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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형택이 활짝 웃었다. 테니스를 즐긴다.
이형택(38)은 2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열린 2014 르꼬끄 스포르티브 서울 오픈 테니스 남자복식 본선 1회전서 임용규와 깔끔한 호흡을 선보였다. 이형택-임용규조는 니장웅-서범영조에 2-0(7-5, 6-0)으로 완승했다.
이형택은 2009년 은퇴를 선언한 뒤 지난해 코트로 돌아왔다. 테니스에 대한 갈증이 컸다. 다시 한번 후회 없이 해보고 싶었다. 그는 이번 서울 오픈테니스 복식서 이달 초 데이비스컵서 호흡을 맞췄던 임용규와 다시 한번 짝을 지어 출전했다. 이형택은 데이비스컵 이후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1세트는 쉽지 않았다. 게임 감각이 확실히 늦게 올라오는 듯했다. 임용규와의 호흡은 문제가 없었지만, 잔실수가 잇따라 나오면서 게임을 어렵게 풀어갔다. 결국 1세트서 12차례나 게임을 소화해야 했다. 접전 끝에 뒷심을 발휘해 승리를 따냈다.
2세트서는 이형택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 강력한 백핸드로 연이어 상대를 공략했다. 예전만큼 활동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인 임기응변능력이나 경기운영능력은 역시 좋았다. 이형택-임용규 조는 2세트서 단 1게임도 내주지 않은 채 완승을 거뒀다.
이형택은 “데이비스컵 이후 꾸준히 컨디션 관리를 했다. 첫 세트서 게임감각이 떨어져서 고생했다. 그래도 2세트엔 감각이 올라와서 좋은 게임을 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다음게임이 문제다. 프레드릭 닐슨(2012년 윔블던 복식 우승자)이 만만치 않은 상대. 그래도 닐슨의 파트너가 약한 상대라 해볼 만하다. 그 쪽으로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붓겠다”라고 했다.
이형택은 예전엔 대회에 출전하면 우승하고 싶은 욕심만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은퇴를 번복하고 코트로 돌아온 뒤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이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기보다 매 경기가 소중하다. 그냥 테니스를 즐기고 싶다”라고 웃었다. 즐긴 이형택은 이날도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이형택은 새까만 후배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그는 “복귀 직후엔 어린 후배들과 같은 대회에 출전하면 감회가 새로웠는데 이젠 그렇지도 않다. 다 같은 선수이고 코트에선 라이벌”이라고 웃은 뒤 “매 경기 즐기면서 하겠다”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형택의 테니스 인생 황혼기. 즐기기에 웃을 수 있다. 이형택은 지금 그 누구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이형택.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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