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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끝판왕이라고 해야 할까요?"
22일 방송된 16회를 마지막으로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극본 최란 연출 이동훈)이 종영된 가운데 끝판왕이 있었다. 방송 내내 꽁꽁 숨겨져 있어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한 남자. 토마토남, 문신남, 손모가지 등 별명도 참 많은 황경수 역 최민철이다.
최민철은 '신의 선물-14일' 종영 다음날인 23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종영한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아직도 촬영하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가 처음이라 적응이 어려웠지만 참 좋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사실 1회부터 등장했다. 인권변호사 한지훈(김태우)에게 분노의 토마토를 던지는 여자의 남편이었던 것. 그녀를 부축하는 황경수는 사실 얼굴도 자세히 보이지 않았고 그 역할 역시 커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한샛별(김유빈)을 유괴한 용의자가 좁혀져 가면서 그는 문신남 혹은 손모가지로 불렸고, 방송 말미 과거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사형시키기 위해 이명한(주진모)의 사주를 받은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5회부터 꾸준히 등장했지만 꼭꼭 숨겨진 탓에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시청자들의 충격은 상당했다.
이와 관련, 최민철은 "촬영장에선 '신남이 형'이라 불렸다. '문신남'이라 그렇게 불렸다. 초반엔 꽁꽁 싸맨 채 새까맣게 나와서 그런지 정체가 밝혀졌을 때 파급력이 더 컸다. 작가님과 연출님이 앞 부분을 잘 쌓아주셨기에 그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님이 항상 내 얼굴이 절대 나오면 안된다고 신신당부 하셨다. 내가 워낙 특이하게 생겨서 조금이라도 비춰지면 더 안됐다"며 "주변에 '신의 선물-14일' 나온다는 말도 못했다. 인물 설명도 없었고 그냥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내가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범인이 누구냐'고 많이 물어보더라. 아니 근데 그것보다 문신남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도 나는 계속 출연하고 있었다.(웃음) 아는 사람들은 방송을 챙겨 보는데도 '언제 나오냐'고 물었다. 설명해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웃긴 일도 많았다."
최민철은 첫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앞서 5회분의 대본을 읽고,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들었기에 1회에 출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때문에 토마토를 던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 뜬금없다는 생각도 했다. 대본 리딩 당시에는 문신남 역조차 없었기에 그조차 자신이 어떤 역할을 연기하게 될지 몰랐다.
최민철은 "1회 대본에는 그냥 토마토 남편이라고 돼있었다. 그게 나인 줄은 전혀 몰랐다. 근데 어느날 갑자기 '토마토녀 남편으로 나오셔야 돼요'라고 하더라. 현장 스태프들도 이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를 정도였다. 내용을 모르니까"라고 고백했다.
"촬영 하는데 자꾸 카메라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기왕 연기를 하면 카메라를 받아야 하지 않나. 근데 내 얼굴이 나오면 NG인 거다. 잘 감추라고 했다. 세상에, 카메라 받으면서 연기하는 것은 있어도 피하면서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지 않나. 내막을 다 모르니까 더 궁금했다."
하지만 점차 토마토남은 문신남으로 커졌다. 그는 "대본은 애시당초 다 나와 있었다.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방송 전 들었었다. 근데 정말 필요한 얘기만 해줬다. 미스테리한 인물이고 나쁜놈이라고 했다. 근데 사실 나쁜놈 중에 얼마나 나쁘냐도 되게 중요하다. 하지만 나를 캐스팅 했으면 당연히 나쁜놈이라 생각하긴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얼마나 나쁜놈이냐 물어보니 '악의 축'이라고 했다. 나쁜놈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 제일 나쁜놈이라 했다. 미스터리하게 가리고 나오다가 나중에 밝혀질 거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했는데 기동찬과 처음에 싸우는 신 대본을 보니까 어느 정도 역할을 알겠더라. 그렇게 싸움 잘 하는 동찬이를 말도 안되게 이기지 않나. 그럼 분명 단순한 인물은 아닐거라 생각햇다. 정체를 그때 알았다. 대통령 경호원이었던 것이다."
정체가 늦게 밝혀진 탓에 배우들 사이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대통령 김남준 역 강신일과의 일화가 손 꼽힌다. "문신남의 정체가 뭐야"라고 묻는 강신일에게 최민철이 "대통령 경호원"이라고 답하니 강신일조차 혼란스러워 했다.
강신일은 "그럼 네가 나쁜놈이야?"라고 말하며 깜짝 놀랐다. 하지만 모든 배우들이 이후 이야기를 알지 못하니 더 오리무중이었다. 애시당초 김수현(이보영)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용의자라고 못 박았기 때문에 제작진은 배우들에게조차 범인을 함구했다.
이에 최민철은 "나 역시 시청자들처럼 다음 회를 계속 기다렸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 하면서 놀라기도 했고 감동 받으며 연기했다. 사실 연기자라는게 초심을 잃어 버리기가 되게 쉬운데 '신의 선물-14일' 대본은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연구하고 분석하고 생각을 많이 하다 보면 대본을 처음 봤을 때의 첫 감정을 잃어버리고 한참 멀리 가있는 경우도 많은데 초심을 잃지 않으니 많이 벗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문신남 황경수를 연기하면서 그냥 나쁜놈인 줄만 알고 시작했는데 나중에 끝날 때 보니까 어느 부분은 좋은 사람이었다. 물론 완벽한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좋은 일을 했고, 잘못된걸 반성했다. 샛별이를 위해 희생했다. 나는 황경수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샛별이와 자기 아들이 겹치면서 자식같은 샛별이를 위해 희생한 것이다. 입체적인 캐릭터였고 공감이 갈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물론 아들의 복수를 위해 나쁜 짓에 동참했지만 그의 분노는 전혀 의심되지 않았다."
최민철은 황경수 캐릭터에 대해 "이 정도라면 누구라도 그런 마음이 들겠다고 생각했다. 아들의 죽음 앞에서 황경수는 잘못된 선택을 하긴 했지만 나중에 반성을 하고 잘못된 길이라는걸 알고 자기를 희생하는 면에서 되게 복합적이었고 인간적인 면도 있었다"며 "처음엔 미스터리 하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었는데 껍질을 까보니까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게 인상 깊다"고 털어놨다.
"앞에 살인마로 나왔던 배우들이 워낙 잘 했다. 강성진 형은 살인마 연기 에이스였고, 오태경 씨도 너무 잘했다. 그런 것에 대해 부담이 되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그래도 엄청난 살인마들 다음에 끝판왕으로, 말 그대로 악의 축으로 나와야 하기에 그 전까지 조금도 허술해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연기에 만족할 배우가 어디 있나. 사실 후회도 된다. 하지만 그 상황에만 충실하게 되니까 오히려 깔끔한게 있었던 것 같다. 후회되는 부분도 많지만 좋았던 부분도 많다."
[배우 최민철.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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