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윤욱재 기자] 삼성과 LG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24일 대구구장. 전날(23일) 김기태 LG 감독의 자진 사퇴로 조계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은 가운데 경기 전 LG 선수들은 말을 아끼며 훈련에만 집중했다.
LG의 2회초 공격. 1아웃에 등장한 선수는 '적토마' 이병규(9번)였다. 이병규의 헬멧엔 세월호의 기적을 바라는 '희망', '기적'이 새겨진 가운데 트윈스의 마크 위에 또 하나의 등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그 숫자는 다름 아닌 '91'. 전날 자진 사퇴한 김기태 감독의 등번호였다.
이날 LG의 모든 선수들이 김기태 감독의 등번호를 새긴 것은 아니었다. 이병규 외에도 이상열 등 일부 선수들의 헬멧이나 모자에만 볼 수 있었다.
팀내 야수 최고참인 이병규는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속앓이를 해야 했다. 항간에 '이병규를 비롯한 고참 선수들이 김기태 감독과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LG 주장 이진영은 "말도 안 된다. 감독님이 어떤 분인데 우리가 그럴 수 있겠느냐"라고 일축했다.
이병규의 마음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병규는 구단 관계자를 통해 "소문 때문에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라고 토로할 정도였다. 팀이 연패에 빠지자 먼저 삭발을 하고 나타나는가 하면 지난 23일 삼성과의 경기에 앞서 덕아웃에 '행운'을 상징하는 2달러짜리 지폐를 붙이는 등 연패 탈출을 향한 각오를 드러낸 그였다.
소문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지만 팀을 떠난 김기태 감독을 향한 '마지막 예우'는 잊지 않았다. 이병규의 헬멧에 새겨진 김기태 감독의 등번호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8회초 오지환의 2타점 적시타로 8-7로 간신히 역전한 LG는 9회말 만루 위기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통한의 동점을 내줬고 결국 연장 10회말 최형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8-9로 석패했다.
[이병규의 헬멧에 김기태 감독의 등번호(91번)가 새겨져있다. 사진 = KBSN스포츠 중계 화면 캡쳐]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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