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1년만의 가을야구 기쁨이 단 18경기만에 슬픔으로 바뀌었다.
LG 김기태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김 감독은 22일 대구 삼성전 패배 직후 구단 수뇌부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김 감독을 말렸지만, 김 감독의 뜻은 확고했다. 그는 23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대구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LG는 “김 감독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경기장에 나오지 않았다”라고 했지만, 이날 경기 패배와 동시에 김 감독의 사퇴 표명 사실을 밝혔다. LG 구단은 김 감독의 사의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김 감독의 사퇴 의사가 완강하다.
김 감독의 사퇴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LG는 지난해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서 두산에 무너지긴 했지만, LG의 2013년은 충분히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의 공은 컸다. 수년간 ‘모래알’이란 평가를 받았던 팀을 하나로 모았다. 고참들은 고참들대로, 저연차급은 저연차급대로 자신의 야구에 끌어들였다. 특유의 손가락 세리머니가 그 상징이었다. 그 작은 손가락 하나가 마주치는 건 그만큼 정확하게 부딪혀야 한다. LG 선수단이 그만큼 서로에게 더 긴밀하게 다가섰다는 의미였다.
김 감독은 타격은 김무관 타격코치에게, 마운드는 차명석 투수코치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참모들을 신뢰했다. 자신은 뒤에서 조용히 선수단을 이끌기만 했다. 원래 공격력이 좋았던 LG는 마운드까지 몰라보게 좋아졌다. 차 코치 특유의 기민한 마운드 운영은 LG가 지난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2013시즌 이후 LG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우선 차명석 코치가 끝내 팀을 떠났다. 김 감독 입장에선 팀 구심점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시즌 초반엔 레다메스 리즈 역시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김 감독의 뜻대로 시즌 운영을 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 이런 상황에서 시즌 초반부터 극도로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서 김 감독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여기에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서의 빈볼 사태 또한 김 감독의 죄책감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김 감독은 이번 대구 원정서 자신의 뜻을 확고하게 구단에 내비치고 말았다. 그러나 시즌 개막 단 17경기라는 점에서 여전히 의문과 논란이 확실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황상 구단 압박이 아닌, 김 감독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시즌 초반 자신사퇴한 케이스는 프로야구 33년 역사를 봐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LG는 23일 대구 삼성전 패배로 4승13패1무. 최하위다. 그렇게 김 감독이 시즌 개막 18경기만에 LG를 떠났다. 2012년 승부조작 사건 때도 꿋꿋이 버텼던 김 감독은 2013년 LG 야구의 영화를 이끈 뒤 2014시즌 초반 쓸쓸하게 떠났다. 확실히 석연찮다. LG 선수단이 그야말로 ‘멘탈붕괴’에 빠졌다.
[김기태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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