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9회말 2아웃 이후의 간절함과도 같다.
지난 16일 인천항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 침몰 대참사. 대한민국이 멈췄다. 21일 국내 보도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전국적으로 신용카드 결제 양이 뚝 떨어졌다고 한다. 국민이 충격 속에 경제 및 소비 생활을 멈췄다는 의미다. 그러나 야구계는 대체로 활발하다. 매일 예정된 경기가 꼬박꼬박 치러지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관중 수가 그리 많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스포츠 케이블 방송의 생중계 시청률 역시 큰 변동은 없다고 한다.
사고 발생 6일째다. 현실적으로 생존자가 정상적으로 구조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실종자 가족들에게 기적이란 단어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국민 모두 단 1명의 생존자라도 안전하게 구조되길 간절히 바란다. 야구인들도 마찬가지다. 몸은 야구장에 있지만, 야구인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마치 9회말 2아웃 이후 대역전극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도 같다.
▲ 야구계의 자중
프로야구는 여가 스포츠다. 국민의 행복과 기쁨을 위한 대형 이벤트다. 일각에선 “프로야구도 국민적인 정서에 따라서 시즌을 전면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매일 경기가 이어진다. 경기를 며칠 취소할 경우 나중에 소화해야 할 일정이 부담스러워진다. 더구나 올 시즌에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이라는 변수도 있다. 리그 중단이 불가피하다. 주말 3연전 취소 시 월요일 게임 진행은 이유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적인 대형참사로 시즌을 무기한 중단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시 국가적 참사로 시즌을 장기간 중단한 사례는 없다. 2001년 9.11 테러와 2013년 보스턴 테러 당시 시즌이 며칠 중단된 적은 있었다. 일본야구 역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개막 일정을 미뤘는데, 당시 전력난을 우려해 4~5월 야간경기를 낮에 편성해 시즌을 최대한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KBO는 각 구단에 응원 및 이벤트 자제를 권고했다. 사고 이후 야구장 엠프 소리는 작아졌다. 치어리더 공연도 자취를 감췄다. 경기 전 진행되는 국민의례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경건한 의식으로 탈바꿈했다. 선수들도 경기 중 세리머니를 최대한 자제한다. 두산 선수들은 헬멧에 ‘무사생환’이라는 문구를 적어 놓고 경기에 나섰다. 시즌은 정상적으로 치르지만, 야구인들은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과 한 마음 한 뜻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니 당연하다.
▲ 야구인들의 애도 물결
SK 에이스 김광현은 지난 20일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모금활동에 나서고 있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마음이 중요하다. 안산공고를 졸업한 김광현은 안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슬픔에 잠긴 안산시민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었다는 후문이다.
프로야구 선수협회도 21일 "프로야구선수 일동은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실종자 구조와 피해자 지원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약 5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야구 선수들이 비록 직접 진도 사고 현장을 찾아가진 못해도 묵직한 진심을 표시했다.
선수협회는 추후 선수들의 애장품을 기증 받아 야구 팬들에게 자선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경매로 모아진 돈을 모두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괜찮은 아이디어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LA 다저스 류현진이 1억원을 기부했다. 또한,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각) 애리조나전을 앞두고 자선 팬 사인회를 열었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팬 사인회를 통한 기부금 마련은 국내야구서도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일이다. 경기 전 30분에서 1시간 가량이면 충분하다. 선수들의 훈련에도 지장 받지 않는 수준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그들의 활약 및 일거수일투족이 SNS를 통해 파급력이 극대화되는 시대다. 그들은 당연히, 대중의 사랑과 격려에 보답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실의에 빠졌다. 그라운드에서의 자중 분위기 조성은 물론이고, 세월호 희생자,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도 필요하다. 야구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대중을 이끄는 또 다른 수단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야구계의 애도 물결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야구인들은 최선을 다해서 야구에 임하되, 국민과 한 마음 한 뜻으로 생존자가 단 1명이라도 구조되길 바란다. 9회말 2아웃 이후 대역전극을 바라는 그 간절함처럼 말이다.
[김현수(위), 잠실구장 전광판(가운데), 류현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LA 다저스 구단 홈페이지 캡처]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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