 대본으로 소통하니 '잘못하고 있진 않구나. 다 뜻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용기를 얻었다.
손여은은 "작가님 대본 안에는 다 답이 있다. 처음에 보면 이걸 어떻게 하지, 어떻게 풀어나가지 생각하는데 계속 반복해서 읽고 생각하다 보면 답이 나온다. 지문 하나 하나까지도 놓쳐선 안 된다. 잠 자는 시간까지 줄여서 대본을 보고 또 봤다"고 고백했다.
"어떤 캐릭터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거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시작을 하는데 한채린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어서 오히려 그걸 더 즐겁게 받아 들이고 즐길 수 있었다. 드라마 흐름상 상황에 의해 생각지도 못한 신들이 나오면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순발력,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 됐다. 나도 하면서 참 많은걸 배우고 느낀 것이다."
손여은이 연기한 한채린은 실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이는 한채린을 연기한 손여은에게도 힘들게 다가온 것이 사실. 하지만 손여은은 한채린이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들에도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 그럴까,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의미를 계속 생각했다.
손여은은 "김수현 작가님이 모든 배우들 앞에서 어떤 캐릭터라도 사랑스러움이 없으면 안된다고 하셨다. 채린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매력은 나 먼저 인간적으로 공감을 느낄 때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며 "이번엔 특히 더 인간적인 면을 보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신 것 같다. 정말 훌륭하신 김수현 선생님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의 결과라 감사한 마음이 든다. 관심 가져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10년 동안 연기하며 크게 관심이 드러나지 않아도 작품 하나 하나 할 때마다 애정이 많았고 만족했다. 계속 이렇게 왔고 지금도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세결여'를 통해 이 반응과 관심들이 많아졌다. 좀 어리둥절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크게 바뀌거나 변하는건 없을 것 같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 이 상황들에 느끼는 것들이 이 다음 작품에서 표현되는 연장선이 되길 바란다. 조급함이 있었으면 아마 못 견뎠을 거다. 오히려 부딪치고 싸움을 했고 그러다보니 10년이 됐다. 연기는 힘도 줬다가 괴롭히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 앞으로의 10년도 내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연기를 지금보다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배우 손여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