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단 3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1일 잠실 넥센-두산전은 단 2시간 35분만에 경기가 끝났다. 넥센의 2-1 승리. 타고투저 흐름 속에서 모처럼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넥센 선발투수 문성현, 두산 선발투수 노경은 모두 양팀 타선을 완벽에 가깝게 잠재우면서 시원시원하게 경기가 진행됐다. 투수들이 경기를 리드하는 가운데 적절히 치고 받는 게임. 그야말로 야구의 묘미였다.
사실 선발 무게감만 따지면 노경은에게 살짝 기우는 게임. 그러나 문성현이 환골탈태했다. 4월 25일 목동 삼성전서 5⅔이닝 12피안타 11실점으로 무너진 그 투수가 맞나 싶었다. 시종일관 공격적 피칭으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최고 148km 직구에 직구위주의 피칭.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각각 19개, 11개 섞었으나 직구 위력이 배가되니 변화구 위력도 같이 살아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 경기였다.
문성현은 82개의 투구로 6이닝을 소화했다. 이닝당 약 13개의 공을 던지는 데 그친 것이다. 스트라이크가 무려 53개였다. 스트라이크와 볼 비율도 환상적이었다. 두산은 3회와 5회 주루사가 나온 게 치명타였다. 그러나 주루사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문성현이 두산 타선을 압도한 게임이었다. 결국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챙겼다.
노경은도 무려 8이닝을 소화했다. 노경은은 올 시즌 6~7회만 되면 힘이 떨어져 고전하는 페이스가 반복됐다. 그러나 이날 비록 6회 박병호에게 초구 135km짜리 슬라이더를 던진 게 높게 제구 돼 결승 투런포를 맞았으나 그것만 제외하면 완벽한 피칭이었다. 특히 홈런을 맞은 이후인 6회 삼자범퇴를 이끌었고 7회에도 안타 2개를 내주면서 힘겨워했으나 스스로의 힘으로 8이닝을 온전히 마쳤다.
노경은은 106개의 투구수로 8이닝을 던졌다. 이닝당 단 13개의 공만 던졌다. 역시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최고구속 151km의 직구에 주무기 스플리터, 슬라이더, 포크볼을 차례대로 섞었다. 스트라이크를 66개나 잡을 정도로 제구가 완벽했다. 직구에 힘이 붙은데다 변화구마저 스트라이크 존을 찌르니 넥센 강타선도 얼어붙었다. 노경은의 실투 1개로 승부가 갈린 셈. 그러나 누구도 노경은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이날 경기는 단 2시간 35분만에 끝났다. 이날 전까지 올 시즌 평균 경기 시간이 3시간 21분이었다. 이날 문성현과 노경은의 투수전은 올 시즌 평균 경기시간을 약 1시간 가량 단축했다. 평소보다 엄청나게 빨리 끝난 경기. 그러나 아쉬운 맛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깔끔하고, 알찼다. 잠실을 찾은 2만105명의 관중은 모처럼 명품 투수전을 구경했다. 승패를 떠나서, 매우 좋은 게임이었다.
[문성현(위), 노경은(아래),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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