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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지상파 3사(KBS·MBC·SBS)에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올 초부터 각 방송사에서 띄운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중 일부는 정규 편성돼 안정적 궤도를 유지하고 있고, 일부는 며느리도 모르게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만큼 치열하고 냉정한 예능계에 다시금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KBS는 지난 1월부터 꾸준히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강원래-김송 송호범-백승혜 이승윤-김지수 등 총 6쌍의 임신 부부가 출연을 확정해 임신과 출산 과정을 공개하는 '엄마를 부탁해'와 남북한 아이들이 통일 교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별친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 중 '엄마를 부탁해'는 KBS 1TV에 정규 편성됐으나 세월호 침몰 사고로 결방 중이고, '별친구'는 의미 있는 기획의도에도 불구, 저조한 시청률로 결국 정규 편성이 불발됐다. 또 지난 설 연휴 파일럿으로 등장해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밥상의 신'은 세월호 침몰로 결방 중이다.
이후에도 KBS의 파일럿 프로그램들은 줄을 이었다. 지난 3월 26일 '밀리언셀러'를 시작으로 '대변인들' '미스터 피터팬' '나는 남자다' '두근두근 로맨스 30일'까지 예능 프로그램들을 대거 공개했다. 이 같은 KBS의 노력은 그간 유독 약세를 면치 못했던 수, 금요일 심야 시간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중 현재 무난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다수 있어 과연 어느 프로그램이 정규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MBC와 SBS 역시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들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 MBC는 이미 지난 1일 '별바라기'를 방송했다. 목요일 심야는 KBS 2TV '해피투게더 시즌3'라는 터줏대감이 자리하고 있는 시간대. MBC 역시 이를 의식해 강호동을 ‘별바라기’의 메인 MC로 앉히고, 이휘재 은지원 인피니트 유인영 등 게스트들과 그들의 팬들을 통해 색다른 웃음을 선사하려 했다. 일단 시청률은 4.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앞서 강호동과 예능계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유재석의 파일럿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와 비견되며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BC의 또 다른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연애조난자 구출 작전: 연애고시'(이하 연애고시)는 오는 1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연애고시'는 연애가 너무 어려운 '연애조난자'들을 위한 솔로탈출 프로젝트로 전현무 노홍철 백지영이 MC로 나선다. 여기에 '당구여신' 차유람, '영어여신' 레이나, '야구여신' 공서영 등 팬들로부터 일명 여신으로 추앙 받고 있는 여자 스타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역시 목요일 심야 시간을 노려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SBS는 현재 '도시의 법칙'과 'SNS 원정대-일단 띄워' 2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미 '도시의 법칙'은 미국 뉴욕 촬영을 마쳤다. 정경호 김성수 이천희 백진희 로열파이럿츠 등이 출연하는 '도시의 법칙'은 다른 나라의 대도시라는 낯선 장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형태들을 웃음과 감동으로 풀어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정글의 법칙' 후속 격으로, 5월 중 방송 예정이다. '일단띄워'는 SNS만 활용해 어디까지 여행할 수 있고 어떤 사람까지 만날 수 있을지 경험해보는 여행 프로그램으로 지난 24일 촬영을 위해 월드컵 개최지 브라질로 향했다. 오상진 오만석 2AM 정진운 김민준 서현진 카라 박규리가 출연하며 월드컵 전 방송할 예정이다.
지상파 3사의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시청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시청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들은 여지없이 퇴출 당했고, 다시 그 자리를 새로운 프로그램이 채우는 식이다. 이 같은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파일럿의 정규 편성보다 정규 편성 이후가 더 힘들다"는 관계자들의 토로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규 편성은 일단 파일럿을 띄우고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핀 뒤 결정된다. 그 밖에도 타사 프로그램들과의 경쟁 가능성, 정규 이후의 프로그램 지속성 등을 판단해 편성 여부를 결정한다. 그래서 파일럿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정규를 목표로 지속 가능한 아이템으로 승부를 건다.
PD들도 고민이지만, 파일럿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예능 MC들 역시 고민에 빠졌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불러만 주면 고맙다고는 말하지만, 그래도 정규 편성 여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수입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역시 누가 어떤 프로그램에 캐스팅됐는지, 또 자신에게 출연 제의가 들어온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 여부는 물론, 성격, 제작진 등 여러 요소들을 면밀히 살펴 출연을 결정한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소위 '예능의 신'이라 불리는 이들도 정규는 감히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각 방송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그램들이 이미 공개됐고, 또 공개될 예정이다. 치열하게 전개될 예능 전쟁에서 과연 누가, 어떤 프로그램이 최후의 승자가 돼 웃을 수 있을지 자못 그 결과가 주목된다.
[KBS MBC SBS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타이틀. 사진 = 각 방송사 홈페이지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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