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전히 문태종을 원한다.
문태종은 만 39세다. 한국나이로 불혹이 된 노장. 지난 봄 포스트시즌서 문태종의 경기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빡빡한 일정과 상대팀들의 숨막히는 봉쇄전략에 조금이라도 집중력을 잃었다면 그런 경기력은 나올 수 없었다. 수많은 경험으로 체득한 임기응변능력과 클러치능력, 평정심, 집중력은 승패를 떠나 국내 모든 농구선수들이 배워야 할 점이었다. LG는 챔피언결정전서 눈물을 흘렸으나 문태종은 또 다른 의미의 승자였다.
프로농구가 에어컨리그에 돌입했다. FA 정국이다. 15일까지 FA들과 원 소속구단 선수들이 우선협상을 갖는다. 동시에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 예비엔트리도 발표됐다. 화두는 역시 문태종이다. FA 시장서 문태종은 여전히 블루칩이다. 대표팀 예비엔트리에도 문태종의 이름이 있다. 농구인들은 여전히 “문태종, 문태종”한다. 한국농구는 왜 불혹의 노장을 원하는 것일까.
▲ FA 문태종, 기량과 제도의 절묘한 조화
문태종이 포스트시즌 전 경기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인 건 아니었다. 그러나 LG의 하이라이트 필름엔 대부분 문태종의 플레이가 있었다. 문태종 특유의 극도의 효율적인 플레이와 폭발력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중요한 건 그런 효율성의 밑바탕이 된 특수한 환경이다. 챔피언결정전은 초반 5일간 4경기가 치러졌다. 4강 플레이오프는 하루 걸러 하루 경기가 치러진 퐁당퐁당 일정.
문태종이 만 39세의 나이에 그런 빡빡한 일정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있다는 걸 농구 관계자들에게 확인시켜줬다. 문태종은 KBL 데뷔 이후 시즌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폭발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받았던 게 사실이다. 기록으로도 그랬다. 실제 나이가 있으니 당연히 받아들여진 부분. 그러나 포스트시즌만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게 드러났다. 많은 농구인이 문태종을 다시 봤다. 최악의 컨디션 혹은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극도로 중요한 순간, 꼭 해줘야 할 순간에는 문태종만의 에너지가 경기력으로 솟구친다는 게 드러났다. 이것이 근본적으로 ‘FA 문태종’의 경쟁력이 높아진 이유다. 그의 효율성 자체만 놓고 보면 더 이상 놀라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표면적으로 FA 시장의 최대어는 김태술과 함지훈이다. 그러나 문태종은 두 사람에 못지 않은 가치가 있다. 일단 LG는 기본적으로 문태종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여전히 젊은 선수가 많은 팀 특성상 문태종이 중심을 잡아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게 안정적인 리빌딩 완성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농구계에 따르면, 지금 문태종에게 군침을 흘리는 구단이 몇몇 있다.
문태종은 2013-2014시즌 포워드 랭킹 2위였다. KBL FA제도 규정상 포워드랭킹 1~5위 선수를 보유한 팀(모비스 삼성 오리온스 동부 KGC)으로는 이적할 수 없다. 단, 모비스가 포워드 랭킹 1위 이자 FA로 풀린 함지훈을 놓칠 경우 문태종 영입이 가능하다. SK 전자랜드 KCC KT는 문태종 영입이 가능하다.
제도적으로 볼 때도 문태종은 매력적이다. 그는 35세 이상 FA다. 타 구단이 문태종을 데려갈 때 원 소속구단인 LG에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LG 역시 아무런 보상 없이 문태종을 데려갔고, 잘 활용했다. 당장 다음 시즌 우승이 필요한 구단은 문태종을 1년 계약에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구단들은 그래도 문태종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1년 계약 이상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15일까지는 LG만 문태종과 접촉할 수 있다. 문태종은 현재 미국 체류 중이다. 곧 귀국해 LG와 협상을 갖는다고 한다. 문태종은 정규시즌 시상식서 서울에 숙소가 있는 팀을 선호한다고 했다. 이 부분이 FA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중요한 건 FA 시장서 문태종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트시즌 임팩트가 결정적이었다.
▲ 유재학호도 필요한 문태종
농구대표팀은 현재 대표팀 예비명단 24명을 발표한 상태다. 국가대표운영협의회(이하 국대협)는 곧 최종엔트리를 발표한다. 대표팀은 5월 19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훈련에 돌입한다. 관심사는 예비명단에 들어간 문태종이 실제로 최종엔트리 12명에 들어갈 것인지 여부다. 현재로선 반반이다. 확실한 건 대한농구협회가 오리지널 외국인선수의 귀화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면 문태종은 빠진다는 점이다.
국대협은 현재 KBL 경력 외국인선수의 귀화를 비밀스럽게 추진 중이다. 근본적으로 국대협이 생각하는 귀화선수는 문태종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문태종보다 좀 더 활동적이고, 높이까지 갖춘 특급 해결사 혹은 센터를 원한다. 당연한 생각이다. 그러나 농구인들에 따르면 그 작업이 그리 순탄하지 않다고 한다. 시간적으로, 절차상으로 난관이 많다. 문태종은 오리지널 외국인선수의 귀화가 무산될 경우, 다시 말해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카드다. A플랜이 아니다.
유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서는 이승준을 데려갔다. 높이 보강을 위해서였다. 유 감독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서도 이승준을 데려가서 재미를 봤다. 그런데 이승준은 지난 시즌 막판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수술을 받았다. 이승준은 2014-2015시즌 개막에 맞춰 재활 중이다. 비 시즌 대표팀 합류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태영이란 좋은 후보도 있다. 챔피언결정전 MVP 문태영은 문태종만큼 지난 포스트시즌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그러나 문태영은 그동안 국제대회 최종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194cm이라는 애매한 키 때문이다. 국내에선 충분히 통한다. 하지만, 2m가 넘는 선수가 즐비한 국제대회서 문태영의 사이즈는 매치업에서 애매하다. 위압감이 살짝 떨어진다. 물론 문태영이 귀화선수 엔트리와 전혀 관계가 없다면 대표팀에 뽑히고도 남을 기량이다. 그러나 귀화선수 엔트리 1장을 확실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문태종보다도 나은 선수를 뽑아야 하는 게 맞다. 문태영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유재학 감독의 결단이었다.
문태종은 오리지널 외국인선수의 귀화가 무산됐을 경우 기존 귀화선수들 중에선 최적의 카드다. 문태종은 지난 2011년 아시아선수권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국제무대서도 문태종 특유의 클러치능력과 효율적인 플레이가 통한다는 게 확인됐다. 문태종은 이타적이다. 어떤 조직이든 빨리 적응하는 것도 강점이다. 대표팀 시스템상 문태종이 40분 내내 활약할 필요도 없다. 다만, 문태종의 몸 상태가 관건이다. 비 시즌에 얼마나 빨리 몸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기본적으로는 오리지널 외국인선수의 귀화가 성사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FA 시장과 대표팀 최종엔트리 변수에서 문태종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문태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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