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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그라운드에서 '부활'이라는 단어는 어찌 보면 진부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주유나이티드 윤빛가람에게 이 진부한 말이 심상치 않게 들리는 건 올 시즌 비상(非常)이 아닌 비상(飛上)을 꿈꾸는 그의 행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윤빛가람은 한때 한국 축구의 희망이었다. 2010년 조광래 감독이 이끌던 경남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한 그는 승승장구했다.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고 그해 9골 7어시스트로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2011년에는 K리그 대상 베스트 11 미드필더로 선정되며 주가를 계속 높였다.
이후 윤빛가람은 2012년 레인저스(스코틀랜드)행이 불발되고 성남으로 이적하며 극심한 부진과 부침에 시달렸다. 2군까지 강등되며 2012 런던올림픽 출전도 무산됐다. 흔들리는 윤빛가람의 손을 잡아준 이는 2007년 17세 이하(U-17) 청소년대표팀 시절 당시 은사였던 제주의 박경훈 감독이었다.
지난해 1골 2어시스트라는 부진한 성적표와 윤빛가람을 바라보는 냉혹한 시선에도 박경훈 감독은 윤빛가람의 부활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중학생 시절부터 그를 지켜봤던 박경훈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축구밖에 모르던 전도유망한 선수가 갑작스러운 성공에 정신이 흐려진 것 같다. 하지만 올해 마음을 다잡고 훈련하고 있다. 활약이 기대된다"며 윤빛가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신뢰와 믿음을 발등에 얹은 윤빛가람은 올 시즌 그 기대에 부응하며 부활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지난 9일 전북전에서 마수걸이포를 가동하며 성공의 예열을 가한 윤빛가람은 26일 부산과의 홈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자책골로 0-1로 끌려 다니던 후반 13분 동점골을 터트린 데 이어 후반 39분 진대성의 역전골을 견인하며 제주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활약은 그라운드를 장악했던 과거 경남 시절이 저절로 떠올랐을 정도로 임펙트가 컸다. 경기 후 박경훈 감독 역시 "경남에서 화려한 선수 생활을 하다가 성남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고 지난해 제주에서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어려움을 잘 이겨냈다. 이제는 동료들이 믿음을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감을 회복했을 때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우리 팀의 키플레이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량뿐만 아니라 마음가짐도 확실히 달라졌다. 개인보다 팀을 위해 뛰려는 모습, 헌신적인 플레이에서 확실히 자신감이 묻어났다. 윤빛가람은 "감독님에게 충고와 조언을 많이 들었다. 스스로 마음가짐을 잘 가다듬으려 했다. 정답은 팀이었다. 개인보다 팀을 위해 열심히 하고 희생하면 그걸 알아봐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팀도 나도 상승세를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빛가람의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다. 윤빛가람은 "올해 감독님이 원하는 패싱 축구가 잘 구현되고 있다. 제주는 이제 쉽게 지지않는 팀이 됐다. 반드시 3위 안에 들어서 ACL 무대를 밟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
[윤빛가람. 사진 =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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