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목동 강산 기자] 못 하는 게 없다. 포수와 외야수, 내야수에 상하위 타순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딜레마에 빠졌던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타자 비니 로티노가 복덩이로 거듭났다.
로티노는 24일 목동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전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 결승타 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 맹활약으로 팀의 10-3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타율도 종전 3할 5푼 3리에서 3할 7푼 5리(56타수 21안타)로 끌어올렸다. 로티노가 올 시즌 2번 타자로 나선 건 처음. 2번 자리에서 단 한 타석에 등장한 바 있지만 선발 출전은 처음이었다.
로티노는 올 시즌 주로 7번과 8번 타순에 포진했고, 좌익수로 가장 많이 나섰다. 앤디 밴 헤켄이 선발 등판한 3경기에서는 포수 마스크를 썼다. 전날(23일)은 팀이 6회까지 0-10으로 끌려가자 1루수로 변신했다. 내·외야수, 포수까지 경험했다. 위치를 가리지 않고 제 역할을 해냈다. 또한 이날까지 16경기에서 타율도 3할 5푼 3리로 리그 6위였다. '만능맨'이 따로 없었다.
이날도 펄펄 날았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경기 전 "오늘은 로티노가 2번 타자로 나간다"고 말했다. 그간 하위타순만 돌았던 로티노가 처음으로 상위타순에 포진했다. 익숙하지 않은 자리이기에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로티노는 위치를 가리지 않았다. 1회말 1사 후 첫 타석에 들어선 로티노는 롯데 선발 송승준을 상대로 우중간을 반으로 갈라놓는 2루타를 치고 나가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2사 만루 상황에서 김민성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2회에는 무사 2, 3루 기회에서 깨끗한 좌전 적시타를 터트려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였다. 넥센 홈팬들은 로티노를 연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팀이 3-5로 추격을 허용한 4회초에는 포기하지 않는 전력질주로 귀중한 한 점을 만들어냈다. 3루수 앞 땅볼을 치고 1루에 전력 질주했고, 결국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는 이어진 이택근의 안타와 박병호의 볼넷, 그리고 강정호의 밀어내기로 홈을 밟았다. 롯데의 추격 흐름을 끊는 귀중한 한 점을 발로 만들어낸 로티노다.
수비에서도 정확한 송구로 힘을 보탰다. 2회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정훈이 좌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2실점은 어쩔 수 없었다. 로티노는 3루로 내달리던 1루 주자 문규현을 노렸다. 그의 송구는 정확하게 3루수 김민성에 배달됐고, 문규현을 태그아웃 처리했다. 덕분에 넥센은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넥센이 10-3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하자 로티노는 활짝 웃으며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염 감독은 "로티노를 포수로 쓸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으니 연습을 시킨 게 아니겠느냐"며 "외야에서 잘 안 된다면 2군에서 포수 연습시켜서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간이 당겨졌을 뿐이다. 무엇보다 안타 하나로 2루 진루가 가능한 선수다"고 칭찬했다. 로티노는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항상 모든 포지션을 돌아다녔다. 감독님께서 원하신다면 어디서든 뛸 수 있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마인드도 훌륭하다.
로티노는 이날 경기 후 "3안타 경기를 펼쳐 기분 좋다"며 "결승타 상황에서는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는데, 원하는 공이 와서 좋은 타격을 했다. 지금은 타격감과 스윙 모두 좋다. 타석에서 긴장을 풀고 원하는 공 기다리고 집중하면서 매 경기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번타자로 배치된 게 올해 처음인데 타순에 상관없이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어느 위치든 가리지 않고 나가겠다는 로티노, 단순히 '멀티 플레이'에 그치지 않고 팀 승리에도 커다란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선수,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넥센 히어로즈 로티노가 1회말 2루타를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 = 목동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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