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사건과 사고에는 원인이 있다. 최근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 중 하나인 '오심 논란'은 '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불감증이란 단어는 '감각이 둔하거나 익숙해져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일'을 뜻한다. 연일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때 감히 '불감증'이란 단어를 꺼내든 것은 그간의 과정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하다.
지난 해 프로야구 경기에서 벌어진 '최악의 오심'으로 역시 6월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넥센의 경기에서의 오심을 꼽을 수 있다.
양팀은 0-0으로 팽팽한 경기를 진행했고 LG는 5회말 2사 만루 찬스를 얻었다. 이어 박용택이 3루 땅볼을 쳤고 3루수 김민성은 2루에 던졌다. 1루주자 오지환이 2루에 들어간 것보다 2루수 서건창이 2루를 밟은 것이 훨씬 빨랐지만 박근영 2루심은 세이프를 외쳤다. 오심의 여파는 컸다. 무득점으로 이닝을 마칠 뻔했던 LG는 5회말 공격에서만 8점을 득점했고 결국 9-0으로 승리했다. 넥센의 연패는 이어져 결국 8연패까지 빠지고 말았다. 판정 하나가 미치는 영향은 이토록 크다.
심판위원회는 박근영 심판에게 '무기한 2군행'이란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우리가 이 심판을 1군에서 다시 보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개월 남짓. 7월 16일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SK-넥센전은 박근영 심판의 복귀전이었다. 무기한이란 단어가 무색했다.
사고는 또 한번 터졌다. SK와 두산의 경기가 열린 9월 12일 문학구장. SK가 1-0으로 앞선 2회초 두산 공격에서 2사 후 손시헌이 3루 땅볼을 쳤다. 3루수 최정은 라인선상에서 힘겹게 잡은 뒤 1루에 송구했다. 1루수 박정권이 잡았으나 1루를 밟지 못했다. 세이프임을 알 수 있는 장면. 그러나 박근영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이후 심판위원회는 또 '무기한 2군행'이란 징계를 내렸다. 이미 시즌 말미라 이 징계 역시 수위가 높은 것은 아니었다. 이 심판은 올해도 1군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올해도 '오심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LG는 지난달 11일 NC와의 경기에서 석패했는데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 하나 있었다. 11-11 동점이던 7회말 1사 1루에서 정성훈이 2루 땅볼을 쳤고 1루주자 임재철은 2루에서 포스 아웃됐고 1루로 뛰던 정성훈 역시 임채섭 1루심으로부터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이닝이 종료되는 병살타였지만 정성훈의 발이 더 빨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LG는 결국 NC에 11-12로 졌고 NC와의 3연전은 모두 패배로 이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화룡점정(?)'을 이루는 모양새다. 지난달 25일 잠실 LG-KIA전을 보라. LG가 3-2로 앞선 9회초 KIA는 2사 1,2루 찬스를 잡았고 마지막 희망을 이어갔다. 브렛 필의 타구를 단번에 잡지 못한 투수 봉중근은 넘어지면서 1루수에 공을 던졌고 1루수 김용의는 발이 떨어진채 포구했으나 이계성 1루심은 아웃을 선언, 경기는 그대로 LG의 승리로 끝났다.
심판위원장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오심이었다. 불 꺼진 심판대기실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던 도상훈 위원장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은 "해당 심판에게 혼을 냈다"라는 말 뿐. 오심을 저지른 심판은 다음날(4월 26일) 같은 팀들의 경기가 열리는 같은 장소에 버젓이 등장했다. 1루심에서 2루심으로 바뀐 게 전부였다.
그날도 오심 논란은 계속됐다. 2-2 동점이던 7회말 박용택의 타구가 유격수 김선빈을 지나 안타가 됐고 이미 스타트를 끊은 1루주자 오지환은 홈플레이트로 파고 들었다. 오지환의 손이 먼저 홈플레이트를 터치한 것으로 보였지만 최수원 심판의 판정은 아웃이었다. 당시 LG 벤치의 항의가 없어 아무 일 없이 넘어갔을 뿐이다.
그 다음날(4월 27일)에도 마산구장에서는 나광남 1루심이 NC가 5-0으로 앞선 6회초 오재원이 1루를 먼저 밟았지만 아웃을 선언하고 말았다. 나광남 심판은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화제(?)의 인물이 됐고 오심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심판위원회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차라리 휴식을 줬어야 했다. 어차피 징계 처분이 없을 거라면 말이다. 나광남 심판은 29일 광주 KIA-SK전에도 출전, 2루 도루를 시도한 조동화에게 세이프를 줬다. 이미 태그가 된 그에게 아웃이 아닌 세이프를 준 것이다. 결국 이 심판은 경기 중 교체되기까지 했다.
최근 거듭 이어지는 '오심 퍼레이드'엔 이러한 '불감증'이 자리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간의 오심은 잊혀질 것이란 막연함이 있지 않고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을 수 없다.
물론 이해한다. 심판도 사람이고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수엔 이유가 있다. 치명적인 오심을 저지르고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아무렇지 않게 복귀를 한다거나 하루 종일 회자된 오심을 한 심판이 멘탈이 무너진 상태에서 또 한번 경기에 나서 오심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문제가 있다.
결국 오심 방지책으로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시행 일시는 불투명하다. 이를 두고도 여러 말들이 있지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역시 '정확한 판정'이라는 사실을 기인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26일 LG-KIA전 장면. 오지환(왼쪽)이 먼저 홈플레이트를 터치한 것으로 보였으나 아웃으로 판정됐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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