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강산 기자] "감사하면서 나가야죠."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시즌 첫 맞대결이 벌어진 16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박종윤은 경기를 앞두고 좌익수 수비 훈련에 한창이었다. 기존 포지션인 1루가 아닌 외야 훈련에 나선 그의 모습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박종윤은 30여분 간 쉴새없이 김응국 타격코치의 펑고를 받아내며 구슬땀을 흘렸다. 이를 지켜보던 김시진 롯데 감독은 "(박)종윤이가 잘 하네"라며 흐뭇해했다.
박종윤이 1루가 아닌 좌익수 훈련에 나선 이유는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서다. 그는 올 시즌 11경기에서 타율 3할 4푼 2리 1홈런 6타점, 출루율 4할 5리로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10경기 이상 나선 타자 가운데 손아섭(0.380)에 이어 팀 내 2번째로 높은 타율이다. 하지만 박종윤의 주 포지션인 1루에는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에 최준석까지 버티고 있다. 탁월한 1루 수비 능력을 자랑하는 박종윤이지만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너무나 좁은 게 사실이다.
김 감독은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그는 "공격력이 필요하다면 (박종윤의 외야 출전도) 방법이다"며 "일단 연습을 시켜보고 가능한 지 확인해볼 것이다. 내야수를 했기 때문에 뜬공은 잘 따라간다. 스프링캠프 때는 시도해보지 못했던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겸업보다는 일단 어느 정도 되는지 테스트하는 차원이다"고 말했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박종윤을 만났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노력의 흔적이 엿보였다. 그는 "감독님께서 좌익수 수비 연습도 해보라고 하셨다"며 "예전에 2군 경기에서는 좌익수와 우익수로 한 번씩 나가본 적이 있다. 그것도 7년 전이다. 타구 판단은 아직 어렵다"며 웃었다.
실전 경기에 좌익수로 나설 수 있다면 박종윤에겐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기는 셈이다. 그는 "내가 이것저것 가릴 입장이 아니다. 일단 경기를 나가야 한다"며 "외야수로 내보내신다면 감사하면서 나가야 한다. 또 하나의 무기가 생겼다고 좋게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뒤로 물러나는 타구에 대한 판단과 스타트가 아직 어설프다. 내야와는 많이 다르다"고 털어놓았다.
"경기에 자주 못 나가도 팀이 이기면 문제없다"는 박종윤에겐 첫째도 팀, 둘째도 팀이었다. 그는 "나가라면 나가야 한다"며 "한 번 해 봐야 한다. 내 입장에서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져 만족스럽다. 출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 도움이 될 것이다"며 희망을 노래했다.
김 감독은 "내야에서 외야로 포지션을 옮기면 타구 판단이 가장 어렵다"며 "특히 코너 외야수를 향하는 타구는 변화가 심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박종윤의 좌익수 훈련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16일 현재 롯데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외야수는 손아섭과 전준우, 이승화, 그리고 김문호다. 손아섭과 전준우의 주 포지션은 각각 우익수와 중견수. 둘은 문제가 없다. 손아섭은 시즌 초반부터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고, 전준우는 최근 2경기서 마수걸이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부활 조짐을 보였다. 수비력도 출중하다.
문제는 좌익수다. 이승화(시즌 타율 0.200는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하지만 타격이 약하다. 김문호(0.250)도 마찬가지. 둘 다 견고한 수비에 빠른 발을 갖췄지만 타격 정확성과 힘에서는 박종윤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박종윤의 말대로 그가 실전 경기에 외야수로 나설 수 있다면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기는 셈이다. 팀으로선 공격력 극대화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포지션 중첩도 피할 수 있다. 효과는 너무나 다양하다.
"감사하면서 외야 수비에 임하겠다"는 박종윤의 마음가짐이 롯데의 공격력 강화에 큰 힘을 보탤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롯데 자이언츠 박종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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