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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독립영화 '한공주'가 폭발적인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첫날 1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9일 만에 한국 독립 영화 최단기록을 세우며 10만 관객을 넘어섰다. 관객 1만 명만 들어도 흥행작으로 분류되는 독립영화가 말이다.
사실 '한공주'는 개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CGV무비꼴라쥬상과 시민평론가상, 제13회 마라케시 국제영화제와 제43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대상격인 금별상과 타이거상을, 제16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국제비평가상, 관객상 3관왕뿐만 아니라 제28회 프리부르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등 해외 유수 영화제들을 섭렵하며 눈길을 끌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수진 감독의 섬세한 연출, 천우희를 비롯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영화가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와 영화관을 나온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묵직한 울림 등으로 호평 받으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거대 자본의 공세 속에서도 흥행력을 과시했다.
이런 '한공주'의 흥행이 더 반가운 건, 관객들이 독립영화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바로 '한공주'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다. 그동안 작품성을 인정받고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독립영화가 적지 않았지만 이들 모두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단지 영화를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회자되고 관람될 뿐, 영화팬들의 동네잔치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한공주'는 동네잔치에서 조금 더 발전한 모습이다. 연일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고,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어느새 어른(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이라면 꼭 봐야 할 만한 필견무비로 떠올랐다. 개봉 9일 만에 누적관객수 10만을 돌파한데 이어 11일 만에 14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동안 우리 주위에는 여러 '한공주'가 존재했다. 예측할 수 없는 반전과 쫄깃한 긴장감으로 호평 받았던 노영석 감독의 '조난자들', 납치된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또 다른 납치를 할 수밖에 없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려낸 유원상 감독의 '보호자' 등 여러 영화들이 그랬다. 거대한 자본과 든든한 제작사와 배급사의 지원을 받았지만 영화적 완성도와 재미는 떨어졌던 일부 상업영화들보다 감히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임에도 관객들에게 제대로 선보여지지 못한 채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이는 보여줄 수 있는 영화관이 적기도 했지만, '한공주'처럼 관객들의 선관심에 이은 후관람이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공주'의 흥행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웰메이드 영화의 흥행 면에서도 그렇지만, '한공주'가 많은 관객들에게 한국 독립영화를 발견하게 할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한공주'를 통해 상업영화보다 더 보는 즐거움을 안기는 독립영화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길, 독립영화는 거칠고 실험적이며 무겁고 어렵다 등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영화 '한공주' 스틸컷. 사진 = 무비꼴라쥬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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