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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김수현이라는 이름에는 어떠한 힘이 있나 보다. 김수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 모두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 '보호자'(감독 유원상)에 출연한 배우 김수현(44) 역시 마찬가지다. 꼬꼬마 시절부터 배우를 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어느날 불현 듯 연영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어느 장르와 역을 맡기든 신뢰가 가는 배우가 됐다. '보호자'에서도 그의 역량이 잘 드러난다. 이번 영화에서 김수현은 유괴된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또 다른 아이를 유괴하게 되는 아버지 전모 역을 맡아 딜레마에 빠진 한 사람의 모습을 소름끼치게 표현해 냈다.
김수현은 "'보호자'에 출연하기로 한 뒤 고민이 많았다. 이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5분 정도 지나면 클라이맥스가 오고, 끝까지 달려야 한다. 시나리오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나 촬영 내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그 때 고민했던 부분 중 아쉽게 해결되지 않은 곳도 있더라. 그게 보였다. 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뚜렷하게 뭔가가 달라질까 싶다. 지금 다시 봐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보호자'는 배우에게 어려운 작품임에 틀림없다. 스릴러 장르의 상업 영화인 것 같기도 하고 예술영화 같기도 하다. 실제 감독도 이런 묘한 분위기를 원했다고 한다. 때문에 김수현 역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절을 해나가야 할지, 배우로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김수현은 "연기는 매번 똑같이 힘든 것 같다. 익숙해지지 않는다. 연기라는 게 누구와 작업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 않나. 또 내가 어떻게 연기하고 반응해야지라고 생각해도 꼭 그게 맞는 것만도 아니고 관객들의 취향도 다 다르다. 더 익숙해지고 숙련이 돼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인간으로서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건가 그런 생각들이 들기도 한다. 할수록 더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민한 만큼 실력도 얻었지만 김수현이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꿨던 건 아니다. 잘 알려진 원로배우 김인태와 백수련을 부모님으로 뒀지만 배우를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자신이 살고 싶은 집 한 채를 예쁘게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건축과로 진로를 결정했지만 배우가 그의 천직이었는지 대학 진학이 좌절됐다. 이에 재수를 하게 됐고, 불현 듯 연영과에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김수현은 "느닷없이 새벽에 눈이 딱 떠졌는데 거짓말처럼 '난 연영과를 가야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 쪽으로는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남들 앞에 서야 하는 직업이라 오히려 싫어하기도 했다"며 "구체적인 동기 부여가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고민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신내림을 받듯 '연영과를 가야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바람에 오랜 시간 고민으로 남게 됐다"고 회상했다.
사실 연영과에 진학하게 된 후에도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남들 앞에 서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던 김수현이기에 연출을 전공하려 했다. 이런 그에게 대학 동기가 '연출을 하려면 연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고, 그 덕에 연극 무대에 섰다. 그의 첫 시도는 아쉽게 불발되고 말았다. 부상을 입은 탓에 본 공연에 오르지 못한 채 조명을 담당하게 된 것. 연극이 끝난 후 스태프로서 무대에 올라 인사를 했던 김수현은 그 날의 느낌이 자신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뭔지 모를 느낌의 정체를 찾기 위해 계속 연기에 도전했고, 어느새 이를 즐기는 배우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수현은 "마지막 커튼콜 때 인사를 하는데 뭔가가 느껴졌다. 이것이 계속 궁금증으로 남았고, 그래서 계속 연기를 하게 됐다. 남 앞에 서는 게 싫고 막상 공연 때가 되면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상한 기분 때문에 계속 하게 됐다. 그것이 기회가 돼 대학로에서 공연도 하게 됐고 이런 일들이 연결돼 연기를 계속 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 남 앞에 서는 게 싫고 공연 때가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하는 김수현이지만 한 작품을 끝낸 후에는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으로만 남는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할 때는 백발백중 고통스럽지만 사람들이 본능으로 기억 속 고통을 없애고 좋게 생각하려고 하는 건지 끝나고 나면 행복한 기억으로 바뀌더라. 매번 할 때는 고통스러웠는데 이상하게 끝나면 뿌듯하고 좋은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 잡는 것 같다. 그리고 작업할 때도 즐겁고 좋은 일들이 있다. 끝나고 나면 좋은 추억으로 바뀌는 것, 그 이유 때문에 계속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수현은 "소규모 독립영화의 상업적 한계가 있다는 건 너무 잘 알고 있다. 약간 다른 부분이지만 애정을 가지고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수현은 개봉된 '보호자' 외에도 김태용 감독의 '눈물'과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라는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6월부터 '웰즈로드 12번지' 공연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한편 영화 '보호자'는 딸을 구하기 위해 유괴범이 돼야 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돼 '연쇄 유괴', '맞유괴'라는 독특한 소재와 구성으로 호평 받은 바 있다.
[배우 김수현.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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