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처음엔 1000안타를 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난달 29일 잠실 넥센전. 두산 김현수가 의미있는 기록을 만들었다. 2-5로 뒤진 9회말 2사에서 넥센 마무리 손승락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때렸다. 비록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으나, 김현수 개인적으로 그리고 한국야구사에 큰 의미를 지닌 안타였다. 개인통산 1000안타. 당시 큰 조명을 받지 못했던 김현수는 30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열린 시상식서 관중들에게 축하 박수를 받았다.
▲ 야무지게 챙긴 100안타 기념구
김현수는 지난달 30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1000안타 기념구를 챙기지 못할 뻔 했다”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1000안타를 순간적으로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다. 김현수는 “1루에 나간 뒤 전상렬 코치님에게 “공 좀 챙겨주십시오”라고 했는데, 전 코치는 “왜?”라고 김현수에게 되물었다고 한다. 김현수의 설명에 따르면, 넥센 야수진은 김현수의 안타 타구를 수습한 뒤 다시 투수 손승락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넥센 1루수 박병호가 김현수를 살려줬다. 김현수와 전 코치의 대화를 들은 박병호가 손승락에게 사인을 보내 공을 수거한 것. 그렇게 김현수는 어렵게 1000안타 공을 갖게 됐다. 김현수에게 1000안타 공은 소중하다. 그는 “2007년 데뷔 첫 안타를 대구에서 쳤는데, 당시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결국 첫 안타 공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아쉬워했다.
물론 김현수는 “선배들이 1000안타를 달성하는 걸 보고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1000안타 공을 갖게 돼 기쁘다”라고 웃었다. 이어 “2000안타를 언제 어디서 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삼진을 최대한 줄이고, 안타를 많이 치겠다”라고 했다. 김현수는 이날 3안타를 때리면서 대망의 2000안타에 시동을 걸었다. 1일 현재 개인통산 1003안타.
▲ 2000안타, 그 대망의 기록
김현수의 1000안타는 통산 67번째였다. 만 26세 3개월 18일, 9시즌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김현수는 역대 최연소 1000안타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역대 최연소 1000안타는 이승엽(삼성)의 만 25세 8개월 9일이다. 그러나 실망할 것 없다. 김현수가 지금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대망의 2000안타는 거뜬해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 최연소 2000안타 달성자가 될 수도 있다.
프로통산 2000안타는 단 3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양준혁(전 삼성)이 2318안타로 통산 1위를 지키고 있다. 뒤를 이어 장성호(롯데)가 2071안타, 전준호(NC 코치)가 2018안타를 기록했다. 이병규(LG)가 1일 현재 1993안타로 2000안타에 단 7개만을 남겨뒀다. 이병규는 올 시즌 내에 양준혁에 이어 최다안타 통산 2위이자 현역 1위에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장성호가 사실상 개점 휴업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 2000안타 가능성이 보이는 타자가 그리 많지 않다. 현역 선수 중에선 1870안타의 송지만(넥센), 1839안타의 홍성흔(두산)이 다음 주자인데, 송지만은 사실상 넥센 주요 전력에서 밀려난 상태이고, 홍성흔은 내년 시즌 2000안타가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그 뒤 현역 타자로는 1600~1700안타를 기록 중인 선수가 대다수. 변수가 많아 2000안타 달성 여부 및 시기를 점치기가 어렵다. 사실상 그 다음 확실한 주자는 김현수라는 평가다.
▲ 2000안타 그 이상을 바라본다
김현수는 이승엽, 장성호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어린 나이에 1000안타를 달성했다. 통산 최다안타의 주인공 양준혁도 프로 7년차인 1999년, 만 30세에 1000안타를 때렸다. 그리고 8년 뒤인 2007년, 만 37세에 2000안타를 때렸다. 대졸이라 그만큼 살짝 늦었다. 그에 비하면 김현수는 만 26세에 1000안타를 때렸다. 9시즌 만이지만, 2006년 단 1경기에 나섰던 걸 제외하면 사실상 8시즌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김현수가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30대 중반이면 2000안타 달성이 가능하다.
김현수는 상황에 따라서 최연소 2000안타에도 도전할 만하다. 현재 최연소 2000안타 기록은 34세 11개월의 장성호가 갖고 있다. 김현수가 페이스를 좀 더 올리면 최연소 기록 경신도 불가능하지 않다. 또한, 김현수는 현역 말년에는 양준혁 기록을 넘어 2500안타에도 도전 해볼 만 하다. 김현수는 선수생활 황혼기를 향해 달리는 이병규와도 결국 통산안타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변수는 있다. 우선 건강이 중요하다. 김현수는 지난해 오른쪽 발목에 뼛조각이 돌아다녔다. 그러나 수술을 받지 않고 재활로 버텨냈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 김현수가 아직 발목이 아파서 결장한 적은 없다. 나름대로 구단에서 조절을 잘 해주고 있다는 의미. 다른 부위도 마찬가지다. 누적 스텟은 아프지 않아야 빛을 낼 수 있다. 천하의 장성호도 결국 부상과 부진이 겹쳐 최근 몇 년째 썩 좋지 않다. 양준혁이 2318안타를 때린 이유도 천부적인 타격감각과 연구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큰 부상 없이 몸 관리를 잘 했기 때문이었다.
신분의 변수도 있다. 김현수는 올해 풀타임 8년차다. 이미 구단의 동의를 얻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그는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김현수는 “2000안타를 언제, 어디서 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향후 진로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법. 역대 최연소 1000안타의 주인공 이승엽이 1일 현재 여전히 1573안타인 건 일본에서 8년을 뛰었기 때문이다.
[김현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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