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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휴먼 속에 비극이 더 안타깝다.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1997)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이하 'JSA')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휴먼 드라마로 소설의 배경과 주제, 영화의 휴머니즘적 정서를 적절하게 섞어 뮤지컬만의 매력으로 재탄생 됐다.
'JSA'는 이미 영화로 익히 알려진대로 분단과 형제애, 그 안의 비극을 다룬다. 21세기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국이 배경인 만큼 관객들이 느끼는 공감대는 남다르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 총을 겨눠야 하는 한 민족, 이들의 애환이 무대 위 남한, 북한 군인들에 압축돼 있다.
남한 군인인 병장 김수혁(정상윤, 오종혁, 강정우)과 남성식 일병(이기섭), 북한 상병 오경필(이석준, 최명경) 북한 전사 정우진(임철수)의 우정이 깊어지는 모습은 그 비극을 알기에 더욱 안타깝다.
함께 부모를 그리고, 꿈을 그리는 이들. 웃음이 있고 따뜻하다. 하지만 이야기의 결말은 모두가 알고 있다. 남과 북으로 나뉜 현실, 헤어짐은 당연하고 이들이 처할 상황 역시 가슴 졸여야 한다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여기에 중립국 수사관 지그 베르사미(이정열, 임현수)의 존재 또한 남과 북을 넘어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담고 있어 인상 깊다. 남과 북 각각 2명씩 총 4명의 군인이 총을 겨눈 사건, 그 중 북한군 1명이 죽고 남과 북 각각 군인 1명씩 총상을 입는다. 이를 수사하는 베르사미는 단순히 그들을 취조하지 않는다. 그들의 진실을 듣고자 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아픔을 꺼낸다.
베르사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스위스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인민군 경력이 있는 아버지의 아픔을 안은 채 한국 땅을 밟는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잘못과 죄책감을 고스란히 물려 받은 인물. 공산주의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정체성까지 심각하게 흔들린다.
하지만 이런 베르사미의 존재가 낯설지 않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더욱 안타깝고, 캐릭터에 빠져든다. 제3자인 것 같았던 인물이 사건에 좀 더 가깝게 다가서고, 이로 인해 민족의 아픔을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이 되는 것이다.
전쟁을 겪지 않은 남과 북의 군인들 역시 안쓰럽다. 군인이기 전에 청년인 이들은 자유로운듯 보인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무의식중에 서로에 대한 불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간 쌓아왔던 우정보다 태어날 때부터 무의식중에 교육 받은 서로를 향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 분단 국가의 처절한 아픔을 고스란이 표현한다.
하지만 'JSA'가 더욱 안타까운 비극인 것은 단순히 남과 북의 불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 자체로도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결국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게 되는 것이 'JSA'를 통해 그려진다. 함께 사는 이 세상에서 결국엔 나로 인해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야기시키고, 이후 겉잡을 수 없는 고통을 겸비한다.
깊게 들어가면 사실 남과 북의 문제만이 아니다. 형제애, 우정, 불신 등의 문제만도 아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관계를 쌓아 갔음에도 한순간의 불신, 무의식중에 나만을 생각하는 개인의 의식이 결국엔 모두를 비극으로 이끈다는 게 슬픈 것이다.
한편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오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공연 이미지. 사진 = 창작컴퍼니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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