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처음엔 솔직히 별로였어요.”
두산 유격수 김재호는 지난해 9번타자로 나섰다. 생애 첫 3할(0.315)을 때렸고 타점도 32개를 기록하며 공포의 9번타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송일수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 김재호의 타순은 한 단계 올라간 8번. 송 감독은 고정 타순을 선호한다. 손시헌의 NC 이적 이후 김재호의 자리를 위협할 선수는 사실상 없는 상황. 김재호가 8번타자로서 위력을 발산해야 하는 시즌이다.
전통적으로 8번타자는 포수가 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엔 공격력 좋은 포수가 많이 등장하면서 그런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다. 두산 주전포수 양의지 역시 좋은 타격능력을 인정 받았다. 올 시즌 6~7번타자로 나선다. 김재호는 올 시즌 양의지의 후속타자로 살아간다. 29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김재호는 “처음엔 8번이 별로였다”라며 솔직한 입담을 선보였다.
▲ 타율보다는 출루율
김재호는 29일 경기서 변함없이 8번타자로 경기에 임했다. 1타수 무안타 2볼넷 1타점으로 알토란 활약을 했다. 그는 2회 1사 2,3루 찬스서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선제타점을 올렸다. 4회 1사 2루 찬스, 5회 2사 1,3루 찬스서는 연이어 볼넷을 골랐다. 비록 4~5회에는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충분히 내실 있는 플레이였다.
김재호의 30일 현재 올 시즌 성적은 58타수 13안타 타율 0.224 7득점 12타점. 타율은 낮지만, 타점은 호르헤 칸투, 민병헌(15개) 김현수(14개)에 이어 팀내 4위다. 0.383의 출루율 역시 오재원(0.465) 민병헌(0.420) 정수빈(0.400)에 이어 팀내 4위다. 김재호는 기본적으로 수비에 강점이 있다. 알고 보면 하위타순서 굉장히 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타자이기도 하다.
김재호는 “우리팀은 역할분담이 확실하다. 나는 장타보다는 출루에 중점을 둬야 한다. 출루를 하고 찬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사실 두산 타선은 상, 하위의 편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 언제 어느 타순에서도 효율적인 공격이 가능한 게 최대 장점. 김재호 역시 “찬스에서 번트를 대면 아쉽기도 하다”라며 웃은 뒤 “타점 기회가 오면 반드시 살려야 한다”라고 했다. 타점 기회를 살리면 출루라는 기본 목표도 달성한다.
▲ 그냥 여덟번째 타자
김재호는 “그냥 내 역할은 여덟번째 타자”라고 했다. 그만큼 타순 자체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의미. 그는 “어차피 8번타자가 3할 때리는 건 쉽지 않다. 3할 때리는 타자를 8번에 놓겠나”라고 웃었다. 김재호 역시 지난해 3할을 쳤으나 스스로 3할 타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부담 없이 타석에 들어서는 마인드는 프로선수에게 굉장히 필요한 부분. 마음을 비우니 더 결과가 잘 나오는 것일 수 있다.
김재호는 “양의지가 워낙 잘해주고 있다. 나에게 은근히 2사 이후 타점 찬스가 많이 찾아온다”라고 했다. 양의지의 타격감은 올 시즌 최고조다. 29일 경기서 6번으로 나선 양의지는 김재호의 바로 앞 타순인 7번타자로 등장하는 날도 많다. 이때 김재호가 아무래도 반사이익을 본다. 그런데 김재호는 마음을 비웠다. “잘 치면 좋은 것이고 못 쳐도 그만이다. 원래 8번은 쉬어가는 타순 아니냐”라고 웃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김재호는 “정수빈이 9번에 있다. 설령 2사 이후 타석에 들어서도 부담이 없다”라고 했다. 자신이 아웃되면서 공수교대가 되더라도 다음 공격서 9번 정수빈부터 공격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1번 민병헌, 2번 허경민 혹은 오재원까지 테이블세터 요원만 3명이 연이어 들어간다. 김재호는 상대에게 전해지는 그 압박감을 잘 안다.
김재호는 “원래 8번타자 치고 잘 치는 선수가 없었다”라면서 홀가분한 마음을 드러냈다. 확실히 마음을 비운 듯한 모습. 올 시즌 김재호의 행보를 잘 지켜봐야 한다. 정말 시즌 내내 부담 없이 타석에 임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하위타선에서 동료들과 얼마나 시너지효과를 낼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재호가 수비만 좋은 게 아니다. 생각보다 두산 전력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김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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