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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공녀에서 황후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기승냥(하지원)은 적들과 싸우고 또 싸웠다. 51부작 속에서 기승냥 캐릭터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만만치 않은 적수들이 늘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29일 막을 내렸다. 기승냥의 적들도, 그리고 기승냥의 사람들도 모두 그녀의 곁을 떠난 새드엔딩이었다.
51부작 '기황후'는 고려의 공녀 출신으로 끝내 대륙을 호령하는 원나라의 제1황후가 된 기승냥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신분상승이었기에 그녀는 항상 자신을 가로막는 벽들과 부딪혔고, 그들을 대적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기승냥이 권력의 정점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처음 마주한 적은 연철(전국환)이었다. 권모술수와 정치력으로 무장한 탐욕스런 인간, 연철을 연기한 배우 전국환은 극 중반까지 탁월한 카리스마로 배우 하지원과 함께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그리고 연철에 의해 시작된 피의 권력 쟁탈전은 작품 끝까지 이어졌다.
연철의 딸 타나실리를 연기한 배우 백진희도 '기황후'를 통해 빛난 별 중 하나였다. 악역에 어울리지 않는 청순한 마스크와 늦은 작품 합류는 극 초반 그녀가 연기하는 타나실리 캐릭터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지만, 끝내 백진희는 통통 튀는 발랄함과 광기를 오가는 자신만의 귀여운 악녀 타나실리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당기세(김정현)와 염병수(정웅인)도 빼놓을 수 없다. 극 초반부터 최후반까지 주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기승냥의 대척점에는 이 두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승냥에 의해 가족을 잃은 당기세와 사랑하는 연인 연화(윤아정)가 기승냥의 손에 죽었다 믿는 염병수는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기승냥의 비밀을 폭로하는 복수귀의 모습을 처절하게 표현해냈다.
극 후반부 연철의 권력을 이어받아 최고의 정점에서 기승냥과 대립한 인물은 배우 김영호의 백안과 배우 김서형의 황태후였다. 기승냥과 정치적 동지에서 숙적으로 변해가는 관계를 두 사람은 탁월한 연기력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 믿었던 탈탈(진이한)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며 스스로의 생애를 돌이키는 백안의 모습과 어린 황자에게 기승냥을 향한 증오를 세뇌시키는 섬뜩한 황태후의 모습은 ‘기황후’가 낳은 하나의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맞수는 골타(조재윤)였다. 연철일가 시절부터 극의 흑막으로 자리하고 있던 매박상단의 수령이 골타임이 드러나는 순간은 ‘기황후’ 속 가장 큰 반전 중 하나였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마지막 적이였기에, 그를 세상 유일한 벗이라 믿었던 타환(지창욱)의 눈물은 더욱 애절하게 다가왔다. 배우 조재윤 또한 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악역을 맡아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배우 하지원, 전국환, 백진희, 김정현, 정웅인, 김영호, 김서형, 조재윤(위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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