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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갑작스럽게 찾아온 첫사랑. 이는 어떤 감정으로 느껴야 하는 것일까. 그것도 부모님의 재혼으로 인해 생긴 누나에게 느끼는 사랑에 혼란스러운 사춘기 소년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하는 것일까. 영화 '셔틀콕'은 이런 미묘한 소년의 감정을 말하고 있다.
'셔틀콕'은 열일곱 소년 민재(이주승)와 남동생 은호(김태용)가 피가 섞이지 않은 누나 은주(공예지)를 찾아 서울을 떠나 서산, 당진, 전주를 거쳐 남해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민재와 은주는 부모님의 재혼으로 만난 남매고,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면서 이별을 하게 된다. 그들의 이별은 민재의 혼란스러운 감정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이런 민재의 감정과 민재가 은주를 찾아 나서는 여행길을 담아낸 로드 무비다. 여행길에 따라 감정이 변하고, 사랑이라는, 또 애틋한 감정을 분노로 표현하는 민재에게서 첫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때는 몰랐던 바로 그 첫사랑이다.
열일곱 소녀 민재 역을 맡은 배우 이주승은 스물다섯 살의 청년이다. 소년이라는 수식어보다는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만한 나이다. 하지만 앳된 얼굴과 알듯 모를 듯 한 미묘한 표정은 민재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민재에게는 첫사랑이다. 아마도 용기를 내야 사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서툰 표현으로 사랑을 말 했는데 그로 인해 은주와 함께 살지 못하게 됐다. 일이 커졌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하지만 민재는 끝까지 은주를 놓지 않는다. 그런 감정들이 처음이니까, 민재는 그것을 화로 풀어냈다."
완벽했다.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는 민재의 감정은 이주승을 통해 완벽하게 표현됐다. 이는 분명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올해로 스물다섯인 이주승은 첫사랑을 느껴봤던 것이다.
"이미 나이가 들고, 첫사랑의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표현했기 때문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후회했던 것들, 또 첫사랑의 감정을 느껴본적이 있으니까 좀 더 편하게 표현할 수 있었죠. 무슨 느낌인지 모르고, 아프긴 아픈데, 화도 나고. 첫사랑이 그런 감정들이잖아요."
이주승은 전역 후 첫 작품으로 '셔틀콕'을 택했다. 2년에 가까운 시간을 군대에서 보냈고, 곧바로 촬영장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억누르고 있었던 연기에 대한 갈망을 '셔틀콕'에 쏟아냈다.
"전역 후 첫 작품이 '셔틀콕'이라 도움이 많이 됐다. 저예산 영화라 힘들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남들보다 훨씬 덜 힘들었던 것 같다. 정말 재밌었다. 피곤해도 또 새로운 곳에 갈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을 느꼈다고 할까? 감독님이 나에게 좋은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촬영이 순차적으로 진행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셔틀콕' 다음은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방황하는 칼날'이었다. '셔틀콕'이 전역 후 첫 작품이라는 의미가 있다면, '방황하는 칼날'은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상업영화 데뷔작부터 어려운 캐릭터였다. 영화에서 이주승은 중학생 소녀를 성폭행하고 죽음으로 내몬 고등학생 두식 역을 맡았다. 캐릭터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아야 연기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었다고.
"두식이는 악행을 저질렀지만, 아직 '뇌'가 다 자라지 않은 성숙하지 못한 아이다. 죄의 무게를 인지하지 못한다. 연기를 할 때는 나쁘게 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싸이코패스처럼 차갑게 표현하지도 않으려고 노력했다. 감독님이 '너도 이해를 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내가 내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해야 했기 때문에 더 힘든 캐릭터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주승은 군대를 이미 다녀왔다. 육군 포병으로 군생활을 한 이주승은 어차피 가야하는 군대를 '숙제'라고 표현했고, '숙제'를 끝낸 지금은 홀가분하다고 했다. 군대에서 인내와 집중력도 배웠다.
"어릴 때부터 숙제가 남아 있는 것을 싫어했고, 군대는 숙제와 같았다. 작품에 출연을 하려고 하면 그때마다 군대를 연기하는 것도 싫었다. 잠시 공백기가 생겼고, 곧바로 자원입대 했다. 입대를 전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인내심과 집중력이 생겼다. 내가 느낄 정도로 나는 달라져 있었다. 현장의 지루함을 견디는 법도 배웠다. 하하."
한편 이주승이 출연한 '셔틀콕'은 제 18회 구산국제영화제 2관왕 수상, 제 29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이주승)을 수상하며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작품이다. 오는 24일 개봉 예정이다.
[배우 이주승.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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